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덕혜옹주' 허진호 감독, 4년만에 극장가로 돌아온 '멜로의 왕'
기사 등록 2016-08-08 17:24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왕의 귀환’이란 말이 적합하다. 영화 ‘덕혜옹주’로 돌아온 허진호에게 ‘왕’이란 단어가 오히려 부족한지도 모르겠지만 허진호 감독은 오랜만에 차기작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싱가포르 영화였던 ‘위험한 관계’를 제하면 2009년 ‘호우시절’이후 7년 만에 한국영화로 돌아온 허진호 감독을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개봉 당일 만난 그에게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이 개봉하는 소감을 먼저 물었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준비했는지 기록하진 않았지만 처음 시작한 건 우연히 덕혜옹주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였죠. 공항에 입국하는 장면이 머리 속에 남았어요. 주변에서도 시작할 때 어려운 프로젝트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덕혜옹주’소설이 나오고 거기서 장한이란 인물, 그리고 덕혜에 대한 내면묘사를 보고 영화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본격적으로 착수한게 4, 5년 전인 셈이죠.”
그는 웃으면서 “완성된 게 참,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고생한 만큼 주변의 반응이 좋아 참여해서 좋았다는 스태프도 있었다고, 그는 안도와 뿌듯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멜로 장르의 거장으로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과 작업했던 허진호 감독은 ‘덕혜옹주’에서 ‘외출’에 이어 손예진과 다시 만났다.
“연기를 해야 할 폭이 넓은 인물이잖아요. 손예진이라면 가지고 있는 걸로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작업하면서 지켜봐왔던,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만났는데 ‘덕혜옹주’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본인도 원했고 그래서 어렵지 않게 캐스팅을 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두 사람의 재회는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호연과 연출력으로 ‘덕혜옹주’를 완성시켰다. 하지만 ‘덕혜옹주’에는 손예진만큼 빛나는 배우들의 연기가 곳곳에 포진돼있던 터,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 합류를 하게 됐는지 물었다.
“박해일 배우는 제가 전주영화제에서 만났었어요. 제가 지금도 자주 가는 막걸리 집이 있는데, 거기서 우연히 만났죠. 시나리오를 건네주고 딱 3일 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다행히 특별출연하시는 분들도 어렵지 않게 결정해줬어요. 짧지만 스토리가 있는 역할들이니까 배우들도 쉽지 않았을 결정인데 다 해준다고 했습니다. 고수는 저도 놀랐어요. 관심있다길래 만났어요. 이우왕자 닮지 않았나요?(웃음)”
이렇게 캐스팅은 술술 풀렸다고 하지만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난관들이 있었을 것이다. 허진호 감독 역시 “너무 많아서”라고 농담을 건네며 웃었다. 그는 그 중에서도 ‘덕혜옹주’라는 실화에 픽션이 가미된 극이기에 그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꼽았다.
“저희가 제작하면서 넣는 얘기들이 동떨어져있으면 안되잖아요. 있을 법한 개연성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망명 작전 같은 것도 영화적으로 어떻게 들어갈지, 있을 법한 이야기인지 그 선을 지키는 게 어렵죠. 실존인물이기 때문에 그 시기 일은 아니더라도 역사적인 토대를 많이 가져가려고 했어요”
'덕혜옹주'는 영화적 스케일도 그랬지만 촬영 기법에서도 꽤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며 화려함을 더했다. 외압으로 수동적인 삶을 취할 수밖에 없던 이덕혜의 삶을 보다 역동적으로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는지 묻자 허진호 감독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내면에서 깔려있던 의도인 것 같네요"라고 대답했다.
"이 이야기로 큰 드라마를 가져가려는 건 아니었습니다. 덕혜의 삶에 대한 이야기, 영친왕의 망명 이야기, 장한이란 인물이 덕혜를 지키려는 이야기 등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해요. 과거랑 교차가 되면서 더 역동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덕혜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었지만 표출되지 못했던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허진호 감독도 지적했듯 '덕혜옹주'는 이덕혜의 이야기이자 그를 지키려했던 김장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는 영화적 화자와 주요 인물이 불일치한다는 것이 꽤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덕혜옹주'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을 택해 자연스럽게 김장한을 화자의 자리로 이끌었다.
"장한이란 인물은 바탕으로 한 인물이 있지만 사실상 만들어진 영화적 인물입니다. 장한이 바라보는 덕혜를 그리는 데 고민을 많이 했어요. 덕혜의 내면으로도 들어갔다면 정신병원에 있는 덕혜의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었죠. 하지만 장한이란 인물이 매력이 있었어요. 이 인물로 비쳐지는 '덕혜'로 덕혜를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결혼생활 부분이나 딸과의 관계도 간략해졌죠. 장한이 바라보는 시선이 생기면서 이 영화를 요약할 수 있고, 설명 안해도 되는 지점이 생겼던 거고요."
그 선택이 탁월했다. 장한을 화자로 내세운 '덕혜옹주'는 이덕혜와 함께 그를 둘러싼 사건을 그려낼 때 적절한 생략을 통해 속도감을 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속도감은 그동안 허진호 감독과 작업했었던 최용락 음악감독이 함께 했다. "'추격자'를 했었는데 그 때 좋게 봤어요. 우리 영화의 역동적인 부분을 채워줄 거라고 생각했죠. 엔딩곡은 조성우 음악감독이 해줬죠". 이처럼 '덕혜옹주'는 많은 이들의 영화의 강점을 더욱 보강하며 완성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허진호 감독은 어떤 장면을 '최고의 장면'이란 생각을 했을까.
"감독의 베스트컷은 배우가 잘하는 장면이에요. 배우별로 뽑자면 손예진은 출국 장면이죠. '접신의 연기'라고 표현했었습니다. 연기냐, 아니냐의 경계가 안 보였던 느낌이었어요. 윤제문도 그 장면에서 감탄하더구요. 사실 좋은 장면들이 많습니다(웃음). 박해일은 장한의 액션장면에서 훌륭했고, 덕혜를 만나고 오열하는 장면도 좋았죠. ‘이 장한도 이런 감정을 가지고 갔구나’ 싶을 정도로 절제하면서 잘 보여줬습니다. 라미란은 끌려가는 장면, 윤제문은 군복 입어보는 장면에서 인간미가 있었고, 정상훈은 그 기뻐하는 장면입니다.. 고수는 첫 장면부터 다 멋있다고 했어요(웃음)."
허진호 감독의 전매특허는 바로 멜로 영화. '덕혜옹주'도 이덕혜와 김장한의 애틋함이 담겨있긴 하지만 정통 멜로와는 거리가 먼 편이다. 최근 한국영화계의 멜로 영화 성적도 저조하고 투자도 잘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허진호 감독은 어떤 마음인지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제가 할 때도 멜로는 다 힘들었어요. 다만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곤 생각합니다. 멜로는 현실에서 가장 가까운 장르 중에서 하나잖아요. 좋아하고 헤어지고 사랑하는 그런 감정들이 생활과 가장 가까운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죠. 드라마에서 더 재밌는 멜로가 있다던가, 현대영화의 소리와 역동성, 빠른 전개가 안 맞는 장르가 된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생활이랑 가까운 힘, 열망이 있을 테니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서 잘 만들면 또 좋은 영화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사실 그의 전작 '봄날은 간다'에서는 희대의 명대사 "라면먹고 갈래요?"라는 대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제는 워낙 농담처럼 쓰이는 말이지만 당시엔 두 남녀의 심리를 교묘하게 포착해낸 대사였던 것. 이 대사의 아이디어가 누구 몫이었는지 묻자 그는 "원래는 '커피먹고 갈래요?' 정도였어요"라고 말을 이어갔다.
"현장에서 이영애씨랑 의논하다가 누가 먼저 말했더라, 얘기를 하다가 커피가 너무 재미없지 않냐 싶어서 밥부터 라면으로 넘어왔어요. 이렇게 인기를 모았던 대사인걸 작년에야 알았어요. 'SNL'에서 똑같이 하는 걸 봤어요. 라면 끊이는 장면은 다 애드립이었는데 똑같이 하길래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시적인 감성이 존재했다. 제목부터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행복' '호우시절' 등 정서적인 느낌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그에게 혹시 '덕혜옹주'에게 다른 제목이 있었는지 묻자 그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라서 대안이 없었습니다"라며 "그냥 '덕혜' 정도였을 거에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덕혜의 삶을 응시하는 영화 '덕혜옹주'를 만든 허진호 감독에게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뭐라고 해야할까요(웃음). 시사회도 많이 하고 지인분들도 많이 봤는데 다들 재밌고 감동이 크다고 합니다. '덕혜옹주'는 그런 부분들이 강점이에요. 많이 웃고, 웃다가 울다가 하죠. 저번 시사회 때는 울음소리가 밑에서부터 올라왔다고 하더군요(웃음). 이렇게 반응이 좋았으니 여름에도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사진=한동규 기자)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덕혜옹주' 개봉 첫 주말 170만 돌파 '박스오피스 1위'
[박스오피스 안내서]사극드라마 ‘덕혜옹주’vs 블록버스터 ‘수어사이드 스쿼드’..
'덕혜옹주' 주말 관객 사로잡으며 '1위 유지'
[이슈 in 영화]‘귀향’ ‘동주’ ‘해어화’ ‘덕혜옹주’ ‘밀정’, 2016년은 일..
[이슈 in 영화]'덕혜옹주', '인천상륙작전' '수어사이드 스쿼드' 제치고 박스오피..
[이슈기획]'덕혜옹주', 혹평 '수어사이드'-2주차 '인천'..'1위 노린다'
[이슈인터뷰] 손예진 “‘덕혜옹주’, ‘해적’ 넘어 최고 흥행작 되길 바라”
‘덕혜옹주’, 박스오피스 2위 ‘수어사이드 스쿼드’ 맹추격 중
미국 뉴욕증시, 블랙프라이데이에 다우-S&P 사상 최고치 기..
김연경, '통산 4번째' 올스타전 남녀부 통합 최다 득표
NCT DREAM, "칠드림이 선사할 꿈과 감동의 3일"...29일 고..
‘X를 담아, 당신에게’ 12월 개봉...올리비아 콜맨×제시..
돌아온 '송강호표' 코미디...'1승' 루저 향한 강스파이크 ..
'선을 넘는 클래스' 전현무 "NCT 도영 한국사 1급 위해 공..
'별들에게 물어봐', 이민호x공효진 신비스러운 우주 풍경 ..
이해인, 4대륙 선수권 티켓 걸린 피겨 대표 1차 선발전 출..
노래하는 예성과 기타치는 원빈의 만남...SM 대선배 슈퍼주..
트와이스, 새 앨범 수록곡 'Magical'로 따스한 겨울 분위기..
미국 뉴욕증시, 블랙프라이데이에 다우-S&P 사상 최고치..
KB국민카드, '제18회 자금세탁방지의 날' 금융위원장 표..
애큐온캐피탈, 서스틴베스트 ‘2024 하반기 ESG 평가’ ..
김연경, '통산 4번째' 올스타전 남녀부 통합 최다 득표
이율린, ‘데뷔 2년 만에 첫 준우승’ 엠텔리 10월의 MI..
NCT DREAM, "칠드림이 선사할 꿈과 감동의 3일"...29일 ..
더보이즈, 다큐멘터리 공개...월드 투어 제작기 킥오프 ..
트레저, 신곡 티저 포스터 기습 공개..."트레저만의 설렘..
국내 최초 캬바레 전용 공간 ‘캬바레 성수’ 12월 개관..
‘X를 담아, 당신에게’ 12월 개봉...올리비아 콜맨×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