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데뷔일기]배우 김정현② “익숙한 방향대로 연기하지 않는 배우가 목표”
기사 등록 2016-09-02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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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양지연기자]‘연예인이 되기까지 과정은 어땠을까’
한 번 쯤은 생각해볼 궁금증이다. 이슈데일리는 매주 ‘핫데뷔일기’ 코너를 통해 스타들의 데뷔 전부터 후까지, 대중들에게 자세하고 솔직하게 들려주고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한다.
이번 편의 주인공은 신인 배우 김정현이다. 김정현은 여러 연극 무대와 단편 영화를 거치며 본인만의 연기 세계를 탄탄히 이룩해 온 배우다. 그러다 작년, 첫 장편영화인 ‘초인(감독 서은영)’으로 본격적인 데뷔를 알린 그는 신선한 마스크와 연기력으로 영화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어 지난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극본 서숙향, 연출 박신우)’에서 공효진의 동생으로 등장한 김정현은 ‘저 배우 누구야?’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배우로서 더 큰 날갯짓을 시작했다.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첫 인사를 나누던 김정현은 곧 장난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 웃지 않고 있을 때는 단정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즐거운 이야기를 할 때는 천진한 아이의 얼굴을 비추는 그를 보고 있으니 배우의 인상이란 저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시간에는 데뷔 후부터 최근까지 작품에 임하는 그의 포부를 그려봤다. <편집자주>
#목표를 세우고 실현할 수 있는 힘
2014년, 김정현은 크게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하나는 장편독립영화 입봉을 하는 것, 다른 하나는 연극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
“단편영화는 필름이 짧아서 인물 쌓아가는 게 어려운 편이에요. 아무래도 영화 안에서 사건이 쌓아가는 인물의 크기가 짧으니까요. 그래서 장편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셰익스피어 작품을 꼭 하고 싶다,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죠. 2014년에 목표를 세웠는데 그 해에 셰익스피어 작품을 했었고 또 그 해 마지막에 본 오디션에 합격했습니다.”
2014년에 그는 뚜렷한 목표를 세웠고 훌륭하게 이뤄냈다. 회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장편영화를 하면서 회사에 들어가게 됐다. 또한 첫 영화 촬영 현장에 여러 감독과 스태프 등 이미 알던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그 이후로는 부산영화제 가서 상업영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찍었어요. 다른 특별한 목표는 없었던 거 같아요. 상업적으로 더 큰 무대로 나갈 수 있게 잘 준비하자는 목표가 있었는데 어쨌든 이루었습니다. 많은 분량의 역할은 아니지만 연 초에 이뤄버려서 다음에는 좀 더 구체적이고 크게 목표를 잡아야 될 거 같아요.”
그는 개봉을 기다리는 작품이 두 작품이나 되는데다 공중파 드라마에 출연중이기도 하다. 본인이 원했던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김정현은 처음 장편영화 촬영에 임했을 때의 상황과 분위기, 그때의 감정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었다.
“맨 첫 장면은 보건소였어요. 영등포구청에서 찍었고 시간은 8시였나, 그랬던 거 같아요. 한 시간 반 정도 일찍 가서 계속 걸어 다녔죠, 스태프들도 안 오셨는데. 첫 촬영가서 이 기운을 좀 받고 내가 잘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었어요. 첫날 그렇게 딱 갔더니 감독님이 ‘한 달 동안 해야 되는데 이렇게 나오면 안 된다. 체력 아껴라’하셔서 그 다음부터는 30분 일찍 나갔죠. 첫 촬영 때는 신선하고 새롭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기대감과 설렘도 있었지만 책임감도 있었죠. 여러 스텝들이 함께하고 또 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니까요.”
김정현은 자신이 보내는 시간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었다.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하는 소중한 기회라는 것도. 그 중요성을 깨달은 만큼 촬영에 임하는 자세도 남달랐다.
“그전에 단편영화도 했고 연극이나 뮤지컬도 했지만 장편영화는 처음이었죠. 연극은 첫 씬 시작하면 끝까지 다 한 번에 진행이 돼야하는 장르잖아요. 그런데 영화는 뒤의 장면을 앞에 할 수도 있고 앞 장면을 뒤에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감정선을 따라서 하는 준비를 계속 했던 것 같아요. 그게 달랐기 때문에 실수를 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대본 읽고 감정은 어떤 감정인지, 씬 별로 어떤 걸 얘기하는 거고 여기서 어떤 걸 하면 되고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서 갔던 것 같아요. 전 준비기간을 열심히 보내는 편이에요.”
#해왔던 것, 하고 싶은 것, 그 안에서 발견한 가치 있는 모든 것
“시나리오 보는 기준은 감독님이나 배우들 뭐 이런 거는 아니고요. 좋은 작품에서, 재밌는 책에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이면 무엇이든 도전해서 잘 해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김정현은 맡고 싶은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을 빛냈다. 그는 기회만 온다면 어떤 역할이라도 괜찮다고 했다.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거나 잘 못하는 쪽의 연기여도 욕심을 내서 잘 해낼 수 있게끔 노력할 마음이 충분히 있다고. 무엇이든 맡겨만 주신다면 열심히 해보겠다는 자세의 그였지만 그래도 그중 정말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지 않을까.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 선배님이 하셨던 역할, 사도에서 사도세자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영화는 ‘굿 윌 헌팅’도 재밌게 봤고요. ‘이미테이션 게임’, ‘레볼루셔너리 로드’, ‘인셉션’, ‘다크나이트’도 재미있게 봤고 ‘아바타’도 세계관 좋았고 ‘타이타닉’도 좋았어요. 딱히 엄청 좋아하는 장르는 없는 것 같아요 SF도 그렇고 액션, 느와르, 멜로도 그렇고 좋은 작품 좋은 연기가 있으면 항상 마음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 온도가 계속. 몸 쓰는 거 좋아해서 액션도 도전해보고 싶죠.”
하고 싶은 배역에 이어 좋아하는 영화까지도 그는 막힘없이 술술 뱉어냈다. 본인의 말대로 정말 가리는 것 없이 연기라면 어느 것이든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된 배우였다. 이어서 그는 사실 어느 영화에 어떤 역할을 하는 것 보다는 한 번 쯤은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도 털어놨다.
“쌩 완전 나쁜 녀석은 아니라, 악역인데 이유가 있고 목표가 있는 악당이요. 어떻게 보면 착하고 나쁘고는 종이 한 장 차이더라고요. 그런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어쨌든 연기를 잘 해야겠죠.”
그는 지금까지 배우의 길을 걸어오면서 여러 번 연극 무대에 올랐었다. 연극을 통해 희로애락을 배우고 관객과 소통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그런 그는 이제 영화라는 또 다른 장르에도 발을 내딛고 있다. 연극과 영화, 어찌 보면 다른 장르이고 또 어찌 보면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비슷한 장르이기도 하다. 그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연극은 관객을 만나는 일이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딱 끝나고 나서 박수를 받고 나와서 관객들과 뜨겁게 얘기할 때 기쁜 거 같아요. 누군가는 저한테 와서 너무 ‘고맙다’, ‘잘 봤다’고 말해주기도 하고 혹은 ‘연기 왜 그렇게 하냐’, ‘그건 좀 아닌 거 같다’고 해주시기도 하고. 그러면 저는 ‘그렇게 생각했구나’, ‘얘기해줘서 고맙다’하죠. 칭찬해 주시는 것도 좋죠. 그런데 진심으로 비판해주는 것은 정말 드물잖아요. 그런 사람이 생겼다는 거에 대해 감사하고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연극을 통해 관객과 만나 기쁘다는 김정현은 영화에 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차곡차곡 관계를 쌓아가는 기간을 건너뛰고 연극, 혹은 영화를 통해 관객과 한 번에 관계가 지어지는 부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했다.
“영화 같은 경우에는 초인을 하면서 관객과의 대화를 다녔어요. 어떤 분이 인생영화라고 자기의 삶과 덧붙여서 녹여서 얘기하시더라고요. 또 감정이 복받쳐서 우시는 분도 계시고. 정말 면면도 없는 관곈데 그렇게 울고 자기 얘기를 하고 제가 그 사람의 삶에 어떤 일부로서 다가가서 접촉을 했구나, 영향을 줬구나하고 느끼게 되면 이 직업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죠. 그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거 같아요. 이상한 교감이죠.”
그는 이 같은 관객과의 만남이 부산영화제에 간 것 보다 보람 있는 일로 여겨진다고 했다. 물론 부산영화제가 없었다면 이 같은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무엇이 더 중요한지 굳이 순서를 따지지 않아도 그의 배우 인생에서 하나하나가 가치 있는 순간이었음은 분명하다.
#결연한 의지로 또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는 배우, 김정현
인터뷰 내내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언제나 항상 노력하는 배우, 그래서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는 것이 현재 그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목표였다. 그는 나중이 되면 여유가 생길 수는 있겠지만 익숙한 것에 가려서 노력하거나 새로운 걸 발견하는 고민을 저버리고 싶지 않다고 다짐하듯 털어놨다. 그것이 김정현이 말하는 초심이었다.
“함께 작품 했던 사람들을 또 만나게 되면 친한 형이 될 수도 있고 그럼 현장 분위기는 편해지겠죠. 근데 그거 때문에 ‘연기 대충해야지’ 이렇게 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럴까봐 겁나긴 하네요. 그러면 친구들이 그러겠죠. ‘배우병 걸렸냐. 저번 연기랑 똑같다’고. 이런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도움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곁을 든든히 지켜주던 버팀목. 그리고 또 함께 배우의 꿈을 꾸면서 달려온 동반자. 김정현의 주위에는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중한 사람들이 그가 초심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은 자명하다.
“데뷔한지 얼마 안됐고, 작품도 영화 한편밖에 없지만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좋은 기회에 좋은 만남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서 연기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하고 있으니까 관심 있으신 분들은 연락 주시고(웃음). 그냥 저는 안 변했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생기면 기회에 감사하고 또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서 겸손하게 관객 분들을 계속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일이 어떻게 될 진 모르잖아요. 잘되면 잘될 수도 있는 거고 못 될 수도 있는 건데 제가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있고요. 어떤 결과가 되든지 제가 연기를 한 거고 제가 책임을 져야 되고 못했다면. 잘했다면 감사한 일인 거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그 후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김정현은 어릴 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바라면 무엇이든 이루고자 했던 열의와 자신감을 연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내비치고 있었다.
그는 몸이 기억하는 한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하는 동시에 칸이나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는 것은 배우의 길 중 한 과정에 있을 뿐이지 결코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관객이 허락하고 여러 영화사와 드라마 제작사들이 허락하는 한 계속 배우를 하고 싶다며 장난스럽게 웃는 그의 얼굴에서 결연한 의지가 언뜻 비치기도 했다.
“제가 되고 싶은 배우는 이 마음 그대로 끝까지 늙어서도 책임감을 가지는 배우예요. 관객 분들과 만나는데 있어서 최선의 연기를 보여드리려고 항상 고민하는 배우요. 또 익숙한 방향대로 연기하지 않고 항상 더 도전하고 더 새롭게 하기 위해서 고민을 놓치지 않는 책임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이슈데일리 양지연기자)
양지연기자 jy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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