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박해진① ‘치인트’에 관한 이야기, 사전제작과 연출 그리고 ‘아쉬움’

기사 등록 2016-02-26 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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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변진희기자]2012년 ‘내 딸 서영이’에서 ‘국민 연하남’으로 2013년에는 ‘별에서 온 그대’을 통해 ‘해바라기남’으로 2014년에는 '나쁜 녀석들'에선 소름끼치는 ‘사이코패스남’으로 분해 다양한 캐릭터를 넘나들며 폭넓은 여기를 보여준 박해진. 2016년에는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을 통해 모든 여대생들의 워너비 선배로 등극,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진은 드라마 촬영을 마무리하고, 조금은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기대 이상의 반응이여서 기분이 좋아요. 무사히 마무리되기만을 바라고 있죠. 다만 처음 기획의도대로 달콤하고 살벌한 선배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커요.”


#박해진과 유정선배

박해진은 화제의 웹툰 ‘치인트’가 드라마화 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정 역의 캐스팅 1순위로 거론된 인물이었다. 외모는 물론이고 극과 극을 오가는 성격을 연기하기에 박해진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 ‘치인트’ 팬들의 평이었다. 때문에 박해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캐스팅 제안을 몇 번이고 고사했었다고.

“워낙 좋아했던 웹툰이었던지라 캐스팅 제안을 받고 ‘이건 내가 할게 아니야’라고 생각했어요. 드라마로 만드는 것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었죠. ‘정말 내가 하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으로 한 번 더 웹툰을 정독했어요. 잘만 만든다면 정말 재밌는 캐릭터가 나올 것 같아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유정이라는 인물이 참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겉으로 보기엔 ‘저 친구는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라고 보여질 수 있는데, 사실은 굉장히 순수하고 아이같은 친구거든요. 제가 해석했던 캐릭터의 모습을 보시는 분들도 느낄 수 있도록,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극 초반 박해진의 진가는 제대로 빛을 발휘했다. “홍설(김고은 분) 앞에서는 다정한 남자친구로, 다른 사람들에겐 차갑고 냉정한 날카로운 유정이 되고 싶었다”는 말처럼, 그의 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높은 몰입도를 선사했다. 그런 ‘반전미’가 제대로 드러났던 장면 중 하나가 상철선배(문지윤 분)와 옥상에서 부딪혔던 장면. 박해진 역시 “유정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에 굉장히 좋았던 장면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꼽았다.



#사전제작에 관한 이야기

하지만 기대감이 컸던 탓일까. ‘치인트’는 회를 거듭할수록 원작 그리고 기획의도와 다른, 방향성을 잃은 연출로 ‘치어머니’들의 원성을 사게 됐다. 이는 박해진에게도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사실 웹툰이라는 원작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질타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웹툰 속에서 생동감 있게 표현되던 캐릭터들이 오히려 3D로 표현되면서 죽은건 아닌가란 느낌이 들었어요. 웹툰에서는 모든 캐릭터들이 살아있는 캐릭터란 느낌이 들거든요. 물론 드라마에서 모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다 살릴 순 없지만, 너무 주연위주로 전락해버린 것은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있어요.”

이는 아직 국내드라마에서 시도해본 바가 많지 않은 ‘사전제작’ 시스템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사전제작은 일명 ‘쪽대본’의 압박과 밤샘 촬영으로 인한 배우 및 스태프들의 체력고갈 등의 문제점을 보안하고자 나온 대안법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에 즉각 피드백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이미 촬영을 다 마친 ‘치인트’가 시청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기엔 한계점이 있었을 터.

박해진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직 한국에서는 사전제작 시스템이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 같아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리를 잡아가겠죠. 사전제작은 내일 모레 방송될 것을 밤샘하면서 촉박하게 촬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문제점은 지금 방송에서 나오고 있는 것들이랄까요. 기획의도라는 것이 한 발짝만 잘못 내딛어도 어긋나기 마련이에요. 사전제작은 ‘이것이 맞다’라고 생각하고 촬영하는 수밖에 없어요. 피드백이 없기 때문이죠. 이것이 가장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물론 한국에서도 조금씩 사전제작에 눈을 뜨고 있어요. 아직 한국에서만 남아있는 지금의 시스템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결국 해내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드라마 시장이 많이 변화되고, 국내 드라마가 해외로 수출되기도 하는데 사전제작 시스템을 잘 활용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연출 그리고 아쉬움

피드백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박해진은 본인이 출연한 작품임에도 불구, 조심스러우면서도 날카롭게 ‘치인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편집을 하면서 회상신이나 BGM을 삽입해 부족한 부분들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있어야할 장면들이 보여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문제가 될 수 있죠. 방송을 모니터하면서 ‘저 장면은 분명 설명이 필요할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장면들이 많았어요. 촬영을 했던 것들도 방송에 나오지 않아 많이 아쉬웠죠. 심지어는 예고편에 나왔던 장면들도요.”

지난 방송분 중에서는 공주용(김기방 분)과 유정의 갈등관계가 그려지는 신이 있었다. 해당 장면은 ‘어떻게 두 사람이 아는 사이가 됐나’ ‘어떤 사연이 있었기에 공주용이 유정에게 그렇게 치를 떨 수밖에 없게 됐을까’에 대한 의문점을 남겼다. 놀라운 사실은 두 사람 사이에 얽힌, 방송에선 공개되지 않은 사연이 촬영된 바가 있다는 것이었다. 해당 장면은 원작에서는 중요한 한 부분으로 꼽혔던 만큼, 이를 살려내지 못한 것에 대해 박해진은 아쉬움을 표했다.

“드라마화가 되기 이전에 웹툰을 너무 재밌게 봤던 팬이었어요. 그래서 드라마를 향한 혹평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에요. 원작자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웹툰 속, 너무 좋아했던 캐릭터인 유정을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하지만 조금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워요. 방송을 본 저로서도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원작자분께선 어땠을지, 유정을 맡은 배우로서 원작가에게 사과하고 싶어요.”



#박해진에게 ‘치인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인트’는 박해진의 필모그래피에 남을 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치인트’를 기억하고 싶을까.

“유정에게 조금만 더 친절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가장 빛날 나이 25세의 유정 역을 맡았잖아요.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방송까지 잘 마무리 됐으면 좋겠어요.”

“‘치인트’가 저에게 오히려 약이된 것 같아요.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기 때문에 다음 작품에선 오히려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사진제공=더블유엠컴퍼니)

 

변진희기자 cvcv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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