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케치]'아가씨' 박찬욱, 명감독이 명배우들과 함께 돌아오다...'애정과 노력'

기사 등록 2016-05-0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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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명감독'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박찬욱이 신작 '아가씨'와 함께 돌아왔다. '아가씨'는 박찬욱의 스크린 복귀작이란 사실만으로도 영화 팬들의 시선을 모으기 충분했으나 여기에 하정우, 김민희, 조진웅이라는 '명배우'들과 독보적인 매력을 지닌 신예 김태리까지 합세한 바 2016년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다면 박찬욱 감독에게 이번 '아가씨'는 과연 어떤 작품이었을까.

박찬욱 감독은 2일 서울시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 1층에 열린 영화 '아가씨' 제작발표회에서 "원작 소설이 있다. 작품을 읽고 완전히 반했다. 캐릭터들이 생생하고 놀라운 반전이 있었다. 그래서 스토커 차기작으로 생각했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는 이날 이슈데일리 취재진의 "기존의 작품들과 비교해봤을 때 '아가씨'만의 특색과 차이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대사가 많다는 게 큰 차이였다. 그동안 내 작품들이 과묵하고 미쟝센에 취중했다면 이번 작품은 달랐다. 하지만 소설에서 가져온 대사들이 많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박찬욱은 이어 "의미있고 재치있는 그런 대사들을 하고 싶었다. 시대극이기에 일상의 말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현대극에서 할 수 밖에 없는 표현에서 벗어나 수사도 동원되고 멋들어진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묘미가 있는 대사를 언제나 꼭 해보고 싶었다. 그 기회라고 생각했다. 기존의 작품들과는 해피엔딩이란 점과 공감할 수 있는 결말이 다른 것 같다"고 덧붙여 현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또 "내가 그동안 만든 영화 중 대사가 가장 많다. 주인공이 넷이나 된다. 그만큼 러닝타임도 긴 편이고 아기자기한 영화다. 깨알같은 잔재미가 가득한 것 같다. 내 영화중에서 가장 이채로운 작품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이번 영화 속 가장 공을 들인 장소에 대해 "서재였다. 돈도 많이 들었다. 미술감독과 고민해서 만들었다. 보람이 됐던 작품이다"고 얘기했다.

박찬욱은 어릴적 아주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굉장히 조용하고 지루한 인생을 살 것이라 생각했었다고. 하지만 박찬욱은 어느덧 충무로를 대표하는 중견 감독이 돼 있었다. 그는 "어쩌다 내가 이렇게 야단법석 한 복판에 있을까. 뒤에서 지켜보면서 팔자가 희한하게 풀렸다고 생각했다"고 표현할 만큼 격세지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더불어 자신의 배우들에 대해 "깐느에서 상을 받고도 남을 만큼의 연기를 한 건 사실이다. 그쪽에서 어떻게 볼지는 모르겠지만 김민희를 포함해 모든 네 배우에게 그런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김태리는 특히 첫 데뷔작이 첫 깐느 진출작이다. 동시에 첫 여우조연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그 것만으로도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박찬욱은 이밖에도 '아가씨'의 칸 영화제 진출에 대해 "솔직히 경쟁부문엔 초청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예술 영화들이 모이는 영화제에 어울릴까 싶을 만큼 아가씨는 명쾌한 영화다. 그렇게 모호한 구석이 없는 작품이다. 보통 영화제는 모호하고 열려있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미드나잇 섹션 정도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쪽에서 어떻게 봐주질 나 역시 궁금하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뿐만 아니라 '올드보이' 팀과 함께 한 소감에 대해 "임승용 공동 제작자와 올드보이 이후 처음 만났다. 그는 당시엔 PD였다"며 "친한 사람과 만나면 좋은 점도 있으나 그렇기에 더욱 안일한 마음도 드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예술의 세계에서 안주하는 것 만큼 나쁜게 없다고 생각한다. 친하고 잘 알고 있어서 서로를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박찬욱은 배우들에게 클래식 앨범을 선물한 이유에 대해 "차에서 오고 가며 듣길 바랐다.그랬을 때 캐릭터에 흠뻑 젖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김태리에 대해 "신인이라 그런지 처음엔 겁을 냈던 것 같다. 그때 용기를 주려고 '나는 너로 정했다'고 얘기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가운데 박찬욱이 원작을 영화화 시키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을지 궁금했다. 그는 "임승용 대표의 와이프가 먼저 추천을 했다. 이후 저희 부부가 원작을 읽었다. 와이프들이 추천한 셈이다"며 "원작의 작가는 뛰어난데 아직도 과소평가 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각색된 시나리오를 보내줬더니 칭찬을 했다. 비슷하지만 꽤 다르다는 평도 있었다. 그 부분이 나로서는 칭찬처럼 느껴졌고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요즘 오디션을 해보면 잘하는 배우가 많아진 것 같다. 그만큼 선택이 힘들어졌다. 오디션을 할 때 이런 사람을 해야겠다고 미리 상을 그려놓을 수 있는데 사실 이러면 안된다. 순간 적인 영감을 주는 배우랄까. 임자를 만날 때 느껴지는 무언가 있다. 본능적인 직감이 지목한 배우가 김태리였다"고 캐스팅 일화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어 "굳이 설명을 한다면 누구나 할 것 같은 접근 방식이 아니라 자신만의 연기를 할 것 같았다. 주늑들지 않고 할 말을 다하는 신인만이 큰 배우들과 만날 때 당차게 잘 해낼 것이라고 믿었다"며 "김태리도 김민희와 함께 한다는 사실에 좋아했고 하정우도 김민희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좋아했다. 조진웅은...글쎄?"라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이끌었다.

박찬욱은 이외에도 "당시의 조선은 신분제도가 남아있었고 원작에는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이 나타나 있다. 이는 근대에서 가능한 얘기다. 그래서 시대적 배경을 그때로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동양과 서양이 조화롭게도 작용하면서 어떨 때는 이질적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시기로 1930년대가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각적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봤다"고 말하며 작품에 대한 열의를 내비쳤다.

이번 제작발표회에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배우 하정우, 김민희, 조진웅, 김태리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무엇보다 이들은 '아가씨'를 통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바 더욱 의미를 남겼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영화 팬들 사이에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이끌고 있는 상황.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귀족 아가씨와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 등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제69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오는 6월 개봉.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소준환기자 akas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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