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케치]'터널' 믿고 보는 배우들과 감독의 만남

기사 등록 2016-07-0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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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단 한 명의 목숨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김성훈 감독이 ‘끝까지 간다’로 화려하게 복귀한 이후 다시 시나리오 집필에 몰두해 완성시킨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이 제작보고회로 작품에 대한 무게감을 드러냈다.

7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CGV 압구정에서 열린 ‘터널’의 제작보고회에는 김성훈 감독, 주연배우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가 참석했다. 이날 최초로 ‘터널’의 메인예고편와 제작영상이 공개된 후 감독과 배우들은 현장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비화들을 털어놓는가 하면 현 사회 속에서 ‘터널’이 가지는 의미 같은 진중한 이야기도 나눴다.

이날 ‘터널’에 참여하게 된 세 배우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사고로 홀로 갇히게 된 정수 역을 맡은 하정우는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그리고 울림이 있었다”라며 “밖에선 생명을 살리기 위해 온나라가 뛰는데 그 안의 당사자는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해하는 게 놀라운 아이러니여서 흥미로웠다. 저를 이 작품을 선택하게 한 지점이다”라고 ‘터널’의 블랙코미디적인 면을 주목했다..


정수의 아내 세현 역으로 분한 배두나는 “커다란 재난이자 개인적인 두려움을 다뤘다. 하지만 전형적으로 풀어가는 영화는 아니었다. 내부의 생존과 외부의 구조 이야기가 흥미로웠다”라며 “세현이란 역할이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감정의 추구를 이뤄나가는 인물이다. 어려울 것 같았고 그래서 도전 정신을 자극했다. 감독님의 전작 ‘끝까지 간다’도 재밌게 봤고 다른 배우들과도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다”라며 작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달수는 ‘터널’에서 사고 대책반 구조대장 대경 역으로 보다 묵직한 연기를 예고했다. 그는 “‘철안붓다’라는 연극 작품을 성수대교 밑에서 했었다. 이런 공연을 했던 건 그런 영혼들에 대한 연극인들의 씻김굿 같은 의무감이었다. 위로하기 위해서. 가상의 터널이 붕괴된 거지만, 연기자라면 위로하는 마음으로 참가하게 됐다”라고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드러냈다.

제작기를 통해 공개된 ‘터널’의 현장은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었다. 실제 세트를 지어 터널 안을 구현하는 건 물론이고, 무너지는 순간을 직접 재현하기도 했다. 김성훈 감독은 “이 영화의 기초가 무너진 곳의 사람이다. 그래서 무너지는 행위가 가짜처럼 보이면 진실성이 떨어질거라고 판단했다”라며 “그 물리력은 CG만으로 완벽하지 않기에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CG를 덧입히는 방법으로 실제와 같은 화면을 만들었다”라고 이번 작품을 위한 노력을 말했다.


영화 내내 무너진 터널에서 촬영한 하정우는 가장 큰 고충으로 ‘먼지’를 꼽았다. 그는 “공기가 안 좋아서 큰일났다 싶었다. 세트 속 차 안에서 연기를 많이 했는데, 그 분진, 먼지와의 싸움이었던 거 같다. 두 달 정도 세트에서 찍었다. 스태프들이 그래도 콩가루, 쑥가루로 그 효과를 내줬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폐소공포증 같은 건 안 생겼다. 다만 공기가 안 좋아서 스태프들은 이중, 삼중으로 마스크를 쓰는데 저는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얄밉다는 감정을 조절하는 게 힘들었다. 심지어 감독님도 썼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고립된 남자와 사회의 모습을 그린 ‘터널’을 위해 배우들은 촬영 중 실제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오로지 전화로만 외부와 접촉 가능한 정수의 상황을 더욱 긴박하게 전한 것. 오달수는 “제일 먼저 제의한 건 아마 혼자 연기해야 하는 하정우씨였던 거 같다”며 “통화를 하니 현장이 딱 눈에 보이더라. 집에서 전화를 했는데도 말이다”라고 덧붙여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어 배두나는 이 작품을 위해 국제전화까지 했다고 밝혀 열의를 드러냈다. 그는 “미국드라마 ‘센스8’를 촬영할 때, 정우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더니 소리치면서 연기하니까 드라이버가 놀라더라”라고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저로선 오빠 목소리가 많이 필요했다. 많이 간절했다. 오빠가 아팠던 날 전화를 안 받았다. 목소리가 필요한 장면이 아니었지만 목소리를 들으면 더 간절해지는 걸 알기에 연결해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매순간 도움이 많이 됐다”라며 서로간의 끈끈한 호흡을 전하기도 했다.


김성훈 감독 역시 이 세 배우의 연기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항상 촬영장에 갈 때 감독들은 배우가 어떻게 할지 궁금할 거다. 이신바예바라는 선수가 수 십 번 기록 갱신하지 않았나. 하정우씨가 그렇지 않았나 싶다”라고 하정우의 연기력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또 “하정우씨가 높이뛰기라면 두나씨는 림보처럼 낮추는 경기에서 거기에 끊임없이 낮아지는 연기력을 가졌다. 오달수씨는 역시 요정, 인간의 경계를 넘어선 천상계에 계시는 요정이기에 말이 필요없다”라고 덧붙였다.


사고 직후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담아낸 ‘터널’은 ‘세월호 사건’을 떠올린다는 질문도 받았다. 이에 김성훈 감독은 “아시겠지만 원작 소설이 있다. 그분이 데뷔할 때 썼던 거니까 그 슬픈 사건 이전에 쓴 것이다. 그걸 기반해서 시나리오를 썼다. 그 사건과 따로 염두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런 질문이 나왔다면 그 연관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블랙코미디와 휴먼드라마의 절묘한 만남을 예고한 ‘터널’은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과 김성훈 감독의 놀라운 연출력을 예고하며 올 여름 기대작으로 자리매김했다. 과연 ‘터널’이 우리 사회의 아픔을 다독여주는 걸작으로 등극할 수 있을지 오는 8월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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