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데뷔일기]배우 민찬기① “프로게이머 시절,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

기사 등록 2016-07-15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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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스타의 길은 어떤 것일까'

스타들의 데뷔 시절은 물론, 어렸을 적 이야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어땠을까. 화려한 이면 뒤에 숨겨진 2%를 찾을 수 있는 기획으로 만들어진 '핫데뷔일기'.

이번 편의 주인공은 신인 배우 민찬기다. 민찬기라는 이름은 아마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좀 해본 사람들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2006년 POS 프로게임단에 입단해 MBC게임 HERO, 대한민국 공군 ACE를 거치며 게이머로 활동을 해온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184cm에 훤칠한 외모를 자랑하던 그는 이후 2012년 KBS2 시트콤 ‘닥치고 패밀리’에서 알 역을 통해 배우로 본격 전향했다. 2014년에는 ‘클린 미’로 단편 영화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러다 올해 들어 지난 6월 20일부터는 SBS 일일 오전드라마 ‘사랑이 오네요’에서 김정훈 역으로 다시 안방극장을 찾았다. ‘사랑이 오네요’ 이전에는 3년간의 공백기도 가지며 아직은 배우로서 베일에 싸인 민찬기. 그는 어떤 사람일까. 어린 시절부터 데뷔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첫 번째 시간에는 그가 배우로 데뷔하기 전 학창시절을 그려보겠다. <편집자주>





# 엄하게 자란 어린 시절

밝고 깍듯하게 예의를 갖춘 첫 인상에서 호감이 느껴졌다. 신인이라 그렇다고는 하지만, 단정한 품행이 인상 깊었다. 소위 ‘제대로 자란 아이’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호적상 고향은 성남이에요. 제가 어릴 때 아버지가 군대 대체근무를 분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로 하셨기 때문에 연평도에서 지내다가 5살에 다시 서울로 올라왔어요. 그 뒤로는 일산에서 고등학교 때까지 있었어요.”

아들을 둔 부모들은 대게 두 가지 경우의 수로 자식을 키운다. 그저 오냐오냐 귀하게 키우느냐. 아니면 엄격한 지도 아래 성장시키느냐. 민찬기는 철저하게 후자의 환경에서 자랐다.

“되게 엄하게 자랐죠. 부모님이 지금도 교직 생활을 하고 계신데, 그에 따라 예절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엄마한테 참 손맛으로 전신 마사지도 많이 맞아봤고요.(웃음) 형제 관계로는 누나가 한 명 있는데 2살 터울이에요. 보통은 군대를 갔다 오면 서로 살가워진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저는 군대에서 제대한 후에 누나와 한 번 크게 싸운 적이 있었어요. 그래도 금세 화해하고 지금은 화목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 게이머 이전에도 꿈은 ‘연예인’

민찬기는 과거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 만큼 유명한 프로게이머였다. 18~23세까지 약 5년간 필드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온 것도 이유이겠지만, 일단 돋보이는 외모 덕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어느덧 5년이 지난 이야기임에도 그에게 있어 프로게이머 시절 이야기는 절대 빼놓을 수 없겠다.

“어릴 때부터도 막연하게 무대에서 무언가를 표현하고 그런 게 좋아보였어요. 가수, 배우 가리지 않고 그저 연예인이 좋아보였던 거죠. 프로게이머도 재미있어 보였고요. 어쨌든 무대에 서 스타가 되고 싶었던 건 확실했어요. 그러다 프로게임단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 거죠. 당시 아마추어 대회에서 꽤 여러 번 입상을 했던 상태였는데, 감독님께서 외모가 참 귀엽다고 해 주시면서 저를 영입하셨어요. 게이머도 일종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흥미를 가졌어요. 다행히 제 흥미와 잘 맞았고 좋아했기 때문에 오래 활동했던 것 같아요. 제 중·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은 온통 게임이네요.”

게이머를 하다가 배우로 방향을 바꾼 예는 민찬기가 최초다. 대표적으로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홍진호도 본격 연기에는 도전하지 않았다, 전혀 다른 분야로의 과감한 방향 전환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터.

“배우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드라마, 영화를 워낙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무언가를 보여주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배우는 모든 걸 아우르는 거죠. 이전에는 뮤지컬 배우도 꿈꾼 적이 있었어요. 게이머 시절에 여러 곳에서 연기자 제의를 받았고, 연기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서 결국 이렇게 도전하게 됐네요. 군 제대 후부터 본격적으로 하게 됐어요.”




# 홍진호도 함께, 전우애 가득했던 게이머 시절

어떻게 보면 길다고 할 수도 있고, 짧다고도 할 수 있는 5년의 프로게이머 시절. 기자가 아는 바로 보통의 프로게이머는 입단 이후 자신이 속한 게임단이 제공하는 숙소에서 팀 동료, 선배들과 합숙을 한다. e스포츠 특성상 남자들이 합숙 생활을 하다 보니 ‘제 2의 군대’와 같은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민찬기 역시 그런 환경에서 게이머 생활을 했을까.

“저희는 형 동생 관계를 그렇게 따지지는 않았고, 스스럼없이 대하면서 놀고 반말도 하고 그랬어요. 공군에 있을 대는 홍진호 형이 군대 선임이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진호 형은 예전에도 굉장히 유쾌했죠. 장난도 좋아했는데 엄할 때는 또 엄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화날 때나 기쁠 때나 말투가 비슷했던 것 같아요.(웃음)”

회상을 함과 동시에 절로 미소를 띠우는 그에게서 당시의 훈훈한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기분 좋은 인연, 호감의 상대를 떠올릴 때의 딱 그 표정이었다. 아마 이 시기가 민찬기에게 있어서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게이머 시절 추억이 참 좋게 남아있어요. 그 때 힘들었다고 생각했던 것도 지금은 다 좋은 기억이 됐어요. 그래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자면, 경기에서 패배했던 순간이죠. 공군에 있을 때 팀의 존폐 위기가 찾아왔을 정도로 힘든 시절이 있었는데, 형들과 고전 끝에 승리를 이끌어냈을 때 정말 눈물이 날 뻔했어요. 그 때 집념을 보여주고 싶어서 삭발까지 했거든요.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었어요. 전우애라는 게 진짜 생기더라고요.”




# 이른 나이에 경험한 암흑기

2012년에 데뷔한 그의 작품 수는 딱 셋이다. 이 사실을 알고 의아해하는 이들도 많으리라 본다. 특히 지난 3년간의 공백기는 순탄하기만 해보였던 인생 그래프에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당시 나이는 25~27세. 한창 청춘이어서 어쩌면 더 아팠다.

“공백이 길어지다 보니 ‘사람이 이래서 한 없이 우울해 지기도 하는 구나’ 싶었죠. 사람 자체에 대한 신뢰가 깨지기도 해서 지인들도 당분간 안 만나고 가족과 생존여부 정도만 소통했던 시기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예전에 같은 팀에서 게이머로 활동했던 형들이 ‘정신 차리고 살아야하지 않겠냐’고 조언해줬어요. 이제 다시는 연기를 못 할 거라 생각했고, 내 세포까지도 초라해 보이던 시기에 형들이 ‘할 수 있다’고 많이 다독여줬어요.”

결론적으로는 당시가 민찬기의 인생에 많은 깨달음을 안겨준 계기가 됐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더욱 신중할 줄 알게 됐으며, 그 나이 대에 느껴보지 못할 법한 감정을 일찍이 맛봤기 때문에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도 있었다.

“어두운 상황에 직면하니까 좋은 일이 생겨도 상황이 좋게 안 보이더라고요. ‘어차피 나중에는 결국 이렇게 될 거야’라고 비관적으로 생각이 들고 좀처럼 스스로 안 일어나지더라고요. 그 때 형들과 가족들이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줬어요. 너무 고마워서 버릇처럼 ‘자랑스러운 동생이 돼서 형들이랑 재밌게 살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는데, 그걸 이제는 실천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프로게이머 기질을 타고난 것일까. 그는 여전히 강한 승부욕으로 일에 접근하고 있었다. 이러한 기질이 이제는 연기로 승화될 차례다.

“제 재능은 승부욕에 비례한 노력에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승부욕이 정말 강하거든요. 최근에는 유독 더 노력을 많이 하려 해요. 선수 시절과 비교했을 때 매커니즘은 비슷하지만, 투자하는 시간적 개념이 다른 것 같아요. 당시에는 게임 하나에만 몰두했다면, 지금은 주변이나 작품들을 최대한 많이 찾아보려 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길 줄도 알게 됐어요.


▶민찬기의 '핫데뷔일기', 두 번째 이야기는 오는 22일 공개됩니다.


(사진=이슈데일리 이혜언 기자, 지호엔터테인먼트 제공)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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