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도리화가’ 배수지 "제 속도는 조금 빨랐던 것 같아요"

기사 등록 2015-11-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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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수정기자] "어떻게 보이고자 한 적 없어요. 더 얼굴에 칠을 할 수록 못생겨질 수록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죠."

배수지가 더 예뻐보이는 이유는 구태여 예쁘게 보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스크린에 본격 데뷔, ‘국민 첫사랑’으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 같았던 배우 배수지. 영화 ‘도리화가’(감독 이종필)로 돌아온 그를 본지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배수지는 ‘도리화가’에서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 역을 맡았다. 이번 영화를 통해 그는 어떤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을까.

“‘도리화가’를 선택한 이유는 시나리오 때문이었어요. 푹 빠져서 읽었는데 처음 읽고 눈물이 날 정도로 인상 깊게 다가왔어요. 이번 영화엔 이전 작품보다 더 감정선이 확실히 드러나는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작품이었고, 놓치기 싫다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어떤 모습을 작정하고 보여주고자 한 것은 없어요.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도 전혀 안했어요. 오히려 전략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도리화가’라는 작품이 눈에 들어 왔던 것 같아요.”

채선은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던 시대, 금기를 넘어선 최초의 여류소리꾼이다. 채선은 소리를 하겠다는 일념하나로 혹독한 연습을 하며 진정한 소리꾼으로 성장해 나간다. ‘도리화가’의 채선과 배수지는 닮아있다. 채선도 수지도 독하다. 수지는 채선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서러웠던 연습생 시절이 많이 생각났다고.

“영화를 찍으면서 연습생 시절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노래와 춤을 열심히 하던 그 시절, 잘 안될 땐 정말 서럽기도 했죠. 그 당시엔 주변에서 무서워할 정도로 내가 생각해도 정말 독한 아이였어요.”


수지는 채선으로 분하기 위해 1년 정도 판소리를 배웠다. 그는 "선생님을 만나 배우고 나서 그 소리를 녹음했다"며 "주구장창 매일매일 그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가요발성에 익숙한 그에게 판소리는 어땠을까.

“말로 설명이 잘 안 되지만 가요발성과 판소리 발성이 많이 달라요. 제가 한 판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많이 미숙하기 때문에 아쉬웠죠. 짧은 시간 내에 연습한다고 만들어지는 부분이 아니니깐. 채선이가 조선 최고의 여류소리꾼이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컸어요. 채선이의 성장이 담긴 영화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보단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진실 되게 표현해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순서대로 촬영을 해 주셨기 때문에 그런 채선이의 성장한 모습이 더 잘 표현됐어요.”


채선이의 판소리는 1876년 당시 실제 소리꾼들이 연습을 위해 찾았을 법한 아름다운 절경에서 울려퍼진다. 전국을 누빈 방대한 로케이션을 소화한 수지. 전라북도 부안부터 경상북도 순천, 경상북도 안동, 경산남도 합천 등 전체적으로 지방촬영이 잦았다.

“정신없는 서울에서 벗어나서 지방에서 촬영은 저에게 힐링이 많이 됐어요. 경상남도 합천 황매산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네요. 엄청 멀어서 한번 가면 일주일 넘게 있었죠. 바람이 불면 그 황매산 갈대밭의 갈대들이 흩날리는 모습, 너무 예쁘고 아름다워서 한참동안 정신이 팔렸던 것 같아요. 그 장소가 채선이 처음으로 자신의 소리를 내는 곳이기도 하구요.”

수지는 지방 촬영으로 오랜 시간을 동료배우와 함께 동고동락했다. 그는 “제가 애교가 없는 편이지만 밝은 성격이예요. 남장을 해서 그런지 더 털털하게 남동생처럼 행동했던 것 같아요. 선배들도 잘 챙겨주시고 다들 유쾌하시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라며 화기애애했던 현장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선배였던 신재효(류승룡 분)과 복잡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해야 했던 수지. 신재효에 대한 채선이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했을까.

“채선이 입장에선 스승인 신재효에게 존경하는 마음이 가장 크겠지만 사랑의 감정도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게 굳이 남녀간의 사랑은 아니지만 복합적인 감정이겠죠. 학창시절 선생님을 좋아하는 감정보단 더 진한 느낌이예요. 신채호는 목숨을 걸고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준 유일한 사람이니깐요.”


‘도리화가’에서 수지의 감정연기는 확실히 성장했다. 섬세하고 깊어진 그의 내면연기는 배우 배수지의 눈부신 성장을 증명했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과거 때와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하다 보니깐 욕심이 많아졌고 처음했던 작품들을 지금 다시보면 아쉬웠던 부분이 되게 크게 느껴지기도 하구요. 하면 할수록 오기가 생겼어요. 그리고 연기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부분도 많아졌어요.”

걸그룹 미스에이의 멤버 수지, 배우 배수지로도 당당히 자리매김하며 ‘수지’라는 트렌드를 만든 배수지. 그의 성장엔 숨 가쁘게 달려왔던 험난한 길이 있었고 그 길을 묵묵히 헤쳐나간 수지에겐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생각들이 확신해 보였다.

“자신만의 속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멋있어 보이더라구요. 특정 인물을 꼽을 순 없지만 세상을 살아간 연륜이 느껴지는 느낌을 주는 사람. 그런 사람들에게선 여유로움이 느껴져요. 각박함 같은 게 없어 보이고. 그렇게 자신의 속도로 걷다보면 주변을 둘러 보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구요. 제 속도는 조금 빨랐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당시엔 그게 맞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그렇게 빨리 가고 싶진 않아요. 그 때보다 더 집중해서 가고 싶어요.”


한층 성숙해진 그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영화 ‘도리화가’. 이번 영화에 대해 수지는 ‘맑고 깨끗한 영화’라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500만 돌파를 한다면 채선이가 남장을 한 것처럼 수염을 붙이고 관객들과 만날래요”라고 말하며 환히 웃었다.

한편 '도리화가'는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배수지)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오는 11월 25일 개봉.

 

박수정기자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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