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해어화' 천우희, 과유불급하지 않는 진정성으로 배우로서 꽃이 피다

기사 등록 2016-04-22 13:27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가 1943년 당시의 가곡과 대중가요를 비롯한 진정성을 필두로 최근 영화 팬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연희 역을 맡은 천우희가 있다. 영화 속 그의 연기는 어땠을까.

천우희는 영화 속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버지에 의해 대성권번으로 오게 된다. 예인의 정신을 중시하는 이곳에서 연희는 기생이 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운명처럼 만난 소율(한효주)은 연희의 유일한 친구이자 동반자이며 그의 슬픔을 나눌 수 있는 동무. 이들의 관계는 이후 작곡가 윤우(유연석)와의 만남으로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린다.



이 가운데 천우희는 일종의 고독함이 깃든 연희라는 캐릭터를 과유불급하지 않는 감정선으로 출중히 표현해 냈다. 연희와 같은 인물은 지나치게 깊어지면 자칫 신파가 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가벼우면 보는 이들의 몰입을 방해할 수가 있다. 과도함과 경박함은 연희라는 캐릭터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즉 연희는 이른바 '정극 연기'라고 불려지는 섬세한 내면의 표현이 필요한 바 배우로서 어려울 수 있던 캐릭터인 것.

그러나 그 어려움에도 천우희는 연희의 감정선을 극의 전개에 맞게 따라가면서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이는 천우희의 철저한 캐릭터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터. 연희는 대성권번을 제외한 세상에 대해 모르던 소녀였으나 윤우를 통해 점차 새로운 세상과 음악을 깨닫게 되는 인물이므로 상황에 따른 감정과 변모가 중요하다. 이 복잡미묘한 과정을 천우희는 캐릭터에 녹여 소녀에서 여인으로 거듭나는 연희로 승화시켰다.



'해어화'를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는 사랑, 욕망, 질투, 배신, 회한 등이기 때문에 연희는 이를 증폭시키고 변환시키는 인물로서 극을 이끌어 가는 주역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소율이 없었으면 '해어화'도 없어겠지만 소율의 평생의 동반자이자 경쟁자인 연희가 없었으면 소율도 없는 셈이므로 소율과 연희는 마치 카인과 아벨처럼 쌍행을 이루고 있다.

더군다나 천우희는 극중 가곡을 부르던 예인에서 당대의 대중가요를 부르는 가수로서 변화한다. 이는 말하자면 일종의 전업인 바 더욱 곤란할 수 있던 역할이나 천우희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았다고 느껴질 만큼 전과 후의 대비를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해어화'는 연희가 대성권번 안에 있을 때와 대성권번을 벗어났을 때에 따라 스토리가 극명하게 달라지고 있기에 천우희의 이같은 연기는 극의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처럼 천우희는 과유불급하지 않고 진정성있는 연기로 연희를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이로 인해 '해어화'의 감정선은 한층 증폭됐으며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기에도 충분했다. 그러므로 '해어화'는 배우로서 천우희의 현재 입지를 드러낼 수 있기에 남다른 의미를 남겼다. '그 역할에 그 배우가 아니었으면 안된다'는 대체 불가능적인 요소는 배우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때문이다. 천우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해어화'. 천우희와 이 작품이 올 상반기 극장가를 찾은 관객들에게 어떤 감성으로 다가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롯데 엔터테인먼트 제공)

 

소준환기자 akasozoo@

 

기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