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화살비 뚫은 송중기, 무릎 꿇은 이유는?
기사 등록 2011-10-1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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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상준기자]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과 태종의 극단적인 대립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방송된 SBS 새 수목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이도(송중기 분)는 쏟아지는 화살 비 속을 유유히 걸으며 자신의 아버지 태종(백윤식 분)을 향했다.
이날 방송에서 이도는 태종의 뜻을 깨닫고 임금을 상징하는 모든 물건을 들고 그가 군사들을 훈련시키는 연무장을 찾았다. 태종은 이도의 등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궁사들을 지휘, 화살을 쏘도록 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이도와 태종의 정면대결이냐 전면항복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
앞서 태종은 이도에게 빈 찬합을 전했고 이도는 이를 잘못 해석해서 '자결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빈 찬합'은 당시 고전을 열독하던 시대, 삼국지의 조조와 순욱의 고사를 의미하는 것. 하지만 태종은 "자결로 알아듣고 그리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냐"며 "이도는 똑똑하니까 알아듣겠지"라는 말로 숨은 의도가 있음을 암시했다.
또 이도는 앞서 "나 이방원의 대의가 곧 조선의 대의다"라는 태종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못했지만 “대의? 지랄하지 말라 그래”라는 똘복의 거침없는 말에서 강력한 태종의 카리스마에 눌려있던 임금으로서 자아를 찾게 됐다. 이도는 태종으로부터 군사권을 제외한 왕위를 이어 받았지만 태종의 카리스마에 눌려 아직 단 한번도 제대로 임금의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12일 방송되는 '뿌리 깊은 나무'에서는 화살비 속을 유유히 걸어들어간 이도가 태종이 서 있는 계단 밑에 꿇어 앉는다. 이도는 자신의 무례에 대한 용서를 구하며 태종의 뜻대로 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태종도 이도의 진심이 아님을 알아채고 "자신의 뜻대로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
이에 이도는 현량한 젊은 학자들과 함께 조그만 전각을 지어 경전을 배우고 익히며 그를 보필하겠다하고, 태종은 그 전각의 이름을 '집현'이라 지어준다.
'뿌리 깊은 나무'의 뿌리는 원작소설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 소설 '뿌리 깊은 나무'가 성장한 군주 세종의 한글창제와 실용중시의 치세에 반하는 음모론을 바탕으로 겸사복 채윤의 날카로운 추리가 빛났다면 드라마는 세종이 어떻게 그런 군주로 자라났는지에 대한 디테일한 가정을 그려내고 있다.
드라마는 조선 초기 수차례의 왕자의 난과 피바람을 경험한 젊은 세종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꼽히는 이유를 천착하고 있다. 하지만 세종의 성장을 단지 아버지 태종과의 대립에서만 찾고 있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는 형제들을 살해하며 역사상 가장 사악하고 강인했던 군주인 태종 이방원의 역사마저 새로 썼다.
드라마 속 태종의 모든 행동은 의미를 갖고 이뤄졌다. 태종이 내린 '빈 찬합'은 빈 공간은 이도만의 의지로 채울 것을, 또 이를통해 깨달은 33방진의 의미는 가둬진 생각을 벗고 숨겨진 빈 공간을 활용하라는 의도가 담겨있었다. 이러한 빈찬합과 방진의 풀이는 이후 세종이 걸어가는 '자기만의 조선'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태종이 군사를 모으고 훈련한 것 또한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로 유약하고 무기력한 세종의 본성을 일깨우는 일종의 시위였던 것. 태종은 사자와 같은 강인한 훈육법으로 이도를 절벽으로 내몰았고 이도 역시 절벽 끝에 서서 '자신의 나라 조선'의 비전을 찾게된 것이다.
박상준기자 sj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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