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무당]‘아수라’ 예고편 보고 ‘신세계’과 비교해 승자 예측해보기

기사 등록 2016-09-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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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양지연기자] ‘영화무당’은 영화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화제작들의 예고편을 장면마다 꼼꼼히 살펴보고, 제작진이 미처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를 기자들의 시선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코너다. <편집자주>

‘영화무당’ 열세 번째 시간은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로 선정했다. 지난 13일 제41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식 상영회를 가진 이 영화는 정우성과 김성수 감독이 ‘비트’ 이후 15년 만에 호흡을 맞추는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화의 제목인 ‘아수라’는 축생계와 인간계 사이에 있는 중생을 뜻한다. 이는 원래 싸움의 신이었으나 부처님에게 귀의해 불법을 지키는 신이 된 존재다. 아수라 중생들은 다툼과 싸움이 일어나는 세계에서 사는데, 그것이 바로 영화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다름없다.


‘아수라’의 예고편은 처음부터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가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의 얼굴을 부여잡으며 “어떻게 개XX가 주인을 물어”라고 다그치는 것이다. 형사를 이렇게 막 대하는 시장이라니, 정상적인 관계로 보이지는 않는다. 여기서 더욱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이를 지켜보는 한도경의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다. 한도경은 원망, 혹은 분노를 담은 눈빛을 보낸다. 그런데 그 대상이 분명하지 않다. 자신을 잡고 있는 박성배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뒤에서 방관하듯 서있는 문선모를 노려보는 것 같기도 하다.

세 사람만으로도 숨 막히는 압박감이 밀려오는데, 여기에 한도경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검사 김차인(곽도원)까지 등장한다. 김차인은 “박성배가 시켰죠?”라며 다 알고 있다는 듯 은근한 미소를 흘린다. 이 장면만으로는 김차인이 누구에게 말을 건네는지 짐작하기 힘들다. 다만 인물소개를 미리 접한 상황에서 예상해보자면 한도경과 문선모 둘 중 한 명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다음 장면에서 ‘그 박성배’가 다시 등장한다. 그는 “네가 할래?”라며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제시한다. 김차인이 심문하는 상대와 박성배가 무언가를 제시하는 상대는 아마도 동일인물이지 않을까. 다른 단서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촉’에만 의지해 골라보자면 한도경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박성배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던 한도경이 그의 억압을 버티다 못해 문선모를 박성배에게 연결시키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박성배, 한도경, 김차인으로 이어지는 관계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자, 이제는 한도경과 문선모 둘의 입장 차이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문선모는 한도경에게 “행여라도 시장님 배신 때리지 마”라고 경고한다. 이는 한도경의 본래 의도와 다르게 문선모와 박성배가 또 다른 유대를 가지게 된 것을 의미하는 장면이 아닐까.

그런가하면 한도경은 김차인, 그리고 그와 편을 같이 하는 도창학(정만식)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도창학이 웃으면서 한도경을 바라보는 가운데 한도경은 다소 얼빠진 듯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어 흠씬 두들겨 맞는 한도경. 김차인과 도창학이 한도경을 말로써 협박하다가 결국 폭력까지 행사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부분이다.


여기서 장면은 다시 예고편 맨 처음, 박성배와 한도경이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누던 때로 돌아간다. 박성배는 한도경에게 분노하던 것과 다르게 “형이 잘 수습할 거야”라며 다소 친근한 사이처럼 보이는 발언을 한다. 다시 ‘촉’을 발휘해 ‘궁예’ 해보자. 혹시 김차인과 도창학의 협박에 못 이긴 한도경이 박성배를 배신하려다 들킨 것은 아닐까. 박성배는 한도경의 이용가치가 크다고 생각했든, 아니면 정말 그에게 인간적인 정을 느끼고 있든, 어쨌건 한도경을 다시 자신의 편으로 포섭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다음 한도경의 대사가 이 ‘궁예’를 뒷받침한다. 한도경은 연신 눈치를 보는 표정으로 “진짜 모르겠다. 잘못한 건가?”라고 독백한다. 박성배와 김차인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의 내적갈등이 한껏 표출되는 부분으로 여겨진다. 여기서 문득 떠오르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2013년 개봉했던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다. 경찰청 수사 기획과 강과장(최민식)과 골드문 실세인 정청(황정민)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신입경찰 이자성(이정재). 그와 한도경의 처지가 겹쳐 보인다. ‘아수라’와 ‘신세계’는 같은 회사에서 제작했기에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걸까. 그렇다면 ‘신세계’의 결말과 ‘아수라’의 결말은 비슷한 양상을 띠게 되는 것일까? 예고편을 좀 더 들여다보자.

김차인이 박성배를 검거하기 위해 한도경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결정적인 대사가 나온다. “박성배가 살인 교사한 증거를 가지고 오라니까”라는 말이 그것이다. 이제 한도경이 잠시 뒤로 빠지고 김차인과 박성배가 직접 맞붙는다. 먼저 박성배는 김차인에게 “얼마면 됩니까?”라며 질문하고 김차인은 이에 대해 “절대 믿으면 안 되는 그런 눈을 가지셨다, 우리 시장님”이라고 받아친다.

박성배가 김차인에게 협상을 시도했으나 결렬된 것처럼 보이는 이 장면을 통해 현재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일지, 앞으로 주도권은 누구에게 넘어갈지 완벽히 예상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해당 장면 속 관객들을 끝없는 긴장으로 밀어 넣을 소름 돋는 연기가 펼쳐지리라는 예상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예고편은 점점 마무리를 향해 간다. 장례식과 행사장 등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장소가 번갈아서 등장하지만 그곳을 채우는 인물들의 상황은 동일하다. 선혈이 낭자한 패싸움이 겪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서는 앞에서 봤던 상황이 다시 반복된다. 평정심을 잃은 박성배가 한도경에게 주먹을 날리는 부분이나 김차인 무리에게 둘러싸인 한도경이 집단구타를 당하는 부분이 그렇다. 영화는 주요 네 인물의 심각한 갈등을 끊임없이 부각한다. 거기에 더해 한 편으로 여겨졌던 한도경과 문선모가 서로 총을 겨누고 몸싸움을 하는 등, 어느 곳에도 ‘절대적인 편’이 존재하지 않는 설정이 은연중에 드러나며 각각의 인물들은 지옥 끝까지 밀어 넣어진다.

결국 누가 살아남아 승자의 미소를 짓게 될까. 이럴 때 예고편의 마지막 장면이 곧 영화의 결말이라는 성급한 추측을 내리기 쉽다. 그러나 장례식장에서 한도경이 총을 들고 “밖으로 나와”라고 외치는 장면이 영화의 진짜 결말일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오히려 그 전, 도로에서 추격전을 벌인 끝에 일어난 폭발 속에서 피 흘리며 걸어 나오는 ‘누군가’가 승리한다는 결말이 좀 더 가능성 있지 않을까.

앞서 언급했던 ‘신세계’를 통해 마지막 ‘궁예’를 해보자면,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싸움에서는 졌던 한도경이 폭발 장면에서 이기며 최후의 승자 자리를 차지하게 되지 않을까. ‘신세계’에서 최후의 권력자로 남았던 이자성과 비슷한 처지 속 같은 운명을 걸어가게 되는 셈이다.

‘아수라’는 예고편 속 등장인물들의 행동만으로도 무한한 상상의 여지를 제공한다. 서로 속이고 쫓는 과정 속 인간 본연의 심리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관계 설정과 그 속에서 반드시 빛날 배우들의 연기력, 화려한 액션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인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수라’ 예고편 캡처)

 

양지연기자 jy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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