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유해진 "'공조'는 당신과 나의 이야기, 인간적인 이야기가 얼마나 좋냐"
기사 등록 2017-01-2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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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안예랑기자]유해진은 '이장과 군수'(2007) '전우치'(2009) '해적: 바다로 간 사나이'(2014)에서 감칠맛나는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이후 그는 2015년 원탑 영화 '럭키'로 약 700만의 관객 기록을 동원하며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유해진이 럭키보다 더 웃기고 더 인간적인 캐릭터로 관객을 찾았다.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는 범죄오락액션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로 돌아온 유해진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공조'는 기밀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남한으로 내려온 북한 형사 임철령(현빈)과 임철령의 임무를 막으려는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 유해진은 가족들을 위해서 일하고 행동하는 생계형 형사 '강진태'로 분했다.
극중 인간적인 캐릭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강진태. 유해진도 이 인간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한다. 기존 남과 북의 영화들이 국가 시스템 속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렸던 것과 달리 ‘공조’는 개인에게 초점을 맞췄다.
”남과 북의 얘기지만 결국엔 두 사람의 이야기로 끝이 나요. 당신과 나의 이야기. 인간적인 농담을 하면서 캐릭터끼리 마음을 교류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좋아요. 과정에서는 액션도 있고 크고 작은 일들도 있지만 큰 부분에서는 인간적인 얘기들을 나누니까 그런 게 좋았어요.“
남과 북은 전체의 틀을 차지하지만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인물들이 소통하고 감정을 교류하는 장면들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인간적이고 평범한 인물을 담기 위해 '가족'이라는 소재도 적극 사용했다.
공교롭게도 극중 유해진의 가족을 연기했던 장영남과 박민하는 유해진과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다. 장영남은 유해진과 극단 '목화'때부터 인연을 쌓아왔다. 딸로 나온 박민하는 영화 '감기'(2013)에서도 유해진과 부녀(父女)지간을 연기했다.
"가족 구성원들이 다 좋았어요. 장영남씨는 목화 연극할 때부터 같이 고생했던 사람이라 현장에서 보면 너무 반갑고 편하고 그래요. 연기도 잘하잖아요. 사람들이 다들 장영남씨랑 있으면 세상 편해 보인다고 그래요. 저는 예전에 어려운 시절 함께 보낸 사람들 보면 너무 좋아요."
"딸도 감기 때 같이 했던 친구라 좋았어요. 윤아씨는 장영남씨하고 촬영 없을 때도 쇼파에 앉아서 허물없이 어울리고 그래요. 촬영하면서 보면 진짜 가정집 같아서 편하고 좋았어요."
친한 사람들과 함께 해서였을까. 유해진은 영화에서 휴머니즘을 담은 에피소드들 중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장면이 가장 좋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호불호와는 관계없이 일각에서는 '72시간'이라는 촉박한 상황에서 집이라는 장면이 무리하게 끼어든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도 제기됐다.
"가족들의 화목한 모습은 영화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임철령이 가지지 못한 '가족'이라는 존재가 그의 상황과 대비되는 장치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과 행복이 좋았어요. 이 시대의 가장 평범한 모습이잖아요. 저 같은 사람처럼. 그래서 저는 집에서 찍은 장면들 볼 때마다 가장 크게 웃고 그래요.(웃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다는 유해진. 그는 앞서 영화 '감기' '럭키' 등을 통해서도 평범한 소시민의 이야기를 그만의 스타일로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공조'의 강진태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이다. 평범하다. 정에 약하고, 직업 정신보다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일한다.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오지랖과 아내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지만 딸 앞에서는 허세를 부리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유해진은 실제로도 강진태와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이 얘기를 꺼내며 "어쨌든 저에게 온 역인데 다른 사람이 그려지겠냐. 인간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해진의 평범한 캐릭터는 극중 현빈의 캐릭터와 대조되며 또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한다. 임철령은 과묵했고, 강진태는 말이 많았다. 임철령이 액션을 맡았다면 강진태는 극의 감동과 웃음을 책임지는 임무를 맡았다. 언뜻 조화롭지 않을 것 같은 두 캐릭터는 환상적인 '팀워크'를 보여줬다.
"(현빈과) 밸런스가 잘 맞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임철령이 ‘과묵’과 ‘액션’을 가져갔다면 저는 액션과 웃음을 함께 가져갈 수는 없겠구나 싶었죠. 그러다보니 말이 많은 캐릭터가 됐어요. 초반에는 원래 더 많았는데 다듬고 다듬어서 지금의 강진태가 됐어요. 그래도 말이 조금 많은 편이죠, 캐릭터가.(웃음)"
그러나 강진태가 '말'만 많은 건 아니다. 영화에서 유해진의 액션도 가볍지 않게 표현된다. 진지한 액션을 현빈이 담당했다면, 그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형사라는 캐릭터에 맞는 적절한 액션을 보여준다. 그러나 유해진은 시종일관 겸손했다. 유해진의 연기도 멋있었다고 칭찬하자 멋쩍은 미소로 손사래를 친다.
"저는 액션도 아니에요. 그런 얘기 많이들 해주시는데 그럴때마다 아니라고 대답하고 다녀요. 현빈씨가 진짜 고생을 많이 했어요. 보면 아시겠지만 실제로도 굉장히 남자다운 친구라, 다쳐도 아프다는 얘기를 안 해요. 너무 고생하는 걸 옆에서 봤기 때문에 제 연기가 액션연기라고 생각 안했어요."
유해진과 현빈은 캐릭터적인 밸런스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잘 맞는 밸런스를 유지했다. 현빈이 유해진과 친해지기 위해 그의 집을 찾아간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현빈씨는 모나지 않고 건강한 사람이에요. 사실 현빈씨가 집에 왔을 때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그런데 기자 분들이 와서 “여행 얘기 하셨대요”라고 말씀을 전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아 맞다 여행 얘기했지’ 그랬어요.(웃음) 그때 자기 여행 갔을 때 사진도 보여주고 많은 얘기했죠. 사실 친구랑 어제 한 일도 까먹고 그래요. 냉장고 앞에 서서 뭐하려고 문을 열었지 한참동안 고민하기도 하고. 현빈씨가 이해해줬으면 좋겠네요"
유해진은 현빈이 먼저 다가와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두 사람의 초반 교류가 영화에서 '케미'를 표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사실 유해진은 '브로맨스'하면 떠오르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영화 '극비수사' 김윤석, '베테랑' 유아인, '럭키' 이준과 보여준 케미는 물론. tvN 예능 '삼시세끼'에서는 차승원과 '부부케미'를 보여주며 남배우들과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그러나 이러한 '남자들의 우정'이라는 반복적 이미지가 식상함을 주는 덫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기도 한다.
"작품마다 스스로 선을 그어요. 일상과 작품, 작품과 다른 작품들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에 구분이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일상생활에서 ‘아재개그’를 한다고 해서 관객들이 영화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차승원씨하고 보여 지는 친한 이미지들도 일상이기 때문에 작품에 까지 영향을 줄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그러면서도 그는 다양한 캐릭터와 장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러 편의 영화에서 '인간적인' 이미지를 보여줬던 유해진에게 대중들은 '사람다움' '웃음'이라는 이미지를 기대하게 됐다.
"연기 변신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해요. 본업이 배우니까 배우답게 노선을 정해야 되는데 그게 쉽지가 않죠. 그만큼 대중 분들이 기대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거기서 제가 악역을 하겠다고 한다면, 분명히 낯설어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지금의 노력을 넘어서는 노력이 있어야겠죠. 그래서 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다양한 장르에 대한 갈증도 계속 남아있어요. 악역도 그렇고, 사람들의 깊은 곳을 울리는 그런 짠한 영화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49편의 크고 작은 영화에 도전했다. 20년 배태랑 연기자는 여전히 다양한 역할에 목이 말라 있다. 유해진은 인터뷰 내내 연기 변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가 앞으로 보여줄 작품들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시간이었다. 연기자 유해진이 아닌 인간 유해진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에게 2017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신나게 살고 싶다“고 답했다.
"신나게 살고 싶어요. 무언가를 딱히 하지 않더라도 기분 자체가 신나는 삶. 요새 많은 사람들이 찌들어있고, 눌려있고 그렇잖아요. 마음이라도 ‘신나는 하루를 시작해볼까’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업’되더라고요."
"사실 제가 예민한 사람이라 그릇이 큰 사람들을 부러워해요. 손현주, 고창석 이런 사람들이 그릇이 크거든요. ‘나는 왜 저러지 못할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너무 그러지 말고 다들 넉넉하고 신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즐겁게 사세요(웃음)"
한 분야의 전문가의 입에서 나오기에는 다소 소박한 목표였다. 그러나 인터뷰를 하면서 경험한 그의 인간적인 모습들과 매치해보니 무엇보다 잘 어울리는 목표였다. 즐거운 삶 속에 함께할 사람에 대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열정이 보이기에 더욱 의미있는 목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안예랑기자 yrang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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