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뷰] ‘계춘할망’ 하늘을 품은 바다 이야기

기사 등록 2016-05-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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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속보팀] ‘계춘할망’은 작품을 만드는 이들의 마음이 모여 완성된 영화다. 이 작품에 뜻을 모은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이 말하고 싶었던 건 어머니의 내리사랑. 그러나 이는, 물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래서 ‘계춘할망’은 딱 예상 가능한 만큼 진부하고,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 채 끝난다. 그럼에도 누구나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모성애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제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이 작품은 포스터를 비롯한 각종 선재물에서 느껴지는 첫인상과 같이 가족 감동 드라마 장르에 충실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첫인상으로부터 더 나아가 ‘계춘할망’만의 특색을 갖추는 데에는 미흡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안타깝게 헤어진 가족, 기적적인 재회, 일순간의 어색함, 소중함을 깨달음과 동시에 다시 찾아온 이별 등 이 작품은 그 간의 가족 휴먼 드라마가 담아왔던 플롯을 그대로 답습한다. 심지어 이 ‘예상 가능한 전개’가 꽤 느린 호흡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은 영화가 추구하는 색채를 단점으로 치부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그럼에도 작품의 느긋한 리듬에 몸 맞추고 싶어지는 몇 몇 순간은 바로 제주도라는 풍광이 주는 청량함, 그리고 영화 속 혜지(김고은 분)가 그려내는 그림들로부터다. 창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제주도라는 소중한 곳을 담아낸 작품을 하고 싶었다”라고 의도를 밝혔던 만큼 제주도의 색채를 담아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노란 유채꽃 밭이 만들어내는 황홀경, 푸른 하늘이 그대로 담겨 있는 바다, 여기에 어우러지는 김고은의 해사한 얼굴. 더불어 이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경을 2차 창작으로 다시 한 번 그려낸 작품 속 혜지의 그림들은 국내 어떤 영화에서도 흔히 접하지 못했던 ‘계춘할망’만의 영상미를 보여주는 데 탁월한 장치의 역할을 한다.

결국 ‘계춘할망’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 제주도의 바다가 아니었을까.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계속해서 “하늘이 크냐, 바다가 크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혜지는 작품의 말미에 다다라서야 그 물음에 대해 “바다가 하늘을 품고 있으니 당연히 바다가 크죠”라고 답한다. 혜지는 끝에 도달해서야 바다의 넓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감독은 영화를 보는 우리만큼은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아 안타까워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을 것이고, 그런 마음에서 ‘계춘할망’을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바다가 크고 넓은 건 누구나 다 알지만 그 바다가 하늘을 품을 정도로 넓다고는 미처 생각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많다. 그래서 ‘계춘할망’은 우리의 장점은 물론 과오도 모두 품어내고야 마는, 섣부른 예상보다도 훨씬 더 넓은 우리네 어머니들을 바다로 대신 그려내고자 한 영화다. 이 작품은 연출적인 면에 있어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누구의 마음속에나 자리하고 있는 이야기를 되짚어준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오는 19일 개봉. 러닝타임은 116분.

(사진=지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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