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얼의 영화읽기]'해어화' 음악이란 예술과 문화를 담아낸 '엔터테인먼트'

기사 등록 2016-04-0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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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예술이란 분야는 장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한 가지 장르를 끊임없이 파헤치며 마침내 ‘거장’이란 인정을 받는 것이 이상적인 삶으로 그려지곤 한다. 그러나 예술은 때로 ‘엔터테인먼트’란 명분으로 보다 폭넓게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 대중들이 잘 아는 기생 역시 그런 ‘엔터테이너’로서의 예인으로 볼 수 있다.

영화 ‘해어화’는 이런 예인으로의 기생을 다루고 있다. 대중들이 기억하는 대부분의 기생이 ‘황진이’나 ‘논개’처럼 역사적인 족적을 남겼던 인물들이었음을 생각하면 소율(한효주 분)과 연희(천우희 분)라는 가상인물을 앞세운 ‘해어화’가 보여줄 예인들의 모습은 이목을 집중시킬만하다.

경성 제일의 기생 학교 '대성권번'에서 기생이 되기 위한 교육들을 받은 친구인 소율과 연희는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 소율은 정가(正歌)에 탁월한 감각이 있고, 연희는 순수한 목소리를 타고 났다. 두 사람의 이런 차이는 영화 속에서 극적인 전개를 만드는 초석이 된다.

이 ‘재능과 재능의 충돌’에 대해 박흥식 감독은 “모차르트와 모차르트”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렇게 환상적인 재능을 내재한 예인들조차 구체적인 목표를 향해 부딪칠 때, 그들의 이야기에는 다소 섬뜩한 긴장감과 심지어 광기마저 느껴지게 한다.



많은 영화들이 때때로 예술을 초이성적 영역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예술은 순간적인 영감의 찰나로 그려지며 이후 그것이 광기로 거듭나는 순간도 적지 않다. 초월적인 예술은 결국 노력에서 성취할 수 없고 오로지 영감과 재능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예인들의 질투와 시기는 필연적인지도 모른다.

‘해어화’의 소율은 그런 ‘살리에리적 인물’로 변모한다. 정가의 재능을 자신은 외면한 채 윤우가 연희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열등감에 빠지게 된다. 이 과정은 예술이 영감과 광기에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필연적인 상황으로 귀결되게끔 한다.

여기에 ‘해어화’는 그런 혼란을 가중시킬 시대상을 투영시킨다. 1943년, 일제강점기이자 기술의 발전으로 ‘음반’이 등장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삼아 소율과 연희의 재능 차이는 더욱 부각된다. 그동안 이어져온 정가와 이제 태동하는 대중가요의 공존이 만든 사회상에 소율과 연희의 대립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해어화’는 그래서 사랑을 향한 세 주인공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예술의 욕망이기도 하고 아예 전혀 다른 ‘문화의 생존’으로 읽히기도 한다. 전통적인 가곡, 정가의 대표자인 소율이 신식 문화인 대중가요의 상징인 신예 연희를 몰아내기 위한 전개 역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3일 개봉을 앞둔 ‘해어화’는 단순한 소재, 전개의 요소에만 매달리지 않고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텍스트를 제시한다. 기생의 이야기이자 세 남녀의 사랑 노래이고 또 문화와 시대의 양상을 담아내는 ‘해어화’는 당대 음악까지 담아내며 ‘엔터테인먼트’로서의 본분도 잊지 않는다. 그야말로 ‘팔방미인’이었던 극중 기생들의 모습을 꼭 닮은 셈이다.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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