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탐정 홍길동' 조성희 감독 "이제훈이 완성한 홍길동 캐릭터"

기사 등록 2016-05-09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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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성연기자]맨 처음 조성희 감독이 한국 고전소설 '홍길동전' 속 주인공 홍길동을 갖고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었다. 단편영화 '남매의 집'과 장편영화 '짐승의 끝'으로 독립영화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감독의 행보와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성희 감독이 누구던가. 소년과 소녀의 동화같은 사랑이야기에 판타지적 요소와 늑대 인간이라는 소재를 접목시켜 만든 '늑대소년'으로 2012년 한 해, 관객의 마음을 웃기고 울렸던 신인 감독 아니던가. 그래서 이번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도 기대를 품은 채 두고보기로 했다.

그렇게 지난 4일 개봉한 '탐정 홍길동'은 '혹시나'가 아닌 '역시나' 였다. 조성의 감독의 손 끝에서 탄생한 홍길동은 설화 속 도술인이 아닌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안티 히어로가 돼 있었다. 도대체 무슨 작업을, 어떻게 한 것일까. '탐정 홍길동'의 조성희 감독과 개봉 전 삼청동의 어느 한 카페에서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를 공개하기 전까지 영화의 믹싱 작업과 CG 작업을 매일 하다보니까 완성된 영화를 보고나서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기 보다는 ‘최선을 다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그렇고 배우들도 그렇고 같이 작업하신 모든 분들이 함께요.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이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기쁘죠. 노정의 양과 김하나 양에게도 고맙고.”

조성희 감독은 전작 ‘늑대소년’ 개봉 당시 자신의 부모님이 그의 독립영화를 보고 잠들어버렸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늑대소년’에서는 그의 부모님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그렇다면 이번 ‘탐정 홍길동’은 누가 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찍었을까.



“‘탐정 홍길동’은 캐릭터가 굉장히 돋보이는 영화에요. 홍길동이란 인물이 영화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무기이고. 캐릭터가 가장 전면에 나서는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고 이런 개성 있고 특이한 캐릭터가 있다는 것을 관객분들에게 소개시켜드리고 싶었던 맘이 컸던 것 같아요. 전작처럼 특정인을 겨냥해 만들었다기 보다 많은 관객분들이 보시고 즐길 수 있을 만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죠.”

실상 관객과 마주한 ‘탐정 홍길동’ 속 홍길동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의적 홍길동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그는 푹 눌러쓴 중절모에 기다란 트렌치코트를 휘날리며 대의를 행하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몸을 움직이고 총을 쏜다. 히어로가 등장하는 전형적인 영웅들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조성희 감독은 이에 대해 “안티 히어로”라고 답했다.

“우리 영화 속 홍길동은 비호감으로 느껴질 만한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어요. 사랑 받기가 불리한 캐릭터죠. 멋진 신체능력을 갖고 있어서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남성미를 뿜어내는 캐릭터도 아니에요. 진실된 사람도 아니어서 만나는 사람마다 속으로 욕을 하고 심지어 아이들에게도 굉장히 위협적인 인물이죠. 그러한 점들에도 불구하고 홍길동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가 숙제였던 것 같아요. 홍길동의 매력을 보여주자는 것부터 영화의 출발이 됐고, 그의 약점과 결핍을 인정하면서 홍길동이 갖고 있는 귀여운 부분, 멋진 부분을 최대한 드러내보자는게 시작이었어요.”

조성희 감독이 그런 확신을 갖고 홍길동이란 숨을 불어넣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홍길동을 연기한 배우 이제훈의 영향이 컸다. 실제로 조성희 감독이 “이제훈이 아니었으면 ‘탐정 홍길동’은 굉장히 다른 영화가 됐을 것”이라고 털어놓았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는 맨 처음 이제훈을 봤을 때 “시나리오를 기획하고 개발했을 당시 상상했었던 홍길동의 이미자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고 밝혔다.



“너무나 다행이었던 것은 이제훈이란 배우가 홍길동에게 호기심을 많이 보여줬단 거죠. 사실 홍길동이란 캐릭터를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의지를 많이 보여줬어요. 때로는 제가 표현하기 주저했던 부분도 이제훈이 배우로서 과감하게 제시를 하고 밀고 나가서 용기를 줬던 것 같아요. 이제훈이 배역을 맡자 비로서 홍길동이 완벽하게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히어로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주인공 히어로도 있지만 그와 맞붙는 악역 또한 한 몫을 한다는 사실에 아무도 반론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생각했을 때 ‘탐정 홍길동’ 속 홍길동과 대결을 펼치는 거악(巨嶽)이 ‘광은회’란 설정은 흥미롭다. ‘광은회’는 영화 속 재정계에 까지 힘을 펼치고 있는 거대한 검은 조직으로 묘사된다.

조성희 감독은 ‘광은회’를 등장시킴으로서 “잘못된 믿음과 신념이 왜곡됐을 때 불러일으켜지는 폭력과 변질”을 얘기하고 싶었다. 영화 속 악인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모두 옳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그들이 하는 일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굳게 믿고 있기 때문. 강성일(김성균 분)을 비롯한 ‘광은회’의 사람들이 “도덕 위에 자신의 신념이 놓인 사람들”인 반면 홍길동은, 조성희 감독의 표현을 빌자면 “탈(脫)신념, 탈(脫)이념적인 인물”이다. 인물들 간의 그런 대비가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낳고 있다.

‘탐정 홍길동’의 그러한 악을 표현하기 위해 캐스팅된 배우들은 배우 김성균과 박근형이다. 특히 박근형은 홍길동의 어머니를 죽인 직접적인 원수 김병덕을 연기했다. ‘탐정 홍길동’의 캐스팅 중 어쩌면 가장 이질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그의 캐스팅은 영화를 본 이후 ‘홍길동 역에 이제훈’에 필적할 만한 캐스팅이 돼버렸다.

조성희 감독은 그에 대해 “박근형 선생님은 연기 경형이 많으신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안 해본 역할, 해보지 않은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으셨다. 처음 ‘탐정 홍길동’의 시나리오를 읽으시고 궁금했던 점이 많으셨었던 것 같다”며 “그분의 연기를 통해 열정과 호기심에 대해 많이 배웠다. 무게감과 말투, 행동이 ‘탐정 홍길동’의 만화같은 가벼움을 많이 잡아주고 영화의 중심이 돼주셨다”고 기뻐했다.

‘탐정 홍길동’에서 또 하나 눈 여겨 볼 것이 있다면 바로 영화의 스타일이다. 눈썰미 있는 관객이라면 개봉 전 공개된 영화의 예고편부터 ‘탐정 홍길동’의 화면이 갖은 특이점을 알아챘을 것이다. 만화적이라고 해야할까. 자연스럽지 않은 가공된 이미지가 영화의 톤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탐정 홍길동’에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과장도 많고 허황된 이야기이기도 해서 촬영 때부터 적합한 표현방식이 뭘까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상상력의 여지가 있는, 진짜 같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야 어울릴거란 생각을 했죠. ‘늑대소년’ 같은 경우도 이야기 자체가 판타지였고, 그런 상상 속의 이야기를 말하기에 그런 표현들이 어울렸던 것이고.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니 그런 표현 방식들이 나온 거에요. 가공된 이미지와 현실 같지 않은 느낌들, 이러한 부면들은 사실 제가 일관되게 가지고 가야할 저만의 개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과 공개되고 나자 ‘탐정 홍길동’에 대해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많은 이야기들이 벌써 오가고 있다. 내적으로는 영화의 속편에 대한 이야기이고, 외적으로는 서로 엇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맞붙게 된 마블 스튜디오의 또 다른 히어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관해서다.

조성희 감독은 속편의 이야기에 대해 본인 자신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보신 분들은 분명 이 얘기 이후에 또 다른 이야기가 더 있을 거란 생각을 분명 하게 될 거다”라며 “악의 근원을 뿌리 뽑지 못했기 때문에 배후에 있는 악의 실체를 마주하고 ‘콩가루 집안’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홍길동이 어떤 인간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가 속편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품을 만드는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작품 외적인 개봉시기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어떤 때는 개봉되는 작품이 적어서, 또 어떤 때는 너무 많아서 그리고 대학생들이 시험기간이어서 등등” 위험요소들은 항상 있어왔다고 생각하는 그는 “5월이 관객들한테 극장 나들이를 가장 많이 하는 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개봉해 황금연휴 기간 동안 ‘시빌 워’와 함께 ‘쌍끌이 흥행’을 주도해 온 ‘탐정 홍길동’은 100만 관객 돌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 기대되는 것은 ‘탐정 홍길동’이 과연 어느 정도로 관객들을 매료시킬 것인가다. 한국형 안티 히어로 영화에 의미 있는 행보를 더한 ‘탐정 홍길동’이 과연 새로운 이야기로 관객들을 찾아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이슈데일리 남용희 기자)

 

김성연기자 sean5347@ 사진 남용희 기자 nyh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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