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케치]‘아수라’ 다섯 명의 명배우들, 악인으로 거듭나다

기사 등록 2016-09-2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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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때로는 현실이 꿈이길 바랄 만큼 지독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 속 인물들의 상황이 바로 그렇지 않을까. 각자의 목표를 위해 서로를 이용하게 되는 이 현실은 운명이 정한 지옥도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21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CGV 왕십리에서는 ‘아수라’의 언론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김성수 감독을 비롯, 주연배우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이날 김성수 감독은 “(정)우성씨와 15년 만에 만났다”며 “중간에 같이하자고 했었는데 제가 교수생활도 하고 사업도 하다보니 맞지 않았다. ‘무사’ 이래로 제가 쓴 시나리오로 연출을 하게 돼서 연락했더니 시나리오도 안 보고 하겠다고 하더라”고 정우성의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한도경 역으로 두 악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형사를 표현한 정우성은 “매 맞을 준비가 됐다. 보여드리니 마음이 편하다”라고 영화의 대사를 인용하며 인사했다.

영화 속 액션에 대해 그는 “폭력을 행하는 악인이지만 더 큰 악인에게 억압받으며 거기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몸짓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멋진 합보다 치열한, 스트레스에 몸부림치는 액션이었다. 온전히 거친 현장의 몸짓으로 전달되길 바랐다“라고 그 경험을 설명했다.


한도경의 후배이자 그를 대신해 박성배의 수행원이 되는 문선모 역은 주지훈이 소화했다. 그는 현장에서도 유쾌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막내’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연기파로 유명한 배우들과 함께 한 소감을 묻자 “우리 형님들 참 귀여워요”라고 운을 떼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 “제가 관객으로서, 배우로서 존경해마지 않는 분들과 함께 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신났다. 마치 제가 버킷리스트 몇 개를 한꺼번에 한 느낌이어서 소풍가기 전에 잠 못 자는 기분이었다. 연기뿐만 아니라 인생의 자세까지도 배울 게 많았다. 행복하게 잘 찍었다”라고 말했다.


온갖 악행의 근원으로 등장한 박성배 시장 역의 황정민은 무대에서 “박성배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박성배라는 인물을 저는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후 그는 “물론 악행을 저지른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사는 사회도 대단히 이기적이지 않나. 인터넷 악플이나 그런 것들도 폭력이지 않나. 또 어렵게 다가갈수록 다중적인 인물이라 차라리 편하게 다가가려고 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 박성배를 잡기 위해 또다른 수법도 감수하는 김차인 검사는 곽도원이 분해 남다른 연기를 더했다. ‘전문직 전문배우’라는 말에 그는 “시나리오 선택할 때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관객들이 식상해할까봐 이게 옳은가 싶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하지만 두세 번 읽을 때마다 다른 전문직을 했을 때는 그 권력을 쓰는 모습에 중점이 됐다면 이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을 잃었을 때에 대한 얘기란 걸 알 수 있었다. 사람이 가장 강했을 때와 나약했을 때, 그래서 인간의 내면적인 부분이 녹아있다. 배우란 사람이 표현하기에 굉장히 달콤한 역이 아니었나. 김차인이 무너져가는 모습에서 선택하게 됐다”라고 작품의 출연 결정 이유를 밝혔다.


그런 김 검사 밑에서 수족이 되는 도창학 계장은 정만식이 완전히 터프한 연기로 소화했다. 그는 극중 정우성을 때리는 장면에 대해 묻자 “다 아시겠지만 어떻게 구겨 넣어도 정우성은 정우성이다”라고 답해 현장의 사람들을 폭소케 했다.

이후 그는 “제가 우성이 형을, 저보다 한 살 맞다(웃음). 때리다 살짝 닿기도 했다. 많은 여성 팬들이 우려하실까봐 국보를 대하듯, 고려청자를 대하듯 여겼다. 때릴 때 모션은 확실하게 했다. 거친 역을 많이 해봤지만 이번 역이 제일 터프했다. 이런 역을 주셔서 감사하다. 모든 남자들을 대변하듯 시원하게 때렸다”라고 대답해 독특한 유머를 선사했다.

다섯 배우는 이날 현장에서도 포즈를 취하면서도 ‘아수라 굿’이라고 연발하는 등 손발이 척척 맞는 호흡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황정민은 “부산국제영화제 때 행사하고 뒷풀이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제가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모일 수 있을까. 우리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작품일 거다’라고 말했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 그런 마음으로 뭉쳤다. 얘기는 칙칙하지만 하는 사람들은 진짜처럼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저희 다섯은 잘 뭉쳤다,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제 기억에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행복하게 작업했다”라고 다섯 배우의 훈훈한 ‘케미’를 언급했다.

극중 처절하고 음침했던 세계와는 달리 ‘아수라’ 기자간담회는 배우들의 우정과 김성수 감독의 통찰력으로 유쾌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이들의 그런 에너지가 ‘아수라’의 완성도를 높였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오는 28일 극장가에 걸릴 악인들의 대결이 관객들까지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성찬얼기자 ent@ 사진 박은비 기자 smart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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