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어떤 살인', 슬픈 복수극... '몸은 살았어도 마음을 죽게 만드는 성폭력'

기사 등록 2015-10-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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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어떤 살인(감독 안용훈)’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복수극이다. 영화 속에서 지은(신현빈 분)은 세 명의 남자에게 성폭행 사건을 당한다. 이후 지은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세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기로 마음 먹는다. 지은은 법과 사회가 돕지 못하는 자신의 참혹한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

지은은 극 중에서 여성, 노동자, 언어장애를 가진 사회적 약자로 표현된다. 이는 안용훈 감독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대목으로 평가될 수 있다. ‘어떤 살인’의 모든 메시지는 지은이 당한 사건으로 인해 시작되며 그가 선택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살인’은 극 중에서 가장 억울한 ‘어떤 약자’가 보다 더 영악한 ‘어떤 강자’를 응징하는 구성을 띠게 된다.

우리가 주목해야 될 부분은 극 중의 약자인 지은이 한 번도 남을 ‘먼저’ 괴롭힌 적이 없다는 지점이다. 지은은 영화 속에서 ‘어떤 강자’들이 성폭행으로 대표되는 극악무도한 폭력을 ‘먼저’ 행사했기에 복수를 계획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영화적 설정이란 차원을 넘어서 세상이 가진 폭력성에 대한 고찰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말의 다른 표현,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일을 당한 사람은 누구든지 복수를 욕망하거나 시행할 수밖에 없다. 그 마저도 하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미쳐버리거나 존재의 가치를 상실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슬픈 복수’라는 타이틀의 진정한 의미인 셈.



'어떤 살인’은 도식화된 흔한 스릴러가 아니다. 오히려 마음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인물에게 벌어지는 생존을 위한 전투극에 가깝다. 지은은 극 중에서 살기 위해 죽이고 있다. 또는 충격을 받은 이후 죽이기 위해 살고 있다. 이는 성폭력 피해자가 어디까지 처참하게 부서질 수 있는지를 보여줌과 함께 한 명의 인간이 심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후 어디까지 극한의 행동을 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피력한다. 이를 통해 ‘어떤 살인’은 성폭력에 대해 조심스럽고 명확하게 관객들을 향해 외치고 있다.

“너희들의 한 순간에 쾌락이 한 사람의 인생을 마감시킬 수 있다”

물론 실제로 성폭력 피해자가 ‘어떤 살인’처럼 그 가해자를 직접 살해하는 건 법적으로 정당하지 않다. 하지만 여성에게 ‘성(性)’은 목숨과 동일시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정서적으로는 온당하다. 게다가 여성뿐만 아니라 사람은 ‘성(性 )’적 품위에 있어 누구든 억압받지 않을 본성과 권리를 갖고 있다. 따라서 그 고귀함이 무너졌을 때 누구든지 참혹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남성보다 일반적으로 한층 더 감성적인 여성에게 ‘성폭행’이란 몸은 살았어도 마음을 죽게 만드는 폭력이다.



결국 ‘어떤 살인’은 한 폭력자에 의해 마음이 사망케 된 한 피해자의 '북받치는 응징'이다. 그러므로 ‘어떤 살인’은 여성 관객들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남자친구, 삼촌, 아버지, 오빠, 남동생, 남편들이라면 한번쯤 유의 깊게 감상해야 될 영화라고 분석된다. 관객들은 ‘어떤 살인’을 통해 성폭행의 잔혹함과 심각성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중들은 ‘어떤 살인’을 보고 난 후 ‘성(性)’ 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든 많게든 변화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지은이 겪는 슬픔은 관객들에게 ‘차가운 울림’을 줄 것이기에 그렇다. 이는 마치 더운 방에 태평하게 누워 있다가 싸늘한 바깥 공기와 마주칠 때 정신이 번쩍 드는 효과와 흡사하다.

한 가지 의미있는 사실은 그 변화가 우리 사회의 ‘성(性)문화’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릴 만큼의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왜곡된 ‘성(性)’ 의식이 달라짐에 따라 아름다운 ‘성(性)문화’는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당신을 누군가 ‘성폭행’했다면 과연 그 심경이 어떨까? 영화 속 지은이는 왜 방아쇠를 당겨야만 했을까? 그 대답은 현재 전국 스크린에 적혀있다.

 

소준환기자 akas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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