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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재심’ 모범생 강하늘은 잊어라! ‘차가운 청년’으로 태어나다

기사 등록 2017-02-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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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배우 강하늘이 ‘동주’ 이후 또 한 번의 과감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은 그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방점이 됐다.

이제껏 바르고 곧은 강하늘은 잠시 잊어도 좋다. 실화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다룬 ‘재심’에서 그는 세상의 멸시를 받으며 누명을 쓴 범죄자 현우 역할을 맡았다. 세상의 온갖 억울함은 다 뒤집어 쓴 악에 받친 인물을 열연한다.

‘재심’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사건을 소재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정우)과 억울한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가 다시 한 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휴먼드라마.

택시기사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던 현우는 경찰의 폭행과 강압수사로 도리어 살인범이 된 후 10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허비하게 된다. 그가 누명을 쓴 이유는 불량한 행색에서 불러온 선입견 때문이다. 불량 청소년으로 보이기 위해 강하늘은 체중 감량과 함께 장발에 브릿지 염색과 문신까지 그려 넣는 등 외적인 변화부터 불사했다.

이에 대해 김태윤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최 군을 봤을 때 처음에는 겉모습에서 많이 겁을 먹었다”며 “관객들이 오해와 편견을 가질 수 있도록 연기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았다”라고 밝힘으로써 입체적 성격을 소화할 수 있는 인물로 강하늘을 낙점했다.

강하늘 역시 “순박하고 착한 애가 억울한 누명을 쓴 것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은 악한 모습으로 그런 짓을 저지를 수도 있겠다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불량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했는데, 머리에 브릿지를 넣자고 내가 먼저 제안했고, 문신도 더 넣으려 했다. 현우가 되게 날이 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찬 인물로 보이고 싶었다”고 캐릭터 접근 과정을 전했다.

그런 소년 현우는 모든 형을 마치고 출소한 후 살인전과자로 보는 사회의 냉담한 시각을 오롯이 받아내며 희망 없이 세상과 단절된 채 하루 이틀 꾸역꾸역 살아간다. 악 밖에 남지 않은 이 인물은 모든 접촉에 날선 반응과 부정적인 시선으로 인간을 대한다.

이는 그가 지금까지 ‘상속자들’(2013), ‘스물’(2014), ‘쎄시봉’(2015), ‘동주’(2016), ‘좋아해줘’(2016) 등을 통해 보인 꽤나 고정적인 인물들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전까지 강하늘은 반듯하고 모범적인 이미지의 역할을 주로 맡아 연기하면서 실제 모습에서 ‘미담 제조기’라는 별명까지 얻어 착한 면이 부각돼 왔다. 특히 ‘스물’에서 보인 어수룩한 대학생, ‘동주’를 통한 시인 윤동주의 올곧음의 재현으로 강하늘은 명실상부 충무로 대세이자, 20대 배우로서 최고 주목받는 배우로 등극했다.

이번 ‘재심’에서 그는 현우를 연기하며 그간의 순수하고 착한 이미지를 넘어 차가운 청년으로 완벽 변신, 놀라운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시나리오를 읽고 당사자의 감정에 깊이 이입했다는 강하늘의 놀라운 집중도를 느낄 수 있다. 특히 극중 억울함을 벗겨줄 변호사 준영을 만나 차츰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에서의 태도 전환이 인상 깊다. 속물적으로 접근해 점차 정의감에 가슴 뜨거워지는 준영과 마찬가지로 그런 준영의 영향으로 현우까지 긍정적인 인물로 변화하는 모습이 영화의 상징인 ‘희망’을 강조하기에 충분하다. 이는 곧 두 사람의 ‘브로맨스’이자 캐릭터 시너지로 완벽하게 상황에 들어맞는 결과를 낳는다. 이로써 아직 28세 배우임에도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충무로의 보석’임이 제대로 입증되는 것이다.

(사진=‘재심’ 포스터 및 스틸컷)

한해선기자 churab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