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연의 영화이야기]'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근사한 히어로의 등장

기사 등록 2016-05-0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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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성연기자]이제 더 이상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 대사 속 한글 자막을 쫓다가 화려한 액션 장면들을 놓쳐 버리는 불상사를 당하지 않아도 된다.

오는 4일 개봉을 앞둔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감독 조성희, 이하 '탐정 홍길동')'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져 이미 친숙한 고전소설 인물 홍길동을 주인공으로 한 액션 영화다.

'히어로 무비'를 표방하고 있는 '탐정 홍길동'은 우연히도 지난 4월 27일 개봉한 마블 스튜디오의 새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맞붙는다.

영화 팬들은 어쩌면 한국의 영웅과 미국의 영웅'들'이 5월의 극장가에서 맞붙는 진구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누가 이길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것 하나 만은 분명하다. '탐정 홍길동'은 갖고 있는 장점이 굉장히 뚜렷한 영화라는 것이다.

아마도 그 뚜렷한 장점은 아마 극장을 찾는 대다수의 관객들이 이미 홍길동에 대해 샅샅이 알고 있는 것으로 비롯 됐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홍길동이란 이름은 대한민국의 기본 교육 과정을 마친, 혹은 마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숱하게 들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름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로 시작되는 그의 인생사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탐정 홍길동'의 연출을 맡은 조성희 감독은 이야기의 시작을 바로 여기서부터 지어나갔다. 홍길동(이제훈 분)이 갖고 있는 이전 세대와의 갈등과 그의 익명성은 현대로 건너와 영웅의 서사를 만나니 근사하게 변했다. 그간 제작되려고 숱한 시도들이 있었던 한국형 히어로 영화의 지향점인 '그럴 듯한 이야기'가 '그런 이야기'로 바뀌는 멋진 순간인 것이다.

조 감독은 이에 그치지 않고 홍길동의 다른 부면들까지 모티브로 잡고 영화에 차용했다. 이를 테면 홍길동전에 나오던 의적 집단 활빈당은 황회장(고아라 분)이 거느리고 있는 불법 흥신소가 된 것 처럼 말이다.

'탐정 홍길동'은 신선하단 느낌은 들지만 낯설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조성희 감독의 전작 '늑대소년'이 늑대인간과 소녀의 로맨스를 한 편의 동화처럼 풀어냈다면 '탐정 홍길동'은 그간 시도되지 않았던 안티 히어로의 면모를 관객이 가장 받아들이기 쉬울 수 있는 로드 무비의 형태로 그려냈다.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김병덕(박근형 분)을 찾아 나선 홍길동이 그의 손녀 동이(노정의 분)와 말순(김하나 분)을 데리고 다녀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탐정 홍길동'에서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다. 세 사람은 영화가 본격적인 이야기의 궤도로 올라설 때부터 영화의 말미까지 함께 하는데 이들이 빚어내는 시너지가 썩 괜찮다.

특히 '애늙은이' 스타일의 말순이 자신의 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홍길동과 사사건건 부딪히는 모습들은 자칫 복수의 기운에 불타 무거워질 수 있는 영화의 숨통을 튀어주며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그러면서도 흐트러지는 모습없이 끝까지 홍길동의 사연을 풀어가는 영화를 보고있자면 감탄이 흘러나온다.

'탐정 홍길동'에는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러한 장면들은 하나하나 따로 떼어서 보더라도 하나의 그림처럼 느껴질 정도로 독창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흔히 대규모와 웅장한 배경을 담기위해 주로 사용돼왔던 CG를 일상적인 장면에도 적용해 비주얼적으로도 탁월한 성과를 이뤄낸 것이 바로 '탐정 홍길동'이다.

통상 히어로 영화들의 맨 첫번째 시리즈가 영웅의 탄생을 그려내다 보니 제 아무리 히어로 영화의 고장이라고 하는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도 본편이 속편의 예고편이 돼버리는 경우를 허다하게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탐정 홍길동'은 근래 들어 개봉하는 히어로 영화들이 으레 범하는 실수를 똑같이 되풀이 하지 않았다.

'탐정 홍길동'은 하나의 이야기로서 완벽한 완결성을 갖고 있으며 관객으로 부터 다음 이야기를 궁금케 만드는 무언가를 갖췄다. 그 무언가는 오는 4일 영화가 개봉된 이후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CJ 엔터테인먼트)

 

김성연기자 sean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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