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누가 잘했나] 나쁜 남자 열풍? 여자도 있다! -영화 속 나쁜 여자(X년) 캐릭터편-

기사 등록 2016-06-2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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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이혜언기자] 세상은 넓고 영화는 많다. 그리고 캐릭터들도 넘쳐난다.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인지도 모르는 그들을 하나의 주제에 놓고 선별해 볼 필요가 있었다. <편집자 주>

언제부턴가 문화계 전반에 ‘나쁜 남자’ 열풍이 이어져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의 매력으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존재한다. 온갖 종류의 밀고 당기기, 치고 빠지기에 능숙한 나쁜 남자들의 치명적인 매력은 다양한 이야기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쁜 남자만 있겠는가. 영화 속 ‘나쁜 여자’들은 나쁜 남자보다 몇 배는 더 매혹적이고 사람의 마음을 안달 나게 한다는 사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다양한 영화 속 캐릭터의 순위를 매겨보는 [캐릭터 랭킹] 두 번째 편에서는 나쁜 남자 못지않게 유해한(?) ‘나쁜 여자(일명 X년) 캐릭터’를 다뤄보겠다. 참고로, X에 들어갈 글자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1. ‘오백일의 썸머’(감독 마크 웹) 속 썸머(주이 디샤넬 분)

‘X년’ 하면 빠질 수 없는 나쁜 여자의 대명사, 썸머 오셨다. 썸머는 나쁜 여자의 모든 조건을 다 갖췄다. 그는 자신에게 첫눈에 반했음에도 소심하게 바라만 보던 톰(조셉 고든 레빗 분)에게 대범하게도 먼저 다가갔다. ‘꼬리는 네가 먼저 쳐놓고 이제 와서…’ 클리셰라고나 할까. 또 우선 접근하되, 한 발자국 내뺄 줄도 안다. (‘난 사랑을 믿지 않아’라는 대사는 이쯤에서 등장한다) 결정적으로 그는 누구나 쳐다볼 만큼 눈부시게 예쁘다. 남자들의 기억 속에 평생 살아 숨쉬는 ‘X년’은 대체로 누구나 인정하는 미인이게 마련이다.

이쯤 되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썸머는 역시 나쁜 여자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자. 썸머가 톰에게 이별을 고한 이유는 그가 자신에게 적합한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처음 사랑에 빠지는 순간, 객관성을 잃는다. 그러나 썸머는 현명한 여자였기에 톰이 자신의 인연이 아니란 사실을 보다 빨리 깨닫고 인정한 것뿐이다. 톰에게 썸머가 나쁜 여자였던 이유는 결국 그가 사랑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사랑이 끝났을 때도 자신의 감정에 너무나 솔직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는 물론 상대에게 상처가 되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득이다. 결국 톰에게는 어텀이 찾아오지 않았는가.



2.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 속 서연(과거 수지, 현재 한가인 분)

썸머가 국제적 ‘X년’이라면 한국 영화계의 ‘국민X년’은 누가 뭐래도 ‘건축학개론’의 서연이다. 캐릭터성을 따져보자면 서연 역시 썸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시절 서연으로 분한 배우 수지는 ‘국민첫사랑’ 칭호를 얻었을 정도로 청순한 미모의 대명사에 생김새와 달리 털털하고 대범한 ‘반전 매력’을 뽐내며 승민(과거 이제훈, 현재 엄태웅 분)의 마음을 훔친다. 심지어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두 남자에게 동시에 호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순진한 대학생 승민은 이런 서연으로 인해 가슴에 크나큰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엄연히 생각해보면 승민은 그저 ‘오해’했을 뿐이다. 서연은 승민과 유대감을 쌓기 시작한 이후 나름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다만 안타까운 사실은 승민도, 서연도 너무도 순수해서 아름다웠고 그만큼 서툴렀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신하기엔 너무 어렸고 그래서 그들의 ‘지레 짐작’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따지고 보면 과거 서연의 입장에서 승민 역시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을 매몰차게 떠난 나쁜 남자란 사실은 마찬가지다.



3. ‘우리선희’(감독 홍상수) 속 선희(정유미 분)

앞서 살펴본 썸머와 서연은 나쁜 여자라 해도 이해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할 ‘우리 선희’ 속 선희는 나쁜 여자의 완전체에 가까운 인물이라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선희의 매력도 어느 정도는 썸머와 서연의 연장선상에서 설명 가능하다. 그러나 선희가 더 완전한 나쁜 여자에 가까운 이유는 그의 속내를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거다. 들어는 보았는가 그 이름, ‘신비주의’.

극중 선희는 문수(이선균 분)와 최교수(김상중 분), 재학(정재영 분)까지 무려 세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우리 선희는 말야, 이러쿵 저러쿵…”. 그러나 영화에 등장하는 세 남자 중 누구도 온전히 선희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쟁취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그건 선희를 바라보는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다. 세 남자 중 진짜 선희를 알고 있는 자, 과연 누구인가. 그들이 알고 있는, 우리가 바라보는 ‘우리’ 선희는 정말로 진정한 선희일까.



4. ‘추격자’(감독 나홍진) 속 개미슈퍼 아줌마(이재희 분)

나쁜 여자 ‘끝판왕’ 나셨다. 이쯤 되면 나쁜 여자다 못해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 이름하야 ‘추격자’의 개미슈퍼 아줌마. 극중 살인마 영민(하정우 분)에 쫓기던 미진(서영희 분)은 겨우 작은 구멍가게를 발견해 몸을 피한다. 물론 그는 슈퍼의 주인아줌마가 자신을 숨겨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물 같은 직감으로 슈퍼를 찾은 영민. 그때 명대사가 등장한다. “아줌마 여기 망치나 몽둥이 있어요?” 아줌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장도리를 건넨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장도리의 습격을 먼저 받은 이가 미진이 아닌 아줌마였다는 사실일까. 모두의 탄성을 자아냈던 ‘추격자’의 명장면 속 개미슈퍼 아줌마야말로 이해할 수도, 따라잡을 수도 없는 나쁜 여자 0순위다.

 

이혜언기자 pgirl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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