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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판타스틱’ 주상욱 “김현주-김태훈 등 출연진 NG 한 번 안 내...지독하다 생각”

기사 등록 2016-11-0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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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연기는 어렵다. ‘발연기’는 쉽지만, ‘발연기’를 연기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배우 주상욱이 데뷔 18년차에 ‘발연기’에 도전했다. 그게 오히려 발연기로 비춰질까봐 염려스러웠다. 여기에 시한부를 선고받은 이소혜(김현주 분)를 향한 ‘직진 사랑’ 실천까지 충실했다. 베테랑 연기자의 새삼스런 도전이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극본 이성은, 연출 조남국 심나연)에 담겼다.

최근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 종영 후 이슈데일리는 배우 주상욱과 드라마의 숨겨진 이야기부터 그의 연기 철학까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비록 짧은 16부작이지만 류해성 역의 열연이 돋보였다. ‘판타스틱’ 종영 소감은?

“시원섭섭하죠. 아쉬움이 많이 남는 드라마예요. 16부작이 너무 짧기도 했죠. 편안하게 작품을 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 개인적으로 류해성의 조금 더 많은 부분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있기는 해요. 시작할 때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전체 분위기와 해성이 조화롭지 못할까봐. 그런데 오묘하게 그 모든 게 조화가 된다는 게 신기했어요. 초반에 사실 ‘류해성 쟤 왜 저래’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4부까지 찍고 방송을 봤는데, 이미 돌이킬 수도 없잖아요. 어쨌든 결국 재미있게들 봐주셔서 다행이었죠.”

- 주상욱 씨의 ‘신개념 발연기’가 아주 인상 깊었다

“일단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발연기’라는 단어를 세간에서 쓴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발연기를 연기하는 배우가 재미있는 것 같았어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발 연기를 연기하는 과정이 재미있더라고요. 즐겁게 연기했어요. 발연기하는 게 단순히 어색한 것, 상황에 맞지 않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서 일단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요. 뜬 목소리도 그렇고요. 베테랑 연기자가 어떤 연기를 해도 안 어울리는 연기를 할 때가 있기도 하잖아요. 발연기를 하며 거꾸로 연기가 늘었다기보다 ‘최소한 저러지는 말아야지’ 생각했어요.”

- 해성처럼 연기에 크게 눈 뜬 순간이 있었나

“연기를 대하는 내 자세라고나 할까. 그 순간은 잊을 수 없어요. 드라마 ‘로드 넘버 원’ 감독님께 참 감사하게 생각해요. ‘선덕여왕’ 중반 지나서 다음 작품에 대해 논의를 하던 차에 ‘로드 넘버 원’ 감독님과 미팅을 가졌는데, 감독님이 저에게 ‘진짜 연기를 해야 한다’며 ‘넌 안 되겠다’고 날카롭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거기다 ‘앞으로도 그런 생각 가지고 연기하면 난 너랑 죽어도 작품 안 해’라고까지 하셨어요. 그 때 안일하게 연기를 하고 있었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너무 억울해서 그 때부터 엄청 노력하고 미친 듯이 눈물 흘리면서 연기한 것 같아요. 굉장히 큰 계기가 됐어요. 드라마라는 건 전체 배우의 합이 잘 어우러졌을 때 좋은 드라마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 후로 내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어요.”

- 이번 ‘판타스틱’을 하며 다른 배우들에게 자극받은 적은 언제였나

“제가 이 작품하면서 제일 놀랐던 게, 고정 역할 하는 분들이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NG를 한 번도 안 내더라고요. 진짜 신기하게. 당연히 사람이 실수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지독한 사람들이 있나하고 생각했죠. 현주 누나도 그렇고요. 특히 준기(김태훈 분)는 대사도 길고 감정 소화도 어려웠을 텐데 글자 하나 틀리는 걸 못 봤어요. 심지어 대본을 다시 보지도 않더라고요. 충격 받아서 계속 칭찬 했죠. 다들 잘 했지만,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배우로서 현재 품고 있는 야망은?

“언제가 되든 연기를 하며 상에 대한 욕심은 크게 없어요. 막연하게 연기 대상, 남우주연상에 대한 꿈은 있죠. 지금 당장에 받는 거라기보다 나이에 상관없이 그런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그런 목표 하나쯤은 가지고 배우 생활을 하고 있는 거죠. 현실과 타협하는 스타일이라 할 수도 있는데, 저는 그래도 자신감으로 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불가능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는 군 제대 후에 13년간 오늘까지도 굉장히 떳떳하게 치열하게 왔다고 생각해요. 작품에 대한 욕심이 있죠. 예전에는 한 작품이라도 더 해서 빨리 잘 되고 싶었고, 욕심만 앞섰던 것 같아요. 지금도 작품을 많이 하고는 있지만 이제 여유가 생겼죠. 지금은 다채롭게 선택하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앞으로 드라마, 영화 가리지 않고 늘 그래왔듯 열심히 할 겁니다. 하다보면 또 다른 무언가가 펼쳐지지 않을까 싶어요. ‘인생 뭐 있어’라며 대범하게 사는 거죠.”

- 해성과 자신의 싱크로율은?

“해성과 저는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밝은 사람이기 때문에. 해성처럼 허세가 있지는 않고요.(웃음) 만약 해성처럼 ‘우주대스타’가 되면 이유 있는 허세를 부려보고 싶네요. 내가 허세를 부려도 사람들이 ‘그럴 만 해’라고 인정해주는 거? 재미있을 것 같아요. ‘판타스틱’ 초반 장면에서 해외 팬들 대할 때처럼 누릴 수 있는 걸 잔뜩 누려보고 싶어요. r 그 때도 연기였지만 되게 좋던데요.(웃음) 류해성을 보고 시청자들이 ‘사랑꾼’이라고들 많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한데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결혼이요? 그건 아마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아닐까요. 인생에 목표를 너무 세우는 게 의미가 없는 일이라 생각해요.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세상인데.”

- 드라마가 그야말로 ‘판타지 로맨스’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현실적일 것 같지만, 현실적이기 힘든 부분도 있지 않냐

“저도 사실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는데, 제가 실제로 그 입장이 됐다고 생각했을 때 저는 똑같이 그런 연기를 할 것 같아요. 내가 뭔가를 포기하면 상대방이 더 힘들 거 아니에요. 더 공감을 하게 됐어요. 시청자들 가운데는 말도 안 된다는 분들이 계시기도 했는데, 또 한편으로는 ‘나도 저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굉장히 특이한 드라마였어요. 무거운 주제를 완급조절을 하며 경쾌하게 풀어나가는 것도 신선했고요.”

- 드라마 애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드라마를 보고 희망을 얻었다’, ‘나에게 용기를 줬다’는 시청 후기를 보고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드라마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제작진에게 그런 작은 목표가 있었을 거예요. 어느 정도의 목표는 달성했다고 생각했죠. 너무 감사드려요.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소중한 작품이었습니다.”

- 류해성에게 남기고픈 한 마디는?

해성아, 잘 좀 하자! 이제 연기 잘 할 때가 됐잖냐. 류해성, 참 멋있다!

한해선기자 churabbit@ 사진 한동규 기자 eoru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