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조인성 "현빈과 경쟁 부담? 내 영화에 자부심만 있을 뿐"
기사 등록 2017-01-1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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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 배우 조인성이 영화 '더 킹'으로 스크린 복귀를 성공적으로 알렸다. '더 킹'은 현재 40%가 넘는 예매율로 '실시간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권력의 맛을 알기 위해 검사가 됐고, 그 중심에서 권력을 누리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박태수 역을 맡은 조인성을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비열한거리'를 그의 인생작으로 기억하고 있다면 이제는 '더 킹'으로 재편하게 될 것이다. 이 문장이 과언이 아니란 걸 확신할 수 있다. 나쁜 짓을 하고 다녀도 관객들을 설득해 끝내 제 편으로 만드는 조인성의 연기에 홀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햇수로 9년만의 스크린 컴백이다.
제대 후 드라마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까지 찍었지만 영화는 오랜 만이라 영화 시나리오를 까다롭게 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변명을 해보자면 순리대로 간거다. '권법'을 말년 휴가 때 이미 결정했다. 박광현 감독님과 당시 정태성 대표님과 의기투합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투자가 잘 안됐다. 여기서 왜 기다렸냐고 물어보면 주연 배우가 빠지면 힘이 빠지니까. 박광현 감독님이 얼마나 오래 기다린 걸 아니까. 그래서 기다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날 보여주는 텀이 상대적으로 길었다. 빨리 복귀는 하고 싶은데 영화를 선택하자니 촬영하고 편집하고 개봉까지 하려면 빠르면 6개월이 또 걸린다. 그 찰나에 노희경 작가님이 대본 주셨다. 그리고 끝내고 영화 좀 봐야제 했는데 또 대본을 주셨는데 작품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또 했고 '더킹'을 출연하기로 했는데 뒤로 촬영이 밀리면서 '디어 마이 프렌즈'와 같이 찍었다.
- '더 킹'을 본 소감이 어땠나.
언론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생각보다 내가 계속 나왔다. 다른 작품 주인공보다 더 많이 나왔다.(웃음) 뒤로 빠질 수도 없는데 정면으로 서다보니까 내 연기를 체크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내레이션도 많고 문제되는건 없었나 이런 걸 체크했다. 그러다보니 웃음 터지는 걸 늦게 캐치했다. 영화를 객관적으로 못봤다. 처음 보는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이 있었다.
- 검사가 비현실적으로 잘생겼다는 재미있는 반응이 있더라.
제가 아닌 다른 배우가 선택됐다면 조금 더 리얼하게 표현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적인 기법, 상업영화 틀 안에서 움직이고 15세라는 틀 안에서 움직이려면 태수가 호감스러워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우리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감의 형태가 형성된다고 생각했다. 비호감적으로 보이면 태수가 결말에 가기도 전에 보기 싫어진다. 외모에서 주는 이질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가 검사가 어떻게 생겼는지 일일이 확인해보진 않았잖나. 하하. 잘생긴 검사도 있을 것이다.
- 한재림 감독은 왜 조인성을 전면으로 내세웠을까.
고맙게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제 또래 배우는 저라고 생각했다고 하셨다. 이건 한 감독님의 개인적인 취향이자 기준이다. 난 물론 그 취향과 기준에 감사하다. 직접 만나 보여지는 이미지는 모성애가 느껴지고 얌전하고 모범생같았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마초 같은 면도 있고 캐릭터에 잘 부합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 확신을 주셔서 도전적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
- 본인이 뽑은 명장면은?
사법고시에 패스하고 헹가래 하면서 활짝 웃는 장면이다. 태수 인생의 가장 예쁜 시절이다. 내가 그 모습이 있었는지 그 때 알았다. 요즘 심각하게 살고 있지 않나. 모두들 다 그렇게 활짝, 예쁘게 웃고 있는 인생의 한 장면이 있을 것이다.
-10대부터 40대까지 태수의 일대기가 그려진다. 포인트를 준 지점은 어디인가.
포인트가 있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포인트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10대부터 친구였던 사람들은 태수를 계속 보니까 그의 얼굴이 변한 걸 모른다. 매일 보는 친구의 얼굴이 변한 걸 캐치하는 사람이 있을까? 캐릭터에 외적인 것에 변화를 두기 보다는 상황과 선택, 관계에 따라 연기를 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만 표현해도 물 흐르듯이 갈 거라고 자기합리화를 좀 했다. 엄마가 보는 조인성, 관객이 보는 조인성, 친구가 보는 조인성, 그 모습이 다 달라도 조인성이다.
- '더 킹'을 촬영하면서 정치에 대해 달라진 시선이 있나.
나는 보편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사건들은 실제 있었던 일이다. 군부 독재 내레이션도 팩트다. 그런데 현 시국에 오면서 감정이 바뀌었다. 내가 무지해서,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사실들만 알았었지, 그게 왜 지금 사건들로 이뤄졌고, 무슨 문제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시국이 바뀌면서 관심이 정치에 쏠렸고 내가 권리를 다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다. 영화를 또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 '더 킹' 영화 속 설정이 실제 상황과 맞아떨어지게 되서 당황 했을 것 같다.
가장 이성적이어야 할 검사가 샤머니즘에 의탁해서 각자의 사리사욕을 채운 다는 것 자체가 풍자였다. 왜냐하면 의구심이 없었으니까. 현재는 농단사태로 인해 합리적인 의심이 돼버렸다. 김이 새더라도 구경거리고 전락이 됐다면 성공이라고 본다. 그런 마음이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이념 때문에 민주주의를 이렇게 왜곡시켜서는 안 될 것 같다.
- 영화 속에서 가장 힘을 준 장면은 어디일까?
펜트하우스 장면이다. 그 장면 찍기 너무 힘들었다. 권력의 상징들이 노는 장면이다. 그들이 어떻게 놀까 생각하면 보통 지하세계를 연상시키는데 우리는 지상으로 간다. 노는 장면을 구경하라고 오픈도 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사람들 소개시켜주는 장면이 다 원샷 원컷으로 찍은 것이다. 정말 힘들었다. 워킹 무빙이 안 맞아서 조금만 합이 안 맞아도 프레임이 아웃되고 다시 찍어야 한다. 하루 종일 찍은 기억이 있다.
-후배들이 좋아하는 선배 배우로 자주 꼽힌다. 조인성에게 태도를 많이 배웠다고 말하고들 한다.
얼마 전에 경수에게 '으르렁'을 배웠다. 더불어 살기 위해서, 선배의 자세, 그런 것들을 가끔 선배 배우가 해줬을 때의 놀람을 주기 위한 아이템이다. 하하. 그리고 나에게 배운 게 아니라 그들이 잘하는 거다. 그걸 누가 가르쳐서 하겠나. 솔직히 1년은 할 수 있겠지만 자기 본성 오래 못 감춘다.
- 조인성이 앞으로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욕심은 또 어떤 게 있을까.
지상파, 비지상파, 영화, 운 좋게도 지금 다 할 수 있고 경험을 해봤다. 선택 폭이 넓어졌다. 지상파는 공감형태가 많다. 전형적이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내용이다.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면 그런 형태의 드라마도 막장만 아니라면 할 수 있다. 비지상파는 소재가 다양해졌다. '미생',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 표현의 자유가 더 넓어졌다. 영화는 여기서 못 다루는 걸 해야 한다. 공감형태의 작품을 하자면 나는 영화를 안 하고 드라마를 할 것이다. 드라마에서 못 다루는 내용이 있다면 그건 영화가 돼야 한다. 멜로는 이왕이면 드라마에서 하고 싶다. 앞으로 나는 영화도, 드라마도 다 할 것이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은?
지금 한 말이 번복될 수도 있는데 지금은 조금 더 영화를 하고 싶다. 장르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다. 제가 했으면 하는 캐릭터나 내용을 주위에서 많이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저를 제가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가혹하다.
- 현빈의 복귀작 '공조'와 같은날 개봉이다. 영화에 자부심이 있어 보인다.
현빈과는 친하다. 예비군 훈련가서도 밥 같이 먹었다. 배우로 생활하면서 10년이 넘게 경쟁해왔다. 이제와서 '공조'와 붙는다고 부담감을 말하기엔 나에게 경쟁은 너무 자연스럽다.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난 내 영화에 자부심이 있을 뿐이다.
유지윤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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