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우리집에 사는 남자’ 김영광, 시청률 부진 가운데 얻을 수 있던 것들

기사 등록 2016-12-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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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강아지 같은 순수함과 상남자의 매력을 모두 갖춘 생면부지 연하남이 ‘아빠’라며 집에 쳐들어왔다. 무턱대고 영역 침범을 하는 것도 모자라 호적 침범까지 하는 이 인물은 홍나리(수애 분)에게만이 아닌, 시청자들에게도 황당하지만 왠지 모르게 신선하다.

지난 13일 종영한 KBS2 ‘우리집에 사는 남자’(극본 김은정, 연출 김정민, 이하 ‘우사남’)는 수애의 로코 복귀에도 초점을 맞출 수 있지만, 해당 작품을 통해 지상파에서 본격 첫 주연으로 나선 배우 김영광의 입체적 연기 변신 면에서 일단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

아빠라고 우기는 어린 남자와 그 가족 간의 우여곡절을 그린 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에서 홍나리의 아빠에서 연인까지 모두 소화한 고난길 역의 김영광과 이슈데일리의 인터뷰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촬영이 모두 끝나고 나니 갖고 있던 긴장감이 빠져서 평소에 좀 더 말을 많이 한다거나 행동이 편해진 건 사실이에요. 작품이 끝나고 출연진, 스태프분들과 간단하게 술도 좀 마시고 ‘잘 끝냈다’고 격려하며 훈훈하게 마무리 지었어요. 이 드라마를 하고서 ‘난길 애비’, ‘난길 파파’라 불러주시는데 수식어 같은 게 생겨서 좋더라고요.(웃음)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반응도 있는데, 그렇게 얘기해주셔서 기분 엄청 좋았어요. 이전 작품들과 달리 저의 이야기 거리가 많이 나왔잖아요. 칭찬해주셔서 너무 고마웠죠. 그런 걸 받아본 적이 없다보니 생소하기도 했지만, 이 작품을 하길 잘 했구나 생각죠. 연기한 보람도 느꼈고요.”




‘우사남’에서 김영광은 고난길 역을 통해 여성들의 ‘아빠 같은 남자’라는 이상형을 실천했다. 때로는 딸 나리를 대하며 엄격하게 꾸짖기도 하며 때로는 다정함과 걱정으로 ‘기습 심쿵’을 선사했다. 훈훈한 비주얼 너머 눈빛과 표정, 말투를 적재적소에 연기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터.

“디테일한 지문이 대본에 많이 쓰여 있었어요. 대본 대로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대본에 충실했어요. 상황에 맞게끔 주어진 대로 이해하기 쉽고 정확하게 연기하려 했죠. 저는 드라마를 모두 촬영한 후에 새로운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는 다시 한 번 모니터링 하거든요. ‘저런 건 안 해도 되는데’라는 걸 캐치하면서 앞으로 그런 부분은 빼고 연기하려 해요. 굳이 아버지라는 이미지에 얽매이려고는 안 했어요. 연하남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여야만 새 아버지의 사연에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았어요. 원작 웹툰도 봤는데 너무 사연이 있는 척을 하면 진부한 캐릭터가 될 것 같았어요. 상황에 맞는 연기를 하려 했죠. 초반에는 본방 볼 시간이 있어서 짧은 영상을 다시 찾아보고 반응도 많이 봤어요. 열심히 해서 캐릭터를 구체화하려 했고요. 재미있는 신들이 많았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부터 기분이 굉장히 업 돼 있었죠.”

난길 캐릭터는 나리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서투르지만 지속적인 사랑 실천으로 이른바 ‘직진남’으로 통하기도 했다. “고난길 역을 맡고서 ‘내가 아직까지는 깊은 사랑을 안 해봤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고지순한 사랑을 따라가기 힘들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난길이가 고독하고 지독한 거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걸어가고. 스스로 좀 연기가 아쉽기도 했죠. 깊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울기만 해서 슬픈 게 아니듯, 표현 방식에서 고민이 많았어요.”

김영광이 직접 언급한 바, ‘우사남’에서 수애와의 인상적인 멜로 장면이 여럿 있었지만, 그 가운데 나리가 창고에 갇힌 후 난길을 불러 발자국이 누구 건지 따져보는 장면에서 서로 마주본 후 감정이 통하는 장면이 있다. “배우들 스스로 느끼기에도 마주치는 스파크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애틋한 스킨십의 키스신과 백허그신도 물론이다.

“수애 선배님과의 호흡은 굉장히 좋았죠.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고, 아무 부담감 없이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디테일한 걸 잘 집어내주시더라고요. 저는 누나가 하는 거에 반 이상도 안 했는데 굉장히 잘 받아주셨어요. 굉장히 털털하셔서 좋았고요. 키스신 하기 전에는 대화도 안 하다가 촬영한 에피소드도 있어요. 일단 제가 하고픈 대로 연기했는데, 어느 정도 수위까지 갈지 물어보고 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그것도 괜히 민망해서 결국 안 물어보는 걸로 선택했지만요.(웃음) 다행히 바로 감독님께 오케이 받을 수 있었어요. 수애 누나와는 첫 대면 때부터 친해지려 노력했어요. 초반에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침은 뭐 먹었는지부터 괜히 많이 물어봤죠.”




이수혁과의 티격태격 반전 브로맨스도 볼거리였다. ‘우사남’ 이전 모델 활동 당시부터 절친으로 소문난 두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권덕봉(이수혁 분)까지 나리에 대한 애정이 생기며 나리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펼치는 찰떡호흡이 귀엽게 완성되기도 했다.

“연인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웃음) 수혁이랑은 워낙 오래된 사이여서 친구이자 동료고, 형, 동생이죠. 워낙 친하다 보니 서로 원래 성격, 행동 패턴을 너무 잘 알아요. 알고 지낸지 11년이나 됐네요. 현장에 줄곧 있다 보면 평소 서로에게 대하는 태도가 툭하고 나오는데 그게 케미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진지하다가도 웃음 참기 어려울 때가 있었어요.”

다다금융 대표 배병우(박상면 분)의 부하 김완식(우도환 분)과의 날선 관계는 난길의 미스터리한 과거를 강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병우의 명령을 받은 완식은 ‘홍만두’ 운영으로 나리와 함께 새 삶을 찾아가는 난길을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되게 좋았어요. 현장 카메라 감독님이 도환이를 보고 느와르 장르 얼굴이라 하시더라고요. 제가 뭘 했다기보다 그 친구가 저를 잘 챙겨준 기분이었어요. 끝나고서도 얘기 많이 하고 그랬죠.”

김영광 자신의 연기발전, 배우들끼리의 케미는 흡족했지만 ‘우사남’은 KBS2 월화드라마 전작 ‘구르미 그린 달빛’의 높은 인기에 미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방송 초반 시청률 10%에서 점차 하락세를 보이더니 3.5%까지 떨어지며 고배를 마셨다.

“운도 있는 것 같아요. 시청률 때문에 드라마 하는 것 자체가 소홀해진다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지는 않았어요. 저는 이 작품을 하면서 좋은 역할을 하게 된 것 같았거든요. 이 드라마가 저에게는 충분히 영양가 있었어요. 되게 재미있었고요. ‘나에게 좋은 이력이 되는구나’ 생각이 들었죠. 경쟁프로의 영향도 받았겠지만, 저는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시청자 입장에선 난길이의 캐릭터 일관성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는 했거든요. 연기를 하면서도 이런 부분을 어떻게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대사의 문제점이라기보다 상황에 대한 몰입도가 일관된 부분이 많이 사라지다 보니까 전개가 끊기는 느낌이 있을 것 같아요. 쉽지 않은 대본이기는 했죠. 그냥 봤을 때 캐릭터의 감정 상태가 시간에 따라 예측이 돼야 하는데, 제가 그걸 파서 연기를 해야 했고요.”




결코 쉽지 않은 환경에서 김영광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2006년 모델부터 활동을 시작해 2008년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연기자 변신, 이후 ‘총각네 야채가게’ ‘굿 닥터’ ‘아홉수 소년’ ‘피노키오’, 최근에는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영화로는 ‘차형사’ ‘피끓는 청춘’, 그리고 2017년 개봉을 앞둔 ‘원더풀 라이프’(가제)까지 매해 거르지 않고 꾸준히 다작해온 배우다.

“제가 진심을 다해서 연기했다고 생각되면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제가 생각한 거에 대한 부분을 100% 끌어냈다 생각할 때요. 시청자 반응을 작품 활동 중간에는 그렇게 많이는 휩쓸리지 않으려 해요. 제 집중력을 나누고 싶지 않아서요. 드라마를 찍고 있는 즐거움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예전부터 새로운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왔어요. 앞으로도 그런 한 포인트가 있다면 연기할 것 같아요. ‘우사남’에서 액션신을 이렇게 길게 찍은 건 처음인데, 생각보다 좋더라고요. 뭐든 좋지만 활동적인 캐릭터가 일단 더 욕심나긴 해요.”

당장에 작품이 끝난 후 김영광이 하고픈 일은 “일단 집 정리”란다. “버릴 것도 버리고 정리도 하고 싶어요. 촬영할 때는 진짜 잠만 자러 집에 들어와서 잘 못 치웠거든요. 지저분할 수밖에 없었죠. 한 해 마무리도 일단 집을 깨끗하게 치운 다음에, 두 번째는 수영을 다닐까 생각 중이에요.”

87년생 김영광은 이미 서른을 맞이한 후 한창 무르익어가는 시기다. 이번 해의 마무리에서 ‘우사남’ 역시 그에 충분히 역할 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른이 됐을 때는 ‘아 삼십이구나’싶었는데, 내년이 이제 진짜로 삼십대에 들어서는 기분이에요. 삼십 대가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크게 나쁜 일 없이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놀고, 사람들 만나고 그냥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그게 목표가 돼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결혼 시기도 아직은 딱히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누나 조카가 작년에 태어나서 계속 조카를 보고 있는데, 조카 때문에 결혼을 빨리하고 싶은 느낌은 딱히 없고요. 결혼, 언젠가는 하겠죠. 아직 ‘결혼은 하려나’ 이런 막연한 생각이에요.”

그에게 2016년 가장 큰 힘을 쏟은 드라마 ‘우사남’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민트 같았어요. 좀 상쾌해졌다고 할까요.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긍정적인 태도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든 상황도 긍정적으로 정리가 된 것 같고요. 그래도 별 탈 없이 잘 지나간 것 같아요.”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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