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대종상 영화제]‘내부자들’ 청룡상 이어 2관왕…전통조차 사라진 앙상한 실태

기사 등록 2016-12-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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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우여곡절 끝에 시행된 ‘대종상 영화제’가 작품상으로 ‘내부자들’을 선정했다.

27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는 ‘제 53회 대종상 영화제’가 열렸다. 이날 시상식은 공서영, 김병찬, 이태임이 진행을 맡았다.

팝 바이올리니스트 박은주와 비술 무용단의 축하무대 이후 첫 발을 내딛은 ‘대종상 영화제’는 초심으로 돌아간 마음가짐을 밝히며 심사위원단을 소개했다.

첫 시상자로 나선 배우 공정환과 서은아는 신인남우상을 ‘4등’의 정가람에게 시상했다. 불참한 정가람 대신 매니저가 무대에 올라 제주도에서 영화 촬영 중임을 밝히며 감사함을 전했다.


신인여우상 시상자로는 기주봉과 박하은이 등장했다. 기주봉과 박하은은 서로와 함께 무대에 서게 돼 기쁘다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신인여우상은 ‘곡성’의 김환희가 받았다. 김환희는 “효진이 역할 만들어주신 나홍진 감독님 감사하다”며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선배 배우님들, 그 사이에 제가 연기할 수 있었다는게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털어놨다.

새롭게 신설된 ’뉴 라이징 상’은 남녀배우를 불문하고 영화계의 이목을 모은 신인 배우에게 선사된다. 백승희와 이주광이 시상자로 오른 ‘뉴 라이징 상’은 ‘인천상륙작전’의 김희진, ‘귀향’의 최리에게 돌아갔다. 김희진은 “작품 외에 처음 인사드린다”며 다시 인사를 올리고는 “정말 하나도 모르고 왔다. 후보만으로도 감사한데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배우를 시작하고 처음 맞이한 시상식이고 신인으로는 마지막인 상이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리는 “생존해 계신 할머니분들을 위해 기도 부탁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박진우와 박연수는 신인감독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박연수는 박진우를 향해 “직접 뵈니 남다르시다. 굉장히 사채업자 같을 줄 알았다. 많은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셨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신인감독상은 ‘귀향’의 조정래 감독이 수상했다. 그는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어릴 때 대종상 영화제를 보면서 꿈을 키웠고, 객석에서나마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한 번 상영할 때마다 타국에서 돌아가신 할머님들의 영령들이 돌아올 거라 굳게 믿고 제작했다. 언젠가 배상받을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싸워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의상상은 조원과 지안의 시상 가운데 ‘덕혜옹주’의 권유진, 임승희가, 미술상은 ‘밀정’의 조하선 미술감독이 받았다. 촬영 문제로 불참한 세 사람 대신 각 작품의 프로듀서가 대리수상했다.

그룹 드림팀은 뮤지컬 풋루스의 ‘원’과 ‘영웅을 원해’라는 곡으로 뮤지컬 갈라쇼를 구성, ‘대종상 영화제’를 축하했다. 이 무대를 이어 김희진과 이채은의 진행으로 음악상 수상이 이어졌다. ‘덕혜옹주’의 최용락, 조성우는 불참해 프로듀서가 대리수상했다. 녹음상은 ‘곡성’의 김신용, 박용기가 수상했다.


한국 영화 발전 공로상은 양택조와 한유이가 시상자로 등장했다. 수상자는 윤삼육 작가로 일명 ‘시나리오 제조기’라고 불린 작가 겸 감독이다. 그는 베를린 영화제 I.S.D.A.P. 상을 수상한 ‘피막’,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된 ‘최후의 증인’, 이덕화가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주연상을 받은 ‘살어리랏다’의 작가로 그의 가족들이 대리수상했다.

2부의 시작은 코리아재즈의 ‘can't take my eyes off you’ 축하무대로 채워졌다. 이후 무대에 나선 정태우와 정다혜는 남우조연상을 시상했다. 남우조연상은 ‘밀정’의 하시모토로 분한 엄태구가 받았다. 그는 영화 촬영 일정으로 불참하게 돼 프로듀서를 통해 “불참한 점 송구스럽다. 믿고 캐스팅해주신 김지운 감독님, 배려해주시고 귀감이 되신 송강호 선배님, ‘밀정’의 모든 배우분과 스태프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여우조연상은 한국영화배우협회장 거룡과 김가연이 시상했다. 거룡은 “대종상이 많은 배우분들이 불참해서 배우협회 회장으로서 가슴아프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수상은 ‘덕혜옹주’의 라미란이 프로듀서를 통해 대리수상했다.

첨단기술특별상과 편집상은 김형일과 최리가 시상자로 무대에 등장했다. 첨단기술특별상은 ‘대호’의 제작진이 받았다. 편집상은 ‘곡성’의 김선민이 수상했고, 대리수상자로 무대에 나온 김환희는 “편집상을 받게 돼서 너무 기쁘다, 이 상은 잘 전달하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조명상은 한국영화촬영협회 이사장 조동관과 배우 김열이 ‘곡성’의 김창호 조명감독에게 시상해 이번에도 김환희가 대리수상자로 수상했다. 김환희는 함께 연기를 펼치고 싶은 배우로 이엘을 꼽으며 “지금 출연하고 있으신 ‘도깨비’를 재밌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촬영상 ‘곡성’의 홍경표 촬영감독은 미국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어 김환희와 해당 작품의 프로듀서가 대리수상했다.


심사위원장 정중헌과 스테파니의 시상으로 기획상은 ‘내부자들’의 김원국이 수상했다. 권동선 전 조직위원장과 모델 고지승이 함께 무대에 올라 시나리오 상을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에게 시상했다. 우민호 감독은 “종종 듣는 얘기가 ‘감독님이 신기가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듣는데 제가 무당도 아니고, 윤태호 작가님의 원작이 가진 힘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인기상은 장동직과 윤소정의 시상으로 진행됐다. 두 사람은 윤삼육 감독의 ‘표절’에서 만난 사이로 윤소정이 “나이가 드니 잘 안 보인다. 대신 발표해달라”라고 장동직에게 수상용지를 넘겨 웃음을 자아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인기상을 수상한 이범수는 “이 상을 이재한 감독님과 정태원 제작자님, 이정재씨, 함께 한 분들에게 바친다”며 “네가 뜨더라도 언제나 땅에 발을 붙이라고 살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한다. 소을이, 다을이, 항상 응원해주는 아내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후 한국 영화감독협회 이사장 양윤호 감독과 배우 송하윤이 감독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나섰다. 양 감독은 “보안이 철저해서 아직도 누구인지 모르고 있다”며 농담을 던졌다. 송하윤은 양 감독에게 “작품을 하는 순간 일분일초가 귀하다”며 “저 불러주시겠냐”라고 물어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감독상은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에게 돌아갔다. 그는 “시나리오상 주셔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주셨다. 존경하는 감독님들과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큰데 상을 주셔서 송구스럽다”며 “‘내부자들’이 저에게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었다. 전작들이 흥행면에서 안좋아서 그만둘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며 만들었는데 운이 좋게도 훌륭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만나 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울랄라세션의 ‘미인’과 ‘소녀시대’로 축하무대를 가진 후 이범수와 이엘이 남우주연상 시상을 위해 등장했다. 남우주연상은 유일하게 참석한 ‘내부자들’의 이병헌이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그는 “대종상을 처음 받은 게 20년 전 신인상이었을 것이다. 배우라면 무대에 서고 싶은 명예로운 것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었다”며 “상을 받는다는 게 기쁜 일이지만 무거운 마음이 앞선 게 솔직한 마음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병헌은 이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느낌은 모두가 느끼는 부분일 것이다. 그 명예를 이전처럼 다시 찾는 건 단시간에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긴 시간 명맥을 유지했던 상이 불명예스럽게 사라지는 것도 옳지 않다. 변화는 개인의 의지나 노력보다 모두가 한마음이 돼서 노력해야 시작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김보연과 양동근은 여우주연상을 시상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상은 ‘덕혜옹주’의 손예진이 수상했으나 촬영 일정으로 프로듀서가 대리수상했다.


작품상은 한국영화인총연합회장 지상학이 시상자로 나섰다. 그는 “이러다 올해 대종상 못하는 게 아닌가 절망감도 많이 들었다”며 “최상의 영화제는 아니지만 최선의 영화제를 만들자고 함께 한 영화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조금씩이라도 치유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제 53회 대종상 영화제’에 대한 마음을 내비쳤다.

최우수작품상의 영예도 ‘내부자들’에게 돌아갔다. 시상자로 올라온 제작진 대표는 “청룡영화제 때부터 한국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서 작품상을 받고 있다. 이런 상을 이 영화가 받는 게 마음이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많은 논쟁 끝에 개최된 ‘제 53회 대종상 영화제’는 우려만큼 아쉬운 모습이었다. 배우들의 불참은 둘째치고 미숙한 진행과 환경은 가장 전통이 긴 영화제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시상식 내내 몰입을 방해했다.

기본적으로 공간에서 나누는 사담이나 스태프들의 의견조율이 그대로 드러나 수상자들의 소감에 겹치는가 하면, 수상자의 불참으로 예정시간보다 빨리 진행돼 MC들이 시간을 끄는 등 보는 재미조차 사라졌다. 또한 작품상 후보 영상 중 ‘내부자들’까지 제작사를 ‘FOX’로 표기하는 등의 실수도 연발이었다.

MC들이 해외활동이 많기 때문이라며 참석자 저조를 해명했으나 결국 ‘대종상’이 전통을 운운하며 이어왔던 권위적인 태도가 낳은 사태라고 볼 수 있다. 그 전통은 이렇게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간신히 품위를 유지하고 있는 영화시상식을 만들고 만 셈이다.

그럼에도 ‘제 53회 대종상 영화제’는 진심을 전하는 데 성공한 것 같다. 많은 중견 배우들의 참석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병헌의 일침, 그리고 한국영화인총연합회장 지상학의 간곡한 진심의 발언은 대종상의 방향을 재정비할 기회라고 볼 수 있다. 2017년, ‘대종상’이 이번 실패를 토대로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K STAT 채널 '대종상 시상식' 방송 캡쳐)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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