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연의 영화이야기]'해어화',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을 들춰낸 서글픈 노래

기사 등록 2016-04-0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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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성연기자]성공하고 싶어하는 욕망은 누구나 갖고 있다.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싶고, 인정 받고 싶어하는 마음 말이다. 하지만 그 마음이 너무 강력해져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하기 시작한다면, 비극이 시작되고 만다.

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는 사랑에 욕망이 번졌을 때, 사람이 어떤 식으로 변모해 가는 지를 1940대 경성에 살고 있는 두 기생들을 통해 그려냈다. 세 남녀의 삼각관계가 멜로 드라마로서 영화의 중심축으로 중요하게 작용되고 있지만, 결국 '해어화'가 이야기로서 앞으로 전진해 나가는 순간은 정소율(한효주 분), 서연희(천우희 분) 그리고 김윤우(유연석 분)의 욕망이 꿈틀거릴 때다.

운명이 언제나 짓궂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해어화'는 그런 운명이 만들어 놓은 세 사람의 드라마에 집중한다. 욕망이 사랑에 번졌을 때의 일렁이는 감정의 파고라던가 마음의 기척 등을 골똘하고도 유심히 지켜보는 것이다. 이 지점은 '해어화'가 멜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단 것을 알려주며 라이벌 관계에 있는 정소율과 서연희의 입장 때문에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당대 최고의 예인이 되기를 꿈꿨던 정소율과 서연희가 일본 유학을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온 김윤우를 마주하는 순간과 그가 작곡한 노래 '조선의 마음'의 주인을 찾았다고 확신하는 순간 정소율과 서연희의 희비는 엇갈린다. 정소율이 그토록 부르고 싶어하던 '조선의 마음'은 애석하게도 서연희의 품에 들어가게 된다. 정소율의 통제할 수 없는 욕망은 아마 그때서부터 시작됐으리라.

'해어화'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라는 말로 시작해서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로 끝나는 어느 명언 구절을 증명해보이는 영화가 아니다. 그보다는 재능과 노력으로도 뒤집혀 지지 않는 절대적인 벽에 부딪혀 버렸을 때, 질투란 감정 말고는 아무 것도 바닥에 남겨져 있는 않은 한 여인의 처연한 모습을 살펴보는 것에 관심있어 보인다.



질투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고, 끓어오르는 욕망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정소율의 모습을 보고서 영화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르가 떠오르게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실제 '해어화'를 보면 정소율과 서연희의 관계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그것과 닮아있다.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죽음에 몰고간 것 처럼 정소율 또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작품 전체에 드리워져 있다.

이들의 이런 온전한 비극이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된 것에는 배우 한효주와 천우희의 공이 크다. 봄에 피어오르는 꽃봉오리처럼 단아하고도 절제된 아름다움을 연신 기품있게 내뿜는 한효주나 정제되지 않은 본연의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천우희는 마음 속 깊은 욕망을 끄집어 내 섬세한 연기로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말을 알아듣는 꽃'이란 뜻의 '해어화'가 이들을 지칭하고 있단 것을 이해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 정도로 아름답고 그렇기에 처연하다.

모든 영화가 그렇듯 누군가는 '해어화'를 보고 공감할 것이고 누군가는 '해어화'를 보며 가슴 아파할 것이다. 한효주가 연기한 정소율이 '조선의 마음'에 온 마음을 뺏겼듯 '해어화' 또한 관객의 마음을 홀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4월 13일 개봉 예정.

 

김성연기자 sean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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