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창용의 사극돋보기]'화정', 효종의 즉위 해피엔딩이 아닌 하나의 역사

기사 등록 2015-09-2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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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 '화정'이 종영까지 4회를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결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MBC 54주년 월화특별기획 '화정(극본 김이영, 연출 최정규)'은 조선왕조 역사상 정치적으로 가장 혼란스러웠던 선조 때부터 효종 때까지의 정치사를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의 면모를 그려내기 위해 기획된 작품이다.

'화정'에서 선조(박영규 분)와 인조(김재원 분)가 무능하고, 무책임한 군주의 모습을 그렸다면, 광해군(차승원 분)과 소현세자(백성현 분)는 안타깝게 왕좌를 빼앗긴 비운의 인물로 그려졌다. 선조와 인조의 무능과 무책임이 클수록 광해군과 소현세자에 대한 안타까움은 커졌다.

인조는 광해군을 몰아내고 왕위에 올랐지만 역시나 혈통과 정통성에 의심을 받는 것은 물론 광해군에 대한 열등감으로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김자점(조민기 분), 강주원(조성하 분) 같은 간신들에게 농락 당하는 것은 물론 아들인 소현세자마저 죽음으로 몰고가며 나라와 백성을 고통스럽게 했다.

그러나 인조 역시 죽음을 맞는다. 드라마에서는 인조가 김자점, 소용 조씨(김민서 분)의 계략에 넘어가지 않고 차남 봉림대군(이민호 분)에게 왕위를 넘기는 것을 큰 업적으로 평가를 한다. 봉림대군 또한 백성을 아끼는 마음이 있는 성군의 자질을 가진 인물로 소현세자에게 후계자로 낙점된 인물이다.

봉림대군은 인조 사후 왕위에 오른다. 바로 그가 조선의 17대 왕 효종이다. 효종은 역사에서 '북벌론'으로 설명되는 군주다. 드라마에서는 선조-인조가 망쳐놓은 조선의 정치를 그가 바로잡을 것으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효종은 이후 현종-숙종-경종-영조-정조에 이르는 기간 동안 조선왕조 평화에 기초를 닦은 군주다. 당시에는 이렇다할 외적의 침입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효종은 현종 때의 많은 예송논쟁과 숙종 때의 많은 환국의 단초를 제공했다.

효종은 즉위하자마자 인조 반정 당시 공신들을 대거 밀어내고 새로운 인재를 대거 등용했다. 김류, 김자점 등 반정에 참여한 서인들이 물러나고, 송시열 등 반정에 참여하지 않은 서인들이 대거 등용됐다.

효종은 과거 형인 소현세자와 함께 청나라에서 8년 볼모생활을 경험했다. 청나라에 우호적이었던 소현세자와는 달리 청나라에 적개심이 강했던 효종은 즉위 후 은밀하게 북벌계획을 수립하고, 군사훈련을 강화했다.

그러나 대륙을 장악한 청나라는 이미 조선이 넘볼 수 없는 강국이 돼 있었기 때문에 북벌은 실제로 실행되지 않았다. 대신 연해주 지역을 놓고 청나라와 러시아의 분쟁 때 조선의 포수들이 참전한 나선정벌에서 조선의 군사력을 과시했다.

북벌은 이후 조선의 국시였고, 집권 세력이 서인이 정적을 탄압하기 위해 내세우는 명분에 불과했다. 오늘날 반공을 주장하며, 북한에 조금이라도 우호적인 발언을 하면 종북으로 내모는 것과 비슷하다.

효종은 왕권이 강력한 군주가 아니었다. 그 또한 신하들의 자리를 만들어준 왕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아버지 인조가 적통대군이 아니었고, 자신 또한 차남이었다. 그의 아들 현종이 숱한 예송논쟁에 휘말린 것도 이 때문이다.

효종이 아버지 인조와 다른 점이라면 아버지 인조가 왕좌에 대한 욕심으로 무능하고, 부도덕한 인물들을 옆에 두었다면, 그 자신은 선대의 구악인 김자점과 소용 조씨 세력을 숙청했다는 점이다.

'화정'에서 효종의 즉위가 역사에서는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 하나의 역사다.

 

여창용 기자 hblood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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