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뷰]'대배우', 당신에게 안부를 묻는 인간적인 코미디

기사 등록 2016-03-2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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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성연기자]영화 '대배우'는 당신이 갖고 있을 아픈 상처를 치유해 주는 힐링 영화다. 영화 속 오달수가 겪는 상처들이 우리 모두가 겪는 고통들이기에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인생에서 주인공이 될 것이란 착각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가 반짝반짝 빛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음 속으로 잘 알고 있다. 태어났을 때부터 평탄대로였던 인생의 길을 달리기만 하면 되는 사람이 있고, 그렇게 잘 달리던 길에 장애물이 생겨 주저앉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여기 아직 자신의 인생에서 걸음마조차 제대로 시작해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 영화 '대배우(감독 석민우)'에서 오달수가 연기한 장성필이란 인물은 바로 이 세번째 부류의 사람이다.

'대배우'는 아동극단에서 20년 넘게 '플란다스의 개' 속 파트라슈만을 연기해 온 불굴의 사나이 장성필을 관객에게 보여주며 이미 실패했거나, 실패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대배우' 속 오달수의 연기를 보면서 박장대소를 하다가도 다 보고 나면 마음 한 켠이 욱씩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영화의 초반부가 아동극단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나열시키며 장성필을 연기한 오달수의 개인기를 십분 활용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중반부부터는 장성필의 영화배우 도전기로 변하면서 극의 분위기가 크게 변한다.

오달수가 초창기 극단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이 생생하게 녹아든 '대배우'는 재능이 없는 한 사람이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몸부림 치는 처절한 모습을 카메라에 생생하게 담아내며 끝내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실패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석민우 감독은 모두가 다 '대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현대의 사람들 속에서 주목 받지 못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돌려 '대배우가 되지 못해도 괜찮다'는 위로의 말을 전한다. 최고를 바라지도, 그렇다고 해서 '분수에 맞게 살라'는 상투적인 표현 없이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담백한 위로를 건네는 '대배우'는 다 보고 나면 왠지 훈훈한 마음으로 극장에 나설 수 있는 온정을 품은 영화다.

오달수는 첫주연작을 맡아 영화의 90%에 출연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펼친다. 이제는 하나의 스타일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그의 연기는 기시감을 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달수와 함께 관객의 시선을 스크린에서 떼지 못하게 한 사람은 바로 깐느 박을 연기한 이경영이다. 그가 연기한 깐느 박이란 캐릭터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경영은 박찬욱 감독을 연기했다. '박찬욱 사단'이라고 이름 붙은 석민우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박쥐'의 조감독을 거친 신인 감독이다. 그는 이경영이 연기한 깐느 박을 비롯해 '대배우' 속 이곳저곳 그에 대한 오마주를 녹여대 눈길을 끌었다. '대배우' 속 등장하는 '악마의 피'는 박찬욱 감독이 2008년 연출한 '박쥐'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영화 속 속속 등장하는 거물급 카메오를 찾아보는 것도 '대배우'가 갖고 있는 잔재미다.

대배우는 웃음과 감동을 놓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그런 관객을 웃겨야 하거나 관객을 울려야 한다는 강박은 쉬이 느껴지지 않는다. 만든이의 진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배우'가 보여주는 실패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주)대명문화공장)

 

김성연기자 sean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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