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영화이슈②] 여름은 천만 영화로 ‘들썩’, 겨울은 대종상 영화제로 ‘시끌’
기사 등록 2015-12-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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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지민기자]
# 동시기 집중된 천만 영화... ‘그해 대한민국 여름은 뜨거웠다’
2015년 대한민국 극장가는 연이은 관객 수 증가로 일 년 내내 한가로울 틈이 없었다. 특히 상반기와 중반기에는 대한민국 인구의 1/5을 사로잡은 올해의 천만 영화가 세 편이나 등장했다.
극장으로 천만 명 이상의 발걸음을 자석같이 끌어들인 영화는 4월 개봉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비롯해 7월 개봉한 ‘암살’, 8월 개봉한 ‘베테랑’이다. 특히 그 중 한국영화의 비율이 우위에 있어 지난해에 이은 내수 관객 수의 부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 동시기 개봉한 ‘암살’과 ‘베테랑’의 흥행으로 올해 여름은 유난히 뜨겁기도 했고, 액션 영화라는 점이 시원 짜릿함을 함께 안기기도 했다. 지금껏 동시기 개봉작은 함께 흥행하기가 어려운 것이 보통이었지만, 두 작품이 함께 흥행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천만 돌파까지 동시에 이뤄냈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올해 첫 천만은 외화가 물꼬를 텄다. 지난 4월 23일 개봉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감독 조스 웨던)이 그것. ‘어벤져스2’는 개봉 전부터 한국에서 일정 부분 촬영이 이뤄졌다는 소식과 함께 9일간 마포대교를 통제해 민심을 들끓게 만들면서도 한 편으로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덕분에 홍보효과는 톡톡히 드러났다. 개봉 직후부터 무서운 속도로 입소문을 타더니 1,843개의 상영관에서 9일 만에 500만을 돌파, 개봉 25일 이후에는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영화 관객 수 2위, 역대 관객 수 13위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외화들 중 최단기록이며 지난 2012년 개봉한 ‘어벤져스’ 첫 번째 이야기가 기록한 7백만 명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마블 유니버스가 구축한 매니아들의 티켓 파워가 발현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일반 대중의 관심 또한 증가했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 다음으로는 7월 22일 개봉한 ‘암살’(감독 최동훈)이 올해 한국 영화로는 첫 번째로 천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정확한 수치로는 1,519개의 상영관에서 1,200만 관객 수를 기록하며 역대 흥행작 7위를 기록했다. ‘암살’은 최동훈 감독의 연출 하에 배우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라는 톱스타들의 조합부터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일제강점 후기인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 작전을 수행하는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 사이의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치밀한 전개와 화려한 액션으로 그려내며 스토리와 볼거리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암살’ 열풍이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베테랑’(감독 류승완)이 한국영화 두 번째로 천만 영화로 등극, 기록을 연말까지 수성 중이다. ‘베테랑’은 1,064의 상영관에서 1,300만 관객 수를 기록하며 올해 개봉작 중에서는 1위, 역대 관객 수 중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천만 1, 2위의 영화인 ‘명량’과 ‘국제시장’의 기록을 넘지 못한 작은 아쉬움도 남는다. ‘암살’에는 최동훈이 있다면, 베테랑에는 류승완이 스타감독으로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황정민, 유아인 중심이라는 점이 관객들의 구미를 당기게 만들었다. ‘베테랑’은 한 번 꽂힌 것은 무조건 끝을 보는 행동파 서도철(황정민 분)과 특수 강력사건 담당 광역수사대 팀원들이 의문의 사건 배후에 있는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를 추격하는 본격 액션 영화로, 사이다 같은 속 시원한 명대사들까지 여름철 관객들 심신의 갈증을 해소시켜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황정민은 지난해 12월 17일 개봉한 ‘국제시장’의 올해 천만 돌파의 주인공이었다는 점 때문에 ‘쌍천만 배우’라는 유일무이한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 16일 ‘히말라야’로 또 한 번의 천만을 예고하고 있어 과연 ‘삼천만 배우’로 거듭날 수 있을 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대종상’ 상은 있는데 배우가 없어... ‘어이가 없네’
지난 11월 20일 열린 ‘제52회 대종상 영화제’는 이른 시기 한파가 밀려온 듯 썰렁 그 자체였다. 한랭전선이 형성된 곳은 앞선 대종상 기자간담회 자리부터였다. 당시 대종상 영화제 측은 “올해는 수상자 두 명을 선정해서 참석하지 않는 배우에게 상을 주지 않고 나머지 참석한 이에게 주겠다”라며 ‘대리수상 불가’를 선언한 것.
이 같은 발언은 연기상 시상이라기보다 참가상 시상으로 전락하는 꼴이 되지 않느냐는 논란을 낳았다. 또 날로 배우들의 해외 스케줄이 많아지는 형국임에도 현실적이지 못한 으름장을 놓은 주최측에 대해 배우들은 급기야 ‘보이콧’을 외치기에 이르렀고, 영화제 전부터 ‘대종상’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남우주연상 후보 황정민은 뮤지컬 일정 등으로, 하정우는 해외 체류로, 손현주와 유아인은 촬영 일정상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전했다. 여우주연상 후보 또한 전원 불참했다. 전지현은 출산 준비를 이유로, 김윤진, 김혜수, 엄정화, 한효주는 일정 때문에 참석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올해 출연 영화 하나 없이 순수 온라인 인기투표로 인기상 수상 예정이었던 김수현과 공효진은 민망함 때문이었는지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로써 속 빈 강정이 된 대종상 영화제는 주최측이 그토록 기피한 ‘대리수상’을 오히려 촉구한 결과를 낳았다.
배우들의 원성을 산 부분은 또 있었다. 보통 시상식에서는 참석자들을 한 달이나 두 달 전부터 초대한다. 하지만 다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최측이 영화제 2주 전이 돼서야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등에 불을 떨어뜨려놓으니 배우들은 몸부림을 쳤던 것이다.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수상자 선정 기준 중 하나인 사전 투표가 일정 부분 유료로 진행돼 상업성 문제도 제기됐다. 또 특정 작품에만 상을 몰아주는 현상 또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같은 천만 영화라도 지난해 말 개봉한 ‘국제시장’에는 무려 10관왕을 안기면서 정작 올해 개봉한 ‘암살’과 ‘베테랑’은 최우수작품상에서 후보로만 거론됐을 뿐이었다. ‘국제시장’은 최우수작품상부터 감독상, 남우주연상(황정민), 남우조연상(오달수), 녹음상, 촬영상, 편집상, 기획상, 시나리오상, 첨단기술특별상을 휩쓸었다.
이에 윤제균 감독은 “상을 받으면서 이렇게 부담되고 땀이 나는 것은 처음이다. 여기 올라와서 죄송하다”라는 사과의 표시로 시상식을 지켜보는 이들마저 민망하게 만들었다.
올해 대종상 영화제는 어쩌면 스포츠경기보다 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역대급 아슬아슬한 시상식이었다. 과연 이렇게 위태로웠던 대종상 영화제가 논란을 벗고 ‘한국영화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설치된 영화예술상’ 다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지 그 최후의 판가름은 2016년 제53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날 듯하다.
(사진=쇼박스, CJ엔터테인먼트, KBS2 '대종상 영화제' 방송화면)
한지민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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