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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변화무쌍한 배우 서예지 “캐릭터를 제 안에 녹여내고 싶어요”

기사 등록 2017-02-1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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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안예랑기자]서예지는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다. 그는 2013년 시트콤 거장 김병욱이 연출한 ‘감자별 2013’으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장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도전했다. 매해 세 편 이상의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열정적으로 커리어를 쌓아갔다. 최근에는 KBS2 드라마 ‘화랑’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는 공주의 모습을 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서예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으로 인지도를 올리고 있는 서예지를 만나 그의 작품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의 크기나 역할의 비중이 중요하지는 않아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제 안에 캐릭터 자체를 녹여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도’에서 정순왕후 할 때 딱 그랬어요.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제가 표현하고 싶은 캐릭터를 표현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이 배우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데뷔한 지 5년. 다양한 작품들에 도전해보고 내린 결론이다. 서예지는 캐릭터 안에 자신을 욱여넣을 때보다 자신의 원래 모습에 캐릭터가 합쳐질 때 더 완벽한 시너지가 난다고 말한다. 작품을 고르는 서예지의 소신은 뚜렷했다. 배우를 존중하는 감독을 중시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면에서 2015년 작업 후 최근 다시 개봉을 알린 다양성 영화 ‘다른 길이 있다’는 메가폰을 잡은 조창호 감독과 서예지의 ‘케미’가 특별히 맞는 작품이었다.

"감독님이랑 커뮤니케이션을 정말 많이 했어요. 작품을 찍을 때도 정원이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행복하더라고요.(웃음)"

영화는 세상을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두 남녀가 온라인상에서 자살을 계획하고, 서로의 존재도 모른 채 우연한 만남을 계속한다. 그 사이 두 사람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피어난다. 작품 속에서 서예지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정원을 연기했다. 감독이 만들어낸 캐릭터가 아닌 그가 표현한 정원이었다. 그렇기에 유독 많은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정원이가 겪었던 고통을 따라하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감독님이랑 얘기를 나누면서 가장 많이 한 얘기가 '내가 죄책감을 가져야 된다'. 어떤 장면이든 엄마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자. 그렇게 했더니 감정표현이 쉽게 안 나오는 거예요. 감히 내가 정원이를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정원이는 표현이 안 되는 인물이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최대한 정원이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려고 노력했어요."

캐릭터를 자신 안에 녹이는 과정은 험난했다. 자신의 입장에서 인물을 느끼고, 경험하고, 표현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쉽게 얻어지지 않았다. 인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서예지는 끊임없이 캐릭터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고 한다.

"특히 결말은 항상 물음표였어요. 다시 삶을 시작한다는 게 아프더라고요.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 정원이는 왜 다시 눈을 떠야할까. 희망적인 부분이기는 한데 정원이에게는 오히려 눈을 뜨는 순간이 더 아프지 않을까. 사실 저는 연기하는 그 자체로 아팠던 것 같아요. 눈을 뜨는 것도, 죽는 그 순간도 다."

2년 전에 찍은 작품이지만 여전히 영화는 그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다. 서예지는 영화 속 정원이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연신 눈물을 글썽거렸다.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심한 편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번 작품이 유독 심했다”고 말한다.

"작품을 찍고 나면 금방 빠져나오는 스타일이에요. '다른 길이 있다'는 우울함 때문에 빠져나오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 정원이가 너무 가엾었거든요. 촬영 도중에는 손발이 덜덜 떨릴 정도로 감정 이입을 많이 했어요. 연기를 하는 저도 고통스러웠는데 스태프 분들도 다들 아파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영화에서는 편집된 부분이 많아요. 관객들이 아플까봐. 조금 아쉽죠. 다른 작품 중에서는 '감자별'도 빠져나오기 힘들었어요. 너무 변덕쟁이 역할이었잖아요. 끝나고 나서도 그런 모습이 언뜻 언뜻 나오더라고요.(웃음)“

서예지는 빠져나오지 못한 작품을 생각하면서 자신이 출연한 작품들을 헤아렸다. 그 중 만족한 작품도 있었고, 조금은 아쉬운 작품도 있었다. 바쁘게 작품들을 찍는 서예지는 다작을 하는 이유에 대해 “저를 찾고 싶다”고 말한다.

“다작을 한다는 욕심보다는 정말 저를 찾는 역할을 많이 경험해보고 싶어요. 더욱 신중하고 깊이 있는 모험을 하고 싶고, 도전을 하고 싶은 차원이죠. 사실 제가 목소리도 이렇고 무게감이 있다 보니까 가벼운 연기를 할 때 에로사항이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끌리는 역할은 다 하고 싶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들. 저는 연기할 때 다 내려놓고 찍는 편이에요. 예쁘게 나와야된다거나 외적인 두려움은 없습니다. 예전에 감자별 할 때도 감독님이 컷하시고 그러더라고요 '다시 찍자, 너무 못생기게 나왔다'.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이게 정말 웃기시면 그냥 쓰자고. (웃음) 시트콤이었잖아요.“

서예지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서늘해 보이던 첫 인상과 달리 연신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 같은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지금 화제 속에서 방영중인 ‘화랑’에서 무거운 카리스마를 뽐내는 숙명공주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사전제작으로 이미 촬영이 끝난 ‘화랑’에 대한 얘기를 꺼내봤다.

”솔직히 저는 배우 분들 사이에 잘 끼지는 못했어요.(웃음) 제가 촬영 시작하고 3개월 뒤에 합류를 했거든요. 짧게나마 공주 역할 제의를 받아서 들어갔어요. 저는 그들과 막 친하게 어울리지는 못했지만 배우 분들이 다들 밝고 착하셨어요. 저는 저기 멀찍이 떨어져서 ‘참 밝다’ 하면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입장?(웃음) 내가 이 친구들의 밝음을 방해하면 안 되겠다. 이런 마음이었죠.“

서예지는 정말 의외의 모습이 많은 배우였다. 여려 보이는 외형과 달리 묵직하게 다가오는 강단을 지녔고, 연기하는 데 있어 두려움도 없었다. 오프더레코드라며 솔직한 이야기들을 서슴없이 뱉어내는 털털함도 그를 만나기 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인터뷰를 하는 재미가 있는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배우였다.

”저는 계속 흔들리고 싶고, 작품도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싶어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더라도 이질감 느껴지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예요.“

그가 앞서 말한 ‘캐릭터를 녹여내는 배우’가 어떤 배우인지 눈앞에 선하게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매력을 가진 배우라면 당연히 어떤 캐릭터든 그 안에 녹여낼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앞으로도 많은 작품에 도전할 계획이다. 두려움 없이 부딪히면서 말이다. 서예지가 앞으로 보여줄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안예랑기자 yrang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