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8년 만의 만남, '밀정' 김지운 감독-송강호 콤비

기사 등록 2016-09-0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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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또 다시 재회했다. 만날 때마다 서로의 재능을 향상시키는 듯한 두 사람의 만남은 오는 7일 개봉할 '밀정'을 통해 다시 한 번 입증될 수 있을까.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조용한 가족'을 시작으로 4번째 만남을 갖으며 서로의 색을 무궁무진하게 확장시켜왔다. 이들이 함께 했던 작품들을 돌아보며 '밀정'에서의 호흡을 먼저 느껴보자.


# 평범한 사람의 불운기 '조용한 가족'

김지운 감독의 첫 데뷔작이자 '청년' 송강호의 열연이 빛나는 '조용한 가족'으로 두 사람은 처음 호흡을 맞췄다. 산장을 오픈하게 된 가족들이 첫 손님부터 투숙객이 자살을 하는 등 비극적인 일련의 사건 속에서도 어떻게든 산장을 운영해 나가려는 블랙코미디를 담은 이 영화는 1998년 당시에도 서울관객 20만명을 돌파하는 등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의외로 익숙한 얼굴들이 많은 영화지만 그중에서도 최민식, 송강호라는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 배우 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으로도 흥미롭다. 두 사람의 능수능란한 연기부터 김지운 감독의 각본과 연출에서 피어나는 역설적인 코미디는 독특한 시너지 효과를 내며 독보적인 블랙코미디를 완성시켰다. 영화평론가 듀나가 이 작품을 '무표정한 블랙 유머'라고 칭했던 대로 타 영화에서 느끼기 힘든 웃음을 만끽할 수 있다.


# 소시민이 만개하는 순간 '반칙왕'

'조용한 가족'에서의 시너지를 알았던 걸까. 김지운 감독은 차기작 '반칙왕'에서 곧바로 송강호를 주연을 내세웠다. 이는 두 사람이 2년 만에, 가장 짧은 기간에 다시 만난 작품이자 송강호의 첫 단독 주연작으로 뜻깊은 인연이 돋보였다.

이 작품에서 송강호는 '소시민'을 대표하는 배우로서 첫 발을 내딛은 셈이다. 그동안 그가 활약했던 영화가 '초록물고기' '넘버 3' '쉬리'처럼 조직원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상사에게 치이고 제대로 고백도 못하는 은행원으로서 명연기를 펼쳐 관객들에게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김지운 감독 역시 한국 영화에서 처음으로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단순히 '열혈 스포츠' 영화가 아닌 일본의 '쉘 위 댄스'처럼 권태에 젖은 인물이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삶의 감각을 깨닫는다는 내용을 담아냈다. 물론 여기에는 그의 코미디도 여전히 존재할 뿐만 아니라 페이소스가 어우러져, 이제는 장르적인 작품을 제작하며 쉽게 접할 수 없는 김지운 감독의 시선을 접할 수 있다.


# 서로의 신뢰를 빛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걸었다. 송강호는 '복수는 나의 것' '살인의 추억' '밀양'으로 명감독들과 작업하며 명배우로 등극했고, 김지운 감독은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으로 독보적인 비주얼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장장 8년 만에 다시 이들이 만난 작품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 '무국적 웨스턴 무비'를 표방한 이 영화에서 송강호는 윤태구 역으로 김지운 감독의 스크린을 채워나갔다.

처음부터 쉴 새 없이 달리는 이 영화에서 송강호는 정우성, 이병헌이라는 묵직한 카리스마의 인물을 곁에 두고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주입하며 '놈놈놈'의 긴장과 이완을 조절해나갔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두 사람 못지 않은 무게감을 발산하면서 블록버스터에서도 빛나는 연기력을 발산하기도 했다.

김지운 감독은 '이상한 놈'이란 걸 단박에 알아챌 수 있는 디자인을 송강호에서 부여해 그의 캐릭터성을 더욱 극대화했다. 또한 영화 전반의 유머를 담당하고 있는 배역을 그에게 맡김으로써 두 사람의 신뢰가 돈독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 이제 두 사람의 '한계점'은...'밀정'

그리고 다시 8년 후, 이번에도 두 사람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전작이 '무국적'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독립운동'이란 확실한 구심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김지운 감독이 언급했듯 이번 만남은 '송강호의 한계를 알아보는' 것에 의미가 있다.

'밀정'에서 송강호는 이정출 역으로 조선인이자 일본 경찰로 분했다. '정신적 이중국적자'라는 독특한 인물 설명은 물론이고, 그런 그가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와 만나는 과정에서 변해가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송강호만이 할 수 있다'라는 평가까지 받으며 그의 연기력이 한계를 넘어섰음을 입증했다.

또한 김지운 감독은 그동안 꿈꿔왔던 '첩보물'을 워너브라더스의 첫 번째 한국 제작 작품으로 완성시키면서 자신의 연출력과 외부적인 요인 모두를 수용하며 한계를 뛰어넘었다. 최초 공개 이후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가 모두 자신의 '한계점'을 뛰어넘었다고 호평을 받고 있는 '밀정'이 9월 극장가의 화려한 서막을 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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