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케치]‘밀정’ 차가움으로 시작해 뜨겁게 끝나는 ‘역사의 단면’

기사 등록 2016-08-2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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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잡아야만 하는 자, 그리고 잡혀서는 안 되는 자의 목숨을 건 추격전이 펼쳐진다. ‘밀정’(감독 김지운)의 일제강점기 정 중앙, 극한의 시대가 낳은 극단의 인물들은 우리 민족의 과거를 비춘다.

25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는 영화 ‘밀정’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김지운 감독, 배우 송강호, 공유, 한지민, 엄태구, 신성록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 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로 친일을 선택한 인물 이정출(송강호 분)과 항일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새로운 리더 김우진(공유 분)을 큰 축으로, 이들 사이 이데올로기적 서스펜스가 줄곧 이어진다.




이날 영화를 연출한 김지운 감독은 “처음에는 한국형 스파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서구형 스파이 영화는 많더라. 그런 영화들을 레퍼런스로해서 차가운 스파이 영화를 만들려 했다”라고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런데 만들다보니 뜨거워지더라. 서구와 우리나라의 역사적 배경이 굉장히 다르다는 걸 새삼 느끼면서 부터다. 우리는 주권 회복에 목숨을 건 의열단의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영화가 차갑게 시작했지만 뜨겁게 마무리 지어진 점을 언급했다.

또 김지운 감독은 “저의 자의식보다 인물들을 따라 영화를 연출하게 됐다”라고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을 말하며 “아이가 어디로 가는지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의미가 깊은 영화가 됐다”라고 전했다.

송강호와 네 번째로 함께 작업하게 된 소감으로는 “20년 동안 최정상에 있으면서 자기 자신의 한계를 깨어나가는 점이 무척 놀라웠다”라며 “송강호 씨의 또 다른 모습을 이번에도 보면서 놀랐다. 송강호 씨만의 독보적인 인간적인 매력과 감성이 있었다. 그 점이 매력인 것 같다. 시대의 압박에서 밀려가며 경계에 서 있는 정신적 이중국적자가 시대의 강력한 회오리에 떠밀려가며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던 행동을 잘 보여줬다”고 말하며 송강호를 극찬했다.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 역을 맡은 송강호는 “일제시대를 그린 많은 작품들을 접해왔지만, ‘밀정’만이 가진 독창성이 있다. ‘밀정’은 많은 분들의 희생, 인간적 고뇌 등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진 영화다. 아픈 시대를 관통해 온 많은 분들의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춰 연기하려 했다”라며 “영화가 창의적이고 입체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연기를 한 소감을 밝혔다.

송강호는 “서대문 형무소에서 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날이 하필 기온이 가장 추운 날이었다. 새벽 5시에 서대문 형무소에 들어가서 오랜 시간 촬영을 했는데, 새삼 연계순을 포함한 수많은 독립운동가, 목숨을 바친 많은 분들이 생각나더라”라며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연계순이라는 인물은 비중에 상관 없이 굉장히 상징적인 인물이라 생각 한다”고 극 중 한지민이 분한 여성 의열단원 연계순에 대해 고찰했다.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으로 분한 공유는 “나는 고생한 거 없다. 재미있게 촬영한 것 같다”라고 촬영 소감을 전했다. 이와 더불어 “많은 양의 액션 연기를 한 경험이 있고, 정두홍 감독의 치밀한 연출 덕에 액션 장면이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다”라며 “리더로서 돋보이기 보다 대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눈빛과 말투 등으로 계속 유지하려 노력했다”고 말하며 캐릭터를 분석했다.




의열단의 핵심 여성단원 연계순 역의 한지민은 “사실 의열단 분들이, 특별한 분들이 모여서 결성된 게 아니었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분들이 오롯이 조국에 대한 신념 하나를 가지고 독립 운동을 했던 것이라 생각해 고통의 순간에서 여성이 느낀 감정이 남달랐을 것 같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연기했다”고 말했다.

한지민은 영화에서 잔인할 정도로 큰 고문을 당한다. 이에 대해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감독님이 얼만큼의 강도로 촬영하실까 고민했다. 맞는 장면은 거의 처음이었는데, 쇠사슬에 팔과 다리가 묶여있으면서 인두가 가짜라는 걸 알았지만 공포감이 굉장히 크더라. 눈물부터 차오르더라. 내가 연계순이라면 과연 실토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싶었다. 한참을 컷 하다가 다시 촬영하고를 반복했다”라며 “독립운동 하셨던 분들의 아픔이 전해지더라”고 밝혔다. 덕분에 한지민은 당찬 면모로 단아함 속에 숨은 강인함을 표현해낼 수 있었다.

독립군 잡는 일본경찰 하시모토로 출연해 악역 카리스마를 발산한 엄태구는 극 중 부하의 따귀를 세차게 때리는 장면을 떠올리며 “나는 사실 그런 성격이 아니다”라며 쑥스러워했다. 이에 김지운 감독은 “한 번에 촬영하지 않고 네 번에 걸쳐 촬영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해 시사회 참석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의열단의 핵심 단원이자 김우진의 10년 지기 조회령으로 분한 신성록은 “어렸을 때부터 영화배우가 꿈이었기 때문에 감독님, 배우들과 같이 촬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 이었다”라며 “다들 나쁜 놈, 좋은 놈인 것 같았다”라고 조회령을 통해 작품의 전체적인 의미를 전했다.

‘밀정’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화가 펼쳐 보이는 극적인 전개는 마냥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극적이고 비극적인 일을 겪은 우리 민족의 이야기는 아무리 재생산되고 재생산돼도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차오르도록 만든다. 감독과 배우들의 말처럼 이 영화는 ‘뜨거운 영화’다. 8.15 광복절은 지났지만, 어느 시기에 봐도 이 영화는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한편 ‘밀정’은 오는 9월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이슈데일리 한동규 기자)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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