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결혼계약’ 이서진 “지훈을 연기하면서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기사 등록 2016-05-09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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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성록기자] “어렸을 때 이런 사랑을 해본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작품이었어요” ‘멜로남’의 대표주자로 거론되는 배우 이서진. 로맨틱하고 젠틀한 그에게 있어서도 사랑은 역시 어렵다는 것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남지 않은 시한부 사랑을 애절하게 그려내며 전국의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 이서진은 종영 후 2주가 채 되지 않은 시점이라 그런지,여전히 드라마 속 한지훈에게 몰입해 있었다.

지난 4일 여의도에 위치한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배우 이서진과 인간 이서진의 차이점. 그가 느끼는 진정한 사랑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을 들었다.

평균 시청률 20%를 기록한 ‘결혼계약’. 하지만 드라마의 주역인 이서진은 정작 이렇게 많은 인기를 얻을 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중간 중간 작품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드러내며 애정을 전했다.
“시청률이 워낙 잘 나왔고,주변에서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배우 입장에서 그것만큼 좋은건 없죠. 처음에 작품 들어갈 때 이 정도로 반응이 올 줄 몰랐는데 1,2회 나가고 관계자들한테 연락이 많이 와서 ‘이번에 잘되겠구나’라는 예감이 본능적으로 왔죠”

“김진민 PD가 워낙 베테랑이고, 뛰어난 연출자니까 저는 그냥 믿고 따라갔어요. 첫 회 촬영분 나온걸 보고 나서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가 맡은 한지훈은 유복한 환경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 것처럼 보이지만, 가슴 한 구석에 깊은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서진은 한동안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털털하고 다소 시니컬한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삼시세끼’에서 이서진의 본래 모습을 많이 너무 보여드렸는데, 드라마에서 갑자기 진지한 인물을 연기 하면 보는 분들이 조금 어색해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제작진과 직접 의논을 한 끝에 캐릭터에 조금 변형을 주려고 했어요. 초반에는 굉장히 편하게 연기했어요. 말투도 거의 제가 평소 하던대로 바꿔서 하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죠”

“‘삼시세끼’나 ‘꽃보다 할배’에서 나온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드라마를 한다고 해서 그런 것들을한번에 바꾸기보다는 천천히 밑그림을 그려 나간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이서진은 자신보다 무려 열입곱살이 어린 유이와 호흡을 맞췄지만, 나이차가 무색할만큼 완벽한 그림을 완성시켰다. 이는 어떤 상대와 함께 있더라도 그 사람의 성향에 자연스럽게 자신을 녹일 줄 아는 여유로운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주변 분들은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유이와 나이차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 편했어요.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연기자와 함께 했다면 어색했을 것 같은데, 유이는 그보다 훨씬 어리니까,되려 부담없이 편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유이도 그만큼 저를 믿고 따라와줬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문제될게 전혀 없었어요. 비주얼은 조금 신경을 썼죠(웃음)”

그는 키스신에 대해서도 상대역 유이를 먼저 배려하고,선배 연기자로서 솔선수범하며 감독이 요구하는 장면을 소화해냈다. 평소 유이와 서스럼없이 친한 사이처럼 보였지만, 또 극중에서는 감정이 담긴 멜로연기를 척척 해낸 것을 대입해보면 ‘역시 배우는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촬영장에 가면 제가 유이 멱살을 잡아요(웃음). 그만큼 너무 귀여워서 친근하게 대하죠. 유이는 정말 활발한 친구에요, 촬영 전에 한시도 가만 있지를 않거든요. 근데 드라마가 힘든 감정신들이 굉장히 많으니까,저는 또 ‘야 가만 있어,에너지를 아끼라고~ 너 밥먹었어?’라고 물어볼 정도로 걱정이 됐죠”

“키스신 같은 경우는 감독님이 처음에 동선을 먼저 알려주고, 그 다음부터는 알아서 하라고 하시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제 스스로 고민하면서 어떻게 할지 생각했어요"



아직까지 2~30대의 젊은 배우들 틈 사이에서 멜로 연기를 한다는 점. 이서진이 아니라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경우일 것이다. 약간의 부담감이 있을 법도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한 생각을 덤덤하게 전했다.

“드라마 상에서도 제가 맡은 역할이 그렇게 어린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그 나이에 맞게 연기를 하는 것 뿐이에요. 20대만 할 수 있는 연기를 제가 하면 이상했겠지만, 3~40대의 입장에서 나타낼 수 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큰 부담감은 없었어요”

“외모 관리도 늘 받고는 있죠. 드라마 때문에 따로 더 한 건 아니고, 주변에 어린 친구들도 항상 자기 관리를 하는게 너무 보기 좋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잘 소화가 된다면 40대가 30대를 연기하는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조건을 갖춘 재벌남과 싱글맘의 우연한 만남. ‘결혼계약’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와 불치병이라는 소재로 인해 뻔한 전개가 예상되는 멜로물임에도 이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작가와 PD의 탁월한 구성력이 자리잡았다.

“영화 ‘러브스토리’ 이후 나온 작품들은 대부분 비슷한 멜로물들의 틀을 따라갔죠. 그래도 ‘결혼계약’은 작가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뚜렷히 나타났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주효한 것 같아요.이야기의 전체적인 구성은 비슷할지라도,작가의 확실한 의도를 연출이 잘 살려줬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나왔다고 봅니다”

“처음에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캐스팅이 확정 되기 전에 대본 수정이 가능한지 작가님한테 요청을 했는데, 곧바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고쳐주시는 거에요. 원래 지훈의 캐릭터는 너무 착한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조금 재미가 없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조금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성격에서 점점 변화하는 과정을 그려내면 좋을 것 같아서 이런 점을 이야기 드렸는데, 흔쾌히 의견을 수용해주셨고, 거기에 감동을 받아 출연을 결심했죠”

드라마 속 한지훈은 대부분 슬픔에 차 있는듯한 모습과 무거운 표정을 드러냈지만, 절친한 친구 박호준과 함께 있을 때 만큼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밝고 환한 분위기를 나타냈다. 그가 실제로는 자신보다 형인 김광규와 친구 사이를 연기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절친한 두 사람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호준은 극 중 제가 유일하게 마음 속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인물이라서,감독님한테 실제로 저와 친한 사람이 맡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어요. 처음에는 광규 형을 저보다 동생으로 설정하려고 했는데,그렇게 하면 제가 너무 나이가 들어 보일 것 같아서 그냥 친구로 했죠(웃음)”

“서로 워낙 잘 알고 친하니까,연기를 하면서도 이게 연기인지,실생활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즐겁게 촬영했어요”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영원한 사랑의 약속.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하든 그 본연의 모습을 바라봐주는 남자의 심경을 그는 어떻게 느꼈을까? 이때만큼은 로맨틱하고 애절한 한지훈이 아닌,이서진의 유쾌한 면모를 나타내며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를 언지시켰다.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지훈의 마음이 그닥 공감은 안되죠, 그게 어떻게 되요(웃음). 보통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만큼이라면, 시한부라는 설정에서 나오는 더 애절해 보이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더 많이 사랑 해야 할 것 같고 간절함이 나오는 사랑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거겠죠”

“시한부를 소재로 한 멜로물에는 처음 출연했는데, 일반적인 사랑과 비교했을 때,확실히 표현하는 방식들이 많이 달라지는게 있어요. 마냥 행복할 수 없고,결국에는 끝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는 점. 그만큼 헌신이 많이 필요한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 제 인생에서 그런 일을 겪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웃음) 드라마에서라도 충분히 경험해보고 싶어요.”

“지훈을 연기하면서 내가 어렸을 때 이런 사랑을 해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었던 작품이었죠. 감독님이 저한테 요구하는 것도 많았고, 초반부터 워낙에 슬픈 감정을 요하는 장면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그런 점을 신경 쓰는 게 힘들었어요”



이서진은 그동안 수많은 멜로연기를 해오며 여심을 사로잡는 ‘로맨틱 가이’로 자리를 굳건히 했다. 실제 본인이 느끼고 있는 좋은 연기의 조건과 표현 방식은 마냥 로맨틱하기보다는 차분하고 확고한 가치관이 존재했다.

“연기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게 제일 좋죠. 그런데 그 동안 맡았던 역할들을 보면 항상 제 성격과 반대되는 인물을 연기했어요. 물론 제 안에도 달콤하고 부드러운 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워낙 진지한 것을 싫어하고 부담스러워해서 연기로 하는 게 더 좋아요,평소에는 해볼 수 없는 것들을 하니까..그런 장점이 있죠”

“예전에는 상대를 생각하기보다는 제 감정에만 충실한 1차원적이고 이기적인 사랑을 했다면,지금은 상당히 복합적으로 이런 사랑도 해보고,저런 사랑도 해보면서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된 것 같아요, 또 나이가 들면 들수록 표현은 더 줄어들거든요. 평소 상상해왔던 것들을 드라마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게 배우라는 직업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결혼계약’은 멜로 드라마의 특성에 맞게 수 많은 명장면과 주옥 같은 대사로 화제를 모았다. 이서진 역시 본인이 생각하는 명장면을 언급하며 작품이 남긴 여운을 다시금 떠올렸다.

“14회에서 지훈이 혜수(유이 분)에게 꽃다발을 주는 장면을 본 시청자 의견 중에 제가 드라마에서 그렇게 환하게 웃는걸 처음 봤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웃음)”

“지훈의 성격이 워낙 어둡고 마음이 닫혀 있는 인물이다 보니,연기를 하면서 웃을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 장면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슬플 수 있는 신인데, 최대한 밝게 가보기로 했어요. 밝으면서도 슬퍼 보일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나타내고 싶었거든요, 저는 그런게 더 좋아요. 그냥 펑펑 울기만 한다고 해서 슬픈 감정이 전해지는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웃음 속에 숨겨진 슬픔의 이면과 역으로 느껴지는 감정들이 잘 묻어났던 인상 깊은 그림이었죠, 아직은 드라마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여운이 오래 가고 기억에도 많이 남네요”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4년에 이르기까지. 그간 이서진의 필모그래피 기간을 훑어봤을때, 확실히 그는 다작을 하는 배우는 아니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2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 출연을 결정했던 이유는 한가지 작품을 하더라도 무언가를 확실하게 얻을 수 있을 때 한다는 본인만의 뚜렷한 의식이 있었다.

“2001년에 ‘그 여자의 집’을 촬영하고 나서 ‘다모’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동안 혼란기가 왔어요.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굉장히 불안했죠. ‘다모’를 할때는 눈뜨고 나면 제 기사가 쏟아져 나오다가, 영화 촬영 때문에 잠깐 공백기를 가졌을 때 기사가 하나도 안 나오니까 이러다가 잊혀 지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어렵게 다모에 출연 결정을 하고 나서는 망설임 없이 연기자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 이후부터는 몇 개의 드라마와 영화를 찍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하나의 작품을 위해 완전히 준비를 마친 후 저의 진실된 모습을 쏟아 냈을때 훨씬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2003년에는 ‘다모’,2013년에는 ‘꽃보다 할배’가 잘되니까… 가만 보면 10년마다 어떤 터닝포인트가 있는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럼 2023년에 그런 것이 또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그때까지 어떻게 잘 좀 버텨봐야죠(웃음)”



말끔한 외모와 귀공자 이미지. 화면 속 이서진은 늘 완벽에 가까웠다. 하지만 대중들은 이제는 만인의 오빠가 아닌 한 여자의 남편이 되있는 그의 모습도 상당히 궁금증을 자아낼터. 안타깝게도당분간은 여전히 일에 열중하는 배우 이서진의 모습을 보는데 만족해야할 것 같다.

“집에 혼자 있고 일을 하다 보면 피곤해서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데,쉴때는 가끔 옆에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들어요. 근데 또 누구를 만날 기회가 점점 줄어드니까 더욱 조심스러워지는게 있어요”

“30대에는 그래도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면,또 40대가 되고 나서는 인생의 그림이 새롭게 그려지더라고요. 지금은 그렇게 절실하지는 않아요”

“이상형은 무조건 밝은 사람이에요, 진지한것을 워낙 싫어하니까… 나이는 꼭 어리다고 해서 좋은건 아니고,나이가 많으면 친구처럼 지낼 수 있고,어리면 귀여운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차갑고 시니컬한 뉴요커. 데뷔 초반부터 줄곧 그를 감싸고 있던 이미지다. 그러나 정작 만나서 이이야기 나눴을 때 , 그는 누구보다 편하고 유쾌한 면모가 돋보이는 인간 이서진이었다. 앞으로 드라마와 예능에서 활발한 활약을 펼칠 그의 다음 선택지에 기대가 모아진다.

“제가 왜 차갑고 까칠한 이미지로 그려지는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말로 표현하는걸 싫어해서 그렇게 보시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사실 남자들은 친한 사람한테는 더 표현을 안하고,말도 장난스럽게 하는 편이고… 대부분 그렇지 않나요?”

“저는 정말 솔직하고 가식적인 것을 못 참는 성격이에요. 사랑을 할 때도 무슨 말을 하기보다는,그냥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팬들에게도 어떤 이미지로 비춰져야 한다는 그런 강박관념 같은 건 없어요. 배우는 겉으로 풍기는 이미지가 평범하고 자연스러워야 어떤 역할이든 어울릴 수 있다고 봐요. 그런 친근한 면이 배우로서 오래가기 위한 포인트라고 봐요. 아직 다음 작품을 구체적으로 구상한 적은 없지만, 전문직 종사자나,양면성이 있는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그때까지는 지금 출연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죠”

[사진=박은비 기자]

 

김성록기자 honjk56@ 사진 박은비 기자 smart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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