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송중기, 대범한 표정연기 압권

기사 등록 2011-10-13 08:23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송중기-이도.jpg

[이슈데일리 박상준기자]'뿌리 깊은 나무'가 수목극 최강자의 자리를 차지한 인기의 요인 중 하나는 배우 송중기의 새로운 세종 연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12일 방송된 '뿌리깊은 나무' 3회에서 젊은 임금 이도(송중기 분)는 아버지 태종(백윤식 분)의 그늘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신만의 조선을 꿈꾸기 시작했다.

젊은 이도 역의 송중기는 드라마 첫 회부터 임금에는 어울려보이지않는 곱상한 외모와 카리스마없는 유려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극중 이도의 행동 또한 아내 소헌왕후의 아버지조차 살리지 못하는 힘없는 어린 임금 이도의 모습은 허수아비 왕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송중기는 어린시절 아버지 태종의 피바람을 보고 자란 트라우마를 지닌 유약하고 상처입은 이도를 잘 표현해냈다. 송중기는 "나는 할 수 없다"는 입버릇처럼 도피처를 찾아 마방진에 몰두하는 이도의 모습도, 아내의 간곡한 청을 비겁하게 피할 수 밖에 없는 자신에 대한 비관에서오는 절망도 잘 표현해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트라우마의 근원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아버지 태종과 단호히 맞서기 시작했다. 단지 한 노비소년을 구하기위해서 임금이 목숨을 건다는 개연성 약한 이야기는 송중기의 절실한 연기를 통해 송중기가 구한 것이 비단 한 소년의 목숨이 아닌 임금으로서의 자아정체성과 자신의 백성이라는 의미로 전달될 수 있었다.

또 화살비 속을 뚫고 유유히 걸어들어가던 이도가 갑자기 상왕 앞에 무릎을 꿇고 "목숨만 살려주시옵소서. 조정의 크고 작은 일을 아바마마 뜻대로 처결하시옵소서"라며 용서를 구하는 장면에서 송중기는 이도의 숨은 속내를 표정연기로 극명하게 드러냈다.

태종이 이도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너의 말엔 진심이 없다"고 말하자 송중기는 또 한번의 극명한 표정변화를 선보였다. 송중기는 감춰둔 '아버지가 없는 나라, 자신만의 조선'에 대한 이야기를 간교하지 않게 그러나 담대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밝혔다.

이렇듯 몇차례나 반복되는 이중적인 연기는 자칫 지나치게되면 간교하거나 오버스럽게 보이기 마련. 하지만 송중기는 미묘한 목소리 톤의 변화와 눈빛 연기로 젊은 이도의 임금으로서의 품위와 큰 뜻을 품은 고귀함은 유지하돼 그동안 두렵기만 한 존재였던 아버지 태종에 대한 본격적인 도전과 '자신만의 조선'에 대한 출사표는 대범하게 표현했다.

요즘 다양한 트렌디 사극이 나오면서 팩션이라는 형태로 실제 역사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 창조되고 있다. 하지만 '뿌리 깊은 나무'에서 송중기만의 새로운 세종은 역사 속 세종대왕의 젊은 날 모습과도 일맥상통한다.

역사 속에서 젊은 이도(충녕대군)는 상왕으로 물러난 태종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았지만, 이는장년이 되기 전까지 군사 문제와 큰 국가 문제는 정부와 6조, 그리고 상왕이 함께 의논한다는 조건부 양위였다.

그렇게 조선 제4대 왕에 오른 이도의 나이는 당시 스물 둘. 어린 나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갑자기 왕세자로 책봉되는 바람에 준비가 부족했다. 집권 초기 대부분의 사안에 “상왕의 뜻이 이러하니” 또는 “상왕께 아뢰어보겠소.”라는 말을 반복해야 될 만큼 어려운 입장이었다. 엄한 아버지의 테스트를 받는 갑갑하고 불안한 상황 속에서, 세종은 자신을 최대한 낮출 수 밖에 없었던 것.

송중기가 연기하고 있는 젊은 이도는 태종 이방원이 사자가 절벽에서 자기 새끼를 떨어뜨리듯 가혹한 훈육법에 의해 길러지는 중이다. 송중기는 가파른 절벽 아래 떨어져 절망하고 있는 젊은 이도의 상처와 트라우마 또 그 때문에 생긴 유약함과 불안장애를 잘 표현해냈다. 또 그는 이제 막 절벽을 오르려는 시도를 시작하고 있는 이도의 굳은 의지와 강인한 저력을 힘이 아닌 지혜와 지략으로서 펼쳐보였다.

송중기는 잘 짜여진 스토리 안에 가장 알맞는 이도의 모습을 찾아냈고 "나는 할 수 없다"고 늘 되뇌는 자신감없는 임금의 연기에서도 그 안에 곧은 의지를 담고 있는 훗날 세종대왕의 일면까지도 잘 표현해내며 시청자들의 사랑과 호평을 독차지 하고 있다.

초반 짧게 선보인 한석규의 이도와 송중기의 젊은 이도가 양립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는 가운데 현재까지는 송중기의 젊은 패기를 지닌 이도가 조금 더 세종대왕다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극중 캐릭터들의 대결만큼이나 송중기와 한석규의 캐릭터끼리의 접점이 오는 날이 기대가 되고 있다.

한편 송중기의 호연과 함께 '뿌리깊은 나무'의 시청률은 방송 3회만에 급등하며 전국기준 18.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목극 최강자로 등극했다.

 

박상준기자 sjstudio@

 

기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