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TV]'치즈인더트랩'②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희대의 '불통' 드라마
기사 등록 2016-03-01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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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성연기자]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극본 김남희·고선희, 연출 이윤정, 이하 '치인트')이 지난 1일 16회를 끝으로 종영됐다. '치인트'는 지난 해 9월 첫촬영을 시작해 마지막 방송까지 장장 6개월 간 잡음이 끝이지 않았다.
'치인트'는 드라마 제작 발표부터 '치어머니('치인트' 드라마 제작에 대해 간섭하는 원작팬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치즈인더트랩'과 '시어머니'의 합성 신조어다)'란 신생 단어까지 파생시키며 화제를 낳았다.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필수로 선택한 반(半)사전제작의 시도는 나름 의미있어 보였다. 그렇게 '치인트'는 1월 4일 첫방송을 시작했고, 막상 뚜겅을 연 드라마는 캐스팅 소식에 볼멘소리를 냈던 원작팬들도 잠잠하게 만들 만큼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그런 '치인트'가 극의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부터 삐딱선을 타기 시작했다.
'치인트'는 평범한 여대생 홍설(김고은 분)과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완벽하지만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선배 유정(박해진 분)이 주인공인 드라마다. '치즈인더트랩'이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홍설은 '덫에 놓인 치즈' 때문에 항상 갈등한다. 여기서 말하는 '덫에 놓인 치즈'란 바로 유정이다.
원작 '치즈인더트랩'에서도 수 많은 팬들 거느리고 있는 유정은 복잡다단한 인물이다. 타인의 감정에 쉽게 공감을 하지 못해 사람들과 오해가 생길 때가 많아 자신의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훤칠한 외모와 완벽한 스펙을 갖고 있어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원작의 많은 팬들은 영상으로 실제 살아 움직일 유정을 고대하며 '치인트'를 기다렸다. 때마침 유정에 캐스팅 된 배우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로 신뢰를 얻어온 박해진이었다. 하지만 '치인트'의 제작진은 원작 '치즈인더트랩'의 매력적인 캐릭터 유정도, 배우 박해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시도에 그치고 말았다.
팬들의 공분을 산 것은 '치인트' 속 유정 분량이 대폭 축소된 반면 드라마의 재미와 이야기의 풍성함을 위해 만들어진 백인호(강서준 분)의 분량은 비교적 확대된 것에 있다. 원작 '치즈인더트랩'을 기대하며 드라마 '치인트'를 보던 팬들은 원작 속 분명 유정이 했던 대사가 백인호의 입에서 튀어나왔을 때 적잖이 당황했다.
이에 '치인트'는 원작 '치즈인더트랩'의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글을 올리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치인트'의 원작자 순끼 작가는 "드라마의 제작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제가 정하지도 않았고 논의하지도 않았다"며, "드라마의 비평이나 찬사는 드라마 자체를 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뒤늦게 제작진 또한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했지만 "끝까지 관심 갖고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로 끝난 사과문은 팬들의 화를 누그러 뜨리지 못했다.
인기 원작 웹툰을 완벽히 소화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치인트'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바로 배우들이 드라마 속에서 펼쳤던 열연이다. '치인트'는 배우 박해진, 김고은, 서강준, 이성경, 남주혁, 박민지 등 개성강한 청춘 배우들을 모두 한 자리에 불러놓고 제대로 된 시너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특히 '치인트'에 가장 먼저 캐스팅 된 박해진의 경우 원작 '치즈인더트랩'의 유정과 가장 비슷한 '싱크로율'을 보이며 방영 전 부터 '치어머니'들에게 유일하게 호평받던 배우였다. 그런 박해진이 연기한 유정이 '치인트'에서 어떤 연유로 제대로 보여지지 않았는지는 많은 사람들의 의문을 낳고 있다.
홍설 역을 맡은 김고은 또한 방영 전 홍설과 다른 외모로 원작팬들의 불신에 불을 지폈지만 '김고은만의 홍설'을 표현해 마치 자기 옷을 입은 것 처럼 편하게 연기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서강준, 이성경 또한 마찬가지.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만 보려고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없다. 차라리 돈을 내고 표를 사 연극을 본다면 모를까.
드라마 초반 대학생 홍설의 방이 잠깐 화제가 됐던 것을 기억하는가? 홍설의 방은 여느 캠퍼스 멜로 드라마의 여대생 방처럼 베란다 딸린 대형 집과 달리 단칸방에 살림살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져 있는 현실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 시청자들로 부터 "매우 현실적이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물론 홍설의 방처럼 '치인트'의 이런 디테일과 표현들은 철저한 사전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점에선 박수를 받을만 하다. 하지만 시청자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희대의 '불통' 드라마가 된 '치인트'가 올해 방영하게 될 여러 편의 사전제작 드라마들에 찬물을 끼얹으며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 만을 바랄 뿐이다.
사진=tvN 제공
김성연기자 sean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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