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퍼즐] '그녀는 예뻤다'의 재구성, 여전히 예쁜 그녀는?

기사 등록 2016-10-0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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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상록기자] 매주 새로운 아이템을 생각하고 도전하는 이슈데일리 기자들. 회의를 통해 탄생한 시리즈가 있었으니, 이름 하여 ‘캐스팅퍼즐’. “내가 감독 또는 작가라면 이렇게 하겠어!”를 바탕으로 한 내 마음대로 캐스팅이다(사심이 담길 수도 있다). 범주는 다양하다. 영화부터 드라마, 웹툰까지 이슈데일리 기자의 손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작품을 만나보자. <편집자 주>

어릴적 퀸카와 평범하다 못해 '무매력'에 가까운 한 남자. 그러나 시간이 흘러 처지가 완전히 뒤바뀐 이들의 로맨스를 그려낸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이 작품은 지난해 방송 당시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던 MBC 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웠다.

특히 황정음은 주근깨와 폭탄 맞은 듯한 파마머리를 통해 '못생긴' 여자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비현실적으로 예쁘기만 한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한국 드라마의 일반적인 통념을 깨트렸다는 점에서 '그녀는 예뻤다'는 꽤나 특별하다.(물론 회를 거듭할수록 황정음이 원래의 미모를 찾아가기는 했지만...)

진부한 설정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로코물'의 특성상 이를 상쇄하는데 있어서는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존재만으로도 브라운관을 휘어잡을 수 있는 개성 강한 스타들의 배치를 통해 '그녀는 예뻤다'의 감동을 되살려 보자.



# 김혜진(황정음)-서현진

여자 연예인에게 미모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상당한 결례가 될 수 있지만,그 와중에서도 비교적 편안한 이미지를 나타내는 이를 꼽는데 주력했다. 그런 기준에 있어서 서현진은 예쁜듯 하면서도 다가가기가 힘들 정도의 '절세미인'과는 다른 매력을 드러내는 몇 안되는 여배우이기 때문에 그를 김혜진 역으로 선정해봤다.또한,걸그룹 출신으로 데뷔해 배우로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 서현진과 황정음의 공통점이다.

화려했던 학창 시절을 지나 격변의 시기를 격은 후 외모,스펙...뭐 하나 내세울게 없는 잡지사 인턴 역의 김혜진은 그만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초라한 자신의 모습 앞에 사랑,기쁨,분노등의 자연스러운 감정 조차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김혜진. 서현진 또한 '식샤를 합시다2'에서 자존감이 낮은 작가 백수지 역을 맡아 실감나는 표현력을 선보였다.

두 사람 모두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를 지녔다는 점(김혜진은 주근깨와 불그스름한 피부,악성곱슬을 지니고 있다. 백수지는 어린 시절 뚱뚱하다는 이유로 수 많은 놀림을 받았고,그로 인해 사람을 믿지 않는다.)과 화려한 겉모습 보다는 진솔한 내면과 외모 이외의 매력으로 어필한다는 면에서 묘한 평행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현진은 이후 촬영한 '또 오해영'에서도 자신과 이름이 같은 '금수저' 오해영과 비교되는 '흙수저' 오해영 역을 통해 담백하고 사실감 넘치는 생활 연기에 일가견이 있음을 입증했다.



# 지성준(박서준)-조인성

까칠하면서도 내 여자한테는 한 없이 따뜻한 '츤데레' 캐릭터. 여기에 귀티 넘치는 분위기와 세련된 패션 감각까지... 잘 나가는 잡지사 부편집장 지성준 역에는 사실 누구를 세우더라도 기본 이상의 그림을 나타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완벽한 지성준만의 느낌을 살려내기는 쉽지 않았다.

고심 끝에 키,외모,분위기,비율,연기력을 두루 갖춘 남자 배우는 조인성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인성은 2014년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사랑이야'에서 '뇌섹남' 작가 장재열 역으로 분해 부드럽고 다소 예민한 이미지를 동시에 소화해냈다.

모델 출신 답게 매번 출연하는 작품마다 탁월한 스타일을 통해 남성들의 '패션 지침서'로 자리잡은 조인성.(물론 일반인이 조인성의 패션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자살 행위에 가깝다.) 그는 '괜찮아,사랑이야'에서도 깔끔함과 포인트를 확실하게 드러낸 의상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지성준의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은 '발리에서 생긴일'의 재벌 3세 정재민,'봄날'의 고은섭에서도 볼 수 있었고,그때 조인성이 선보인 연기는 20대 중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깊이와 폭발력으로 나타났다.



# 민하리(고준희)-정려원

'그녀는 예뻤다'의 남자 '패션왕'이 지성준이라면 여자 '패션퀸'에는 민하리가 있다. 민하리는 화려한 외모와 그보다 더 화려한 S라인을 지닌 호텔리어다.

고준희 이기에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 커트머리와 패셔너블한 스타일링,할말은 다 하고 사는 당당함은 극 초반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후에는 자신도 모르게 지성준에게 끌리게 된 후,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심도있게 표현하며 서브 여주인공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예쁜 여자는 많지만 옷까지 잘입으면서 예쁜 여자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정려원이라면 민하리의 대안이 되기에 충분하다.

여리여리한 몸매,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청순함과 톡톡 튀는 발랄함을 동시에 지닌 그의 매력이 묻어난다면 '그녀는 예뻤다'의 민하리로 변신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고준희와 정려원은 외모에 비해 연기력이 비교적 과소평가됐다는 점 또한 비슷하다.



# 김신혁(시원)-유아인

'그녀는 예뻤다'의 성공에는 남녀 주인공 박서준과 황정음의 공이 상당했지만,김신혁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는 평소에는 장난기와 허세가 넘치는 인물이지만 이후 혜진을 향한 진실된 마음을 표출하며 극의 긴장감과 애절함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능글능글하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진지해지는 김신혁. 소년과 남자의 느낌을 모두 그릴 수 있는 유아인이 단번에 떠올랐다.

해맑은 미소와 여심을 사로 잡지만 연기를 할때는 강단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아우라를 뿜어내는 유아인. 시상식에서 표현하는 거침없는 발언과 그 속에서 묻어나는 진중함까지 지닌 그가 '반전 매력남' 김신혁을 만난다면? 유아인만의 독보적인 캐릭터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MBC,CJ E&M,SBS,제이와이드컴퍼니,이슈데일리 DB)

 

김상록기자 honjk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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