[이슈인터뷰]'곡성' 곽도원 "제가 종구로서 100%가 되길 기도하며 준비했죠"
기사 등록 2016-05-0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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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비가 오는 날이었다. 영화 속만큼은 아니었지만 적지 않게 쏟아지는 비를 보며 ‘곡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날에 배우 곽도원을 만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본을 볼 때마다 완성도가 높아지더군요. 나 감독에게 감사했죠”라는 소감을 시작으로 곽도원은 ‘곡성’의 추억을 하나씩 꺼내들었다.
“사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주인공이 어떻게 다른지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죠. 조연 때랑은 다르더라구요. 스스로도 걱정이 많았습니다. 주인공도 처음인데 이렇게 긴 호흡을 끌고 갈 수 있을까,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김윤석 형님한테 들은 적이 있거든요, 엔딩을 먼저 찍는 게 힘들었다고. 저도 해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 감독이란 훌륭한 감독이 있기에 얼마나 미친 듯이 할 줄 알고 있었으니 많이 기대면서 했습니다.”
그의 기우와는 달리 ‘곡성’에서 곽도원은 2시간 30분이란 상영시간동안 완벽히 종구 역으로 변신했다. 소심하지만 부성애가 짙은 한 남자가 딸을 지키기 위해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이질감 없이 표현해냈다. ‘연기’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곽도원은 종구가 돼있었다.
“아마 배우분들이라면 다 이렇게 얘기할 거예요. 다 자기 것이라고. 자신의 일부분이니까 그럴 거라고. 저도 종구의 모든 게 제 안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약한 부분, 갈팡질팡하는 성격, 무딘 면들까지. 다 시나리오 안에 있지만 그 인물을 말하는 화자로서는 다 자신 안에 있다고 봐요. 제가 종구로서 100%가 되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던 것처럼요.”
장장 6개월동안 곽도원은 종구로 지내면서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 현장을 지켰다. 첫 주연작이지만 유독 길고 힘들었을 ‘곡성’의 촬영에도 그는 “육체적으로 힘들었어도 정신은 어느 때보다 맑았다”고 전한 바 있다. 그래도 폭우, 액션, 추격 등이 계속되는 ‘곡성’의 촬영장을 그는 어떻게 지나왔을까.
“건강관리라면... 반신욕?(웃음). 처음엔 촬영기간을 한 5개월 정도 예상했죠. 찍다보니 6개월이 됐는데 5개월이 되니 바닥이 나더라구요. 나 감독이 로얄젤리하고 비타민C 같은 걸 챙겨줘서 그걸로 버텼습니다. 사명감, 책임감, 해내야만 했고 끝이 나는 걸 알기에 버틴 거 같아요. 가끔 감독님하고 의견충돌도 있고 했지만 그 때 스태프들이 힘내라고 박수도 많이 쳐줬어요. 그렇게 서로 다독이면서 버텼죠. 이 영화에 전재산을 건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게으르면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캐릭터 중 종구라는 인물이 유독 돋보이는 건 바로 유머가 섞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추격자’ ‘황해’ 속 주인공들과 달리 종구는 때로 놀라기도 하고 기겁하기도 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유우부단함도 보여준다. 곽도원은 그런 종구의 평범한 모습부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강인해지는 모습까지 일관성 있게 표현했다.
“나 감독이 감사하게도, 코미디와 정극을 같이 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나 감독이 ‘곡성’은 상업영화고, 초반부에는 웃음이 묻어나야하는 장면도 있길 바라고, 찍으면서 15세로 생각하고 찍을 거라고 설명했어요. 그렇기에 앞에 웃음을 만들 수 있는 연기가 필요했다고도 했죠.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걸 해낼 수 있는 배우가 저라고 했습니다. 나 감독이 배우의 장점을 드러내주니 감사했죠. 사실 어떤 인생을 얘기하는데 힘든일만 있진 않잖아요. 슬픔도, 기쁨도 있겠죠. 그런 다양함을 표현하고 싶은 게 배우의 욕심이기도 한데 그걸 나홍진이란 감독이 해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코미디 연기는 웃기려면 오바가 돼서 안 웃기고, 반대로 안 웃기려고 연기하면 정말 안 웃기죠. 줄 하나 위를 걷는 느낌으로 연기하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곡성’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은 만큼 곽도원은 이번 영화에서 수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포스터에 드러난 천우희, 황정민뿐만 아니라 곡성 곳곳의 인물들을 마주했던 그는 특히 양이삼 역의 김도윤과 오성복 역의 손강국과 함께 할 때 특별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영화의 다양한 이면을 듣고픈 마음에 이 두 배우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감탄부터 했다.
“도윤이 같은 경우는 처음에 60kg 정도 됐는데 나 감독이 더 빼라고 했어요. 그래서 10kg정도 더 빼고 그걸로 6개월을 버텨냈죠. 아마 촬영 전부터 준비했을 테니 더 길었을 거에요. 쌀을 아예 멀리하고 과일하고 양배추로만 버티더라구요. 좋은 배우의 발견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강국이는 대학로에서 연출하던 친구인데 나홍진 감독의 전작에 출연한 적이 있었어요. 저처럼 나 감독이 지켜보다가 같이 하게 됐습니다. 탄탄한 친구죠. 한약방의 전배수 선배님은 정민이형하고 대학동기로 ‘히말라야’에서도 같이 했었고, 제 친구들로 나오는 배우들도 대학로 연출가들이에요. 정말 다들 탄탄한 분들입니다.”
그렇다면 언어가 아예 다른, 그래서 의사소통이 좀 더 필요했을 쿠니무라 준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그의 얘기를 꺼내자 곽도원은 사뭇 다른 표정으로 쿠니무라 준을 극찬하며 존경을 표했다.
“굳이 말을 통하지 않아도 가만히 있을 때 느껴지는 감정. 그게 제가 꿈꾸고 지향하는 연기인데, 정말 고급지고 멋지고 심플하면서 그 인물의 삶이 묻어나는 눈빛, 무언일 때의 기...정말 최고의 연기였습니다. 그런 걸 제 눈앞에서 볼 수 있고 반응할 수 있다는 게 배우로서는 영광이었죠. 배우들도 잘 챙겨줘요. ‘곡성’도 액션 장면이 많지만 그런 연기를 많이 하신분이라, 아미노산을 15개 정도를 매일 챙겨주더라구요. 액션 씬이 있을 때마다 봉투에 싸서 건네주고, 본인 촬영이 없는 날에도 나와서 주시기도 했어요. 출국 전에는 남은 걸 아예 다 주셨습니다. 후배를 정말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
‘곡성’은 보는 이들을 거칠게 몰아세울 만큼 종구라는 인물의 인생을 뒤흔드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혹시 그에게 ‘곡성’을 촬영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볼 순간이 찾아오진 않았는지 묻자, 그는 아버지 얘기를 꺼내며 눈시울을 붉혔다.
“부성애에 관한 영화인데 아직 느껴본 적이 없으니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나 지인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준비했어요. 결론은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생각이 맞는 거 같았습니다. 제가 경험한 거구요. 아버지가 돼봐야 아버지의 마음을 안다고, 아버지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지를 되돌아보니 종구로서 딸을 어떻게 해야 할지 큰 윤곽이 그려지더군요.”
지금 곽도원은 ‘곡성’ 이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개봉 전에도 관객들과 미리 만나는 자리도 가졌고 조만간 칸 영화제를 위해 출국도 할 것이다. 평소 ‘열일’하는 배우로 유명한 그가 시간이 날 때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
“여행 다녀요. 여자친구랑 같이 갑니다. 혼자 다닐 때는 게스트 하우스 같은 데를 이용했어요. 저녁에 소등이 없는 곳에 가서 사람들하고 얘기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이제는 연예인 보듯이 하시니까 그런 재미가 없는 편입니다. 원해서 배우를 하고 있지만요. 배우는 혼자 비우는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다시 채울 수 있게,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곽도원에게 ‘곡성’이 본인 연기인생에 어떤 작품인지 묻자 그는 딱 잘라 “첫 주연작. 다른 건 없어요”라며 간결하게 말했다. 그의 ‘첫 주연작’인 이 작품이 관객들이 만날 시간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 곽도원에게 부탁했다.
“우리 영화는 코미디 영화고, 철저한 상업영화입니다. 2시간 35분 동안 쫄깃쫄깃하게 시간이 언제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해드릴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새로운 장르의 영화를 보러 와주세요”
[사진=이슈데일리 장희언 기자]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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