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①]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 "노력은 행운의 씨앗 같은 것"

기사 등록 2012-02-1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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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홍수연 인턴기자]"운 좋은 사람이 최고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고, 즐기는 자는 운 좋은 자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운이라는 게 어디 있는지 눈에 띄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아서 보다 확률이 높은 노력이란 것에 집중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노력과 행운은 분명 연결고리가 있다.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오듯이 노력한 사람에게 행운도 따르게 되는 그런 원리.

젊은 나이에 감독으로 데뷔해 언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는 윤종빈 감독은 자신에 대해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많이 걸려도 스스로 각본을 쓰고, 디테일을 위해 지인들을 동원해 사람들을 만나 취재를 다니고, 자신의 머릿속에 맴도는 이야기의 꼬리를 붙잡고 고민하는 감독이 과연 운만 좋은 감독일까.

윤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은 2월 15일에 누적관객수 280만을 넘었다. 개봉일이 2월 2일이었던 점을 봤을 때 보름도 되기 전 3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끌어 모았다. 단순히 운만 좋았다고 평가하기는 힘든 결과다.

윤 감독은 요즘 자신의 영화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 적잖이 좋은듯했다.
"처음 시작할 때 이 정도 이야기면 손해는 안보겠다는 생각은 했었다"라고 말하는 그의 말 속에는 겸손과 자신감이 배어있다. 그는 "성인들만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고, 전형적인 결과도 아니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며 "결과가 좋으니까 좋다"라고 말을 이었다.

윤 감독의 "좋다"라는 말은 단순히 운이 좋았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만든 결과물이 관객들과 교감을 이룬 것에 대한 보람의 표현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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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은 우리시대의 아버지가 살았던 세상과 그 세상 속 아버지의 삶에 대한 모습을 그린 영화다. 지금도 만연해 있지만 연줄로 이어져 사회가 작동되던 그때를 관객들은 윤종빈 감독의 생각과 궤를 같이 했고 결과는 흥행성적으로 나타났다.

윤 감독은 "누가 감독보고 영화를 보러오나"라고 말을 하며 열연한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지만 사실 두 편의 전작들을 통해서 그는 영화 마니아들에게 낯선 이름은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바라본 세상과 그가 스크린 안에 그려낸 세상이 남일 같지 않아 공감할 수 있고 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일 거다.

영화 '쫌' 본다는 사람들이 윤 감독의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밖에는 달리 말할 거리가 없다. 물론 배우 최민식과 하정우의 역할이 컸지만 이번 '범죄와의 전쟁'의 흥행돌풍에 윤 감독의 '네임파워'도 크게 작용했음을 부정할 수만 없을 것이다. 그리고 윤종빈과 하정우 콤비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윤 감독은 하정우와 작업한 전작들과 이번 '범죄와의 전쟁'에 대한 질문에 "특별히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도 아니었고,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루고 싶어서도 아니었다"고 답했다. "그냥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이야기로 정리하다보니 그렇게 됐을 뿐"이라고.

하지만 "건달세계를 신격화하고 싶지 않았고 희화하고 싶지도 않았다"는 말은 분명하게 전했다. "그저 담담하게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한 뒤 "영화는 재밌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을 밝혔다.

영화라는 게 다양하다. 웃기는 영화가 있고, 쉽고 명쾌해서 이해하기 쉬운 영화도 있고, 심각하고 복잡해서 보고 나면 사람을 심란하게 만드는 영화도 있다. 그 모든 게 영화의 재미라는 개념에 포섭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윤 감독의 고민은 관객들의 흥미와 즐거움으로 향하고 있었다.

윤종빈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등장하는 소재들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고민은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최익현의 아들이 식탁에서 '저항하다'의 의미를 가진 'resist'를 외우게 된 건 아무런 이유가 없었으며 오히려 관객들의 과도한(?) 해석을 막기 위해 선택된 단어라는 점을 강하게 어필하면서.

그런 점에서 윤 감독은 관객들을 위해 고민을 많이 하는 감독이다. 결국 윤 감독의 노력이 행운의 씨앗이 된 것은 당연한 이치라 하겠다. 아버지가 있어야 아들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홍수연 인턴기자 hsy@ 사진 송재원 기자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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