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그날의 분위기' 문채원 "유연석과 서로 잘 융화된 것 같아요"
기사 등록 2016-01-1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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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수정기자]배우 문채원이 영화 '오늘의 연애'에 이어 두번째 로맨틱코미디 '그날의 분위기'로 관객들을 설레게 한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 문채원을 만난 그날의 분위기는 추운날씨도 잊을만큼 포근했다.
짧아진 문채원의 낯선 헤어스타일이 가장 눈에 띄었다. "저는 안어색해요. 처음 잘라보는 건데, 머리도 많이 손질안해도 되서 좋고 수건으로 막 말려도 되서 좋아요. 나는 괜찮은데 사람들이 어색한가봐요"라는 털털한 대답과 함께 문채원은 못다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그날의 분위기'는 '원나잇'이라는 소재, 하룻밤을 함께 보내느냐 안보내냐는 주제를 가지고 만든 영화 중 가장 착하게 만든 영화라고 생각해요. 너무 야한코드가 없어요. 어쩌면 심심할 수도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사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는 지금보다 더 자극적이었어요. 노출신이 있는 수영장 장면도 있었고, 남자 주인공 멘트도 더 쎈 편이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제목대로 자극적이지 않게 서정적인 코드로 잘 다듬어졌어요. '그날의 분위기'는 영화 '연애의 목적'이 20대 이야기로 내려온 느낌이 드네요(웃음)."
'그날의 분위기'는 KTX에서 우연히 처음 만난 철벽녀와 맹공남이 하룻밤을 걸고 벌이는 밀당 연애담을 그린다. ‘그날의 분위기’에서 문채원은 맹렬히 공격하는 남자 재현(유연석)의 작업을 받는 철벽녀 수정 역을 맡아 열연했다.
"처음 수정이라는 캐릭터를 맡았을 땐 흥미를 크게 못 느꼈어요. 캐릭터에 꼭짓점이 많지 않았거든요. 인물의 결함이나 트라우마, 히스테리 요소가 있으면 연기를 할때 어렵긴 하지만 보여질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잖아요. 그런 지점들이 딱 별모양이 되면 좋은데 수정이란 캐릭터는 동그랗죠. 그런 수정을 약간의 양념을 조금씩 넣어가며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어요. 기본적으로 수정은 착해보이고, 그 나이 또래 친구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조금 때가 덜 묻은 느낌이잖아요. 특히 수정을 표현할때, 남자관객들에게 미워보이지 않으려고 했어요. 10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가 있는 수정이 그 남자친구와 헤어지더라도 속죄를 많이 짓은 느낌, 반성하는 느낌이 나는 여자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야 보러오신 남자관객들이 공감하실 것 같았고 욕도 덜 할 것 같았어요."
문채원은 다소 평범한 인물인 수정에 대해 끊임없이 분석하며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그는 "수정이 사랑스러웠으면 좋겠다"라는 조규장 감독의 주문대로 그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살렸다.
"실제로 애교가 많지도 않고, 목석 같은 성격이라 감독님이 수정에 대해 사랑스러웠으면 좋겠다고 요구했을 때 썩 편하진 않은 주문이었었죠. 차라리 '오늘의 연애' 촬영했을 때처럼 '웃겨달라, 까불어 달라'라는 주문이 더 나아요. 처음에는 좀 쑥스럽지만요(웃음). 조감독님의 그런 은근한 주문이 더 어렵더라구요"
문채원이 두번째로 선택한 로맨틱 코미디 '그날의 분위기'는 수정과 재현의 여정에 따라 천천히 흘러간다. 서서히 전개되는 '그날의 분위기'에서 문채원이 가장 신경썼던 장면은 수정과 재현이 KTX 안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신이다.
"두 사람이 KTX 안에서 만나는 그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됐어요. 초반에 그 장면을 어떻게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고 넘어가야 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혼자 그 장면을 그려보고 연습도 많이했죠. 비록 그 장면을 촬영할 당시 번갯불에 콩 볶듯이 빠르게 촬영했지만, 즉흥적으로 현장에서 연기를 했다면, 많은 부분을 놓쳤을 거예요. 그 장면을 찍을 때, 대본에 많은 부분을 써놓고 세분화해서 반응과 리액션 까지 적어갔던 기억이 나네요."
그는 자기에게 스트레스를 주면서 엄격하게 들들 볶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가 평소 대본을 보는 방법에도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대본을 볼때 꼼꼼하게 분석하는 편이예요. 대본을 분석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촬영할 당시 꼼꼼하게 무언가가 적힌 누군가의 대본을 보고 난 후 였죠. 그 대본에는 형광펜이 그어져 있었고, 펜으로 여자 글씨가 아주 예쁘게 빼곡하게 적혀있더라구요. 저는 당연히 같이 출연했던 근영이(문근영) 대본인줄 알았죠. 알고봤더니 류승룡 선배님 대본이더라구요. 남성적이고 강한 이미지인 선배가 그렇게 하셨다는 게 정말 의외였어요. 그 당시 제 대본은 깨끗했거든요. 그때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그 이후엔 드라마 시스템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다보니 머리로만 인지 하게 되면 현장가서는 그걸 까먹고 놓치게 되는 부분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신 마다 포인트를 상기시킬 수 있게 메모를 하게 됐어요. 그 때부터 습관이 돼서 지금은 그렇게 안하고 촬영현장가면 좀 불안한 기분도 들어요."
대본을 꼼꼼하게 분석해 가는 문채원과 달리 함께 호흡했던 유연석은 그 반대라고 했다.
"유연석 오빠는 아무래도 영화 작업을 많이 한 배우라 그런지 영화 현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을 나보다 더 잘 알고 믿는 것 같았어요. 현장에서 바로 만들어지는 무언가에 대한 기대감이 있으셨어요. 나는 준비해 가는 편이고, 오빠는 그 반대라 서로의 그런 면들이 적절하게 융화된 것 같아요. 서로가 상호보완적으로 맞춰간거죠."
그는 유연석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유연석의 이전 작품들을 찾아보며 그에 대해 꼼꼼히 살폈다. 섬세하고 꾸준한 그의 노력들이 '로코퀸'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한 것이다.
"이전 작품들을 찾아봤어요. 영화 '화이'도 봤고, 여러 독립영화들을 많이 찍으셨더라고요. 아무래도 연기를 하다보면 썼던 표정을 짓고, 특정한 표정을 짓을 때 똑같은 안면근육을 쓰게 되잖아요. 그 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면 함께 했을 때 더 잘 맞춰 나갈 수 있으니깐요. 이번에 드라마로 함께 하게된 이진욱씨 이전 작품도 찾아봤어요. 영화 '수상한그녀'부터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까지요. 그리고 최근에 나왔던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도 정말 재밌게 봤어요."
문채원은 다작을 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꾸준히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했다. 특히 문채원은 이승기, 송중기, 주원, 유연석 등 대한민국 여성들의 로망남들과 함께 달달한 로맨스를 펼치며 대중의 연애세포를 자극해왔다. 그런 문채원이 실제로 꿈꾸는 로맨스는 무엇일까.
"물론 '그날의 분위기' 처럼 운명적인 사랑도 믿어요. 비행기에서 운명의 짝을 만나는 상상도 해보기도 하거든요(웃음). 그런데 전 가랑비에 옷 젖어드는 것처럼 누군가를 좋아하는 편이예요. 한번에 어떤 남자에게 KO당하진 않아요. 어릴 땐 내가 좋아하는 모습만 본 적도 있죠. 그걸 콩깍지라고 부르죠?(웃음). 지금은 그 부분이 아닌 다른 부분을 보려해요. 그리고 요즘은 남자를 볼 때 '유머코드'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유머코드가 맞았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이 특별하게 재밌는 사람이 아니여도 나를 재밌게 해주려고 하는 것들이 나에게 잘 통하면 정말 좋잖아요."
그는 인터뷰 내내 유쾌하고 재치있는 입담으로 주변을 웃음짓게 했다. 지난해 예상치 못한 일들로 1년간 작품활동을 못하게 됐다는 문채원. 많은 팬들이 그가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그는 오는 14일 개봉하는 '그날의 분위기'로 2016년의 첫 스타트를 끊는다. '그날의 분위기'를 시작으로 그는 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곧 촬영에 들어가는 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 때문에 태국에 오래 있어야 해요. 촬영하는 동안 무탈하게 아무 사고 없이 드라마 잘 끝내는 게 2016년 가장 큰 목표죠. 드라마 촬영 분위기가 서로 잘 맞아서 몸은 힘들어도 정신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연말에 좋은 영화 있으면 하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 말고 다음작품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요."
박수정기자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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