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케치]‘터널’ 그 누가 인간의 생명을 저울질 할 수 있을까?

기사 등록 2016-08-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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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단 한 명의 구출을 위한 전력 동원. 수습을 위해 들이는 금액은 자그마치 500억 원. 개통 1개월밖에 되지 않은 대형 터널이 무너진 후 정수(하정우 분)는 홀로 터널 안에 갇히고 만다. 그가 가진 것은 78% 남은 배터리의 휴대폰과 생수 두 병, 그리고 딸의 생일 케이크가 전부. 하지만 하루, 이틀이 넘어 근 한 달이 다 되도록 구조대는 터널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울부짖는 한 남자. 그를 둘러싼 가족, 구조대, 언론, 그리고 정치인들의 태도는 어떻게 그려질까. 또 어떻게 변화할까.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은 자동차 영업대리점 과장 정수가 여느 때처럼 집으로 돌아가던 길,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후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린 리얼 재난 드라마다.

3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터널’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김성훈 감독, 배우 하정우, 오달수가 참석해 영화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영화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은 “내 스스로가 캄캄한 2시간을 모두 견뎌낼 자신은 없었다. 웃음이 암을 치료하는 능력을 지녔듯이, 재난 상황에서 아이러니한 유머가 있다면 극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게 더 수월할 거라 생각했다”고 영화 중간 중간 유머와 풍자를 섞어 표현한 점을 언급하며 “현실감 있는 영화를 만들기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성훈 감독은 “어느 사회에나 풍자는 있는 것 같다”며 영화를 연출하는 데 있어서 표현하고픈 자신의 색깔을 강조했다.

감독은 특히 “이만희 감독님의 ‘생명’이라는 작품이 있다. 광산에서 16일 만에 구출되는 작품이 다. 이 영화를 준비하다가 그 영화를 보고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촬영을 하며 모티브를 얻은 작품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갑작스레 터널에 갇히게 되는 남자 정수 역을 맡은 하정우는 “연쇄적으로 붕괴되는 장면을 찍었지만, 스태프들이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촬영했다. 계속 확인해가며 촬영했기 때문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라며 “하지만 먼지와의 싸움이 있었다”고 촬영 과정에서 특히 힘들었던 부분을 짚었다.

이어 그는 “시나리오에서 캐릭터들이 잘 짜여졌던 것 같다. 그 캐릭터로 준비하며 ‘나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울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 안에서 무언가라도 해 나아갔을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 살기 위해 여유 있는 마음을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수라는 인물이 느슨하게 있을수록 고통과 아픔, 사고가 극대화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더불어 캐스팅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두나 씨의 감정을 가운데서 계속 잘 전달해 줬다. 딱 봤을 때 감정이 잘 통하는 배우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촬영이 잘 진행된 것 같다”고 영화에서 굳이 대면하지 않고서도 완벽한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비결을 밝혔다.

또 하정우는 “계속 촬영하다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가루가 많아 잔기침이 많기는 했다. 촬영 후 폐 CT를 찍어보기도 했지만 이상은 없었다. 다만 세팅하는 과정에서 20~30분이 걸리는 게 힘들었다. 그 곳에 들어가고 나오는 데서 무료함이 있기는 했다”고 촬영 과정에서의 고생담을 털어놨다.

영화 속 명대사에 대해서는 “달수 형이 ‘여기 도롱뇽이 아니라 사람이 갇혔다구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대사가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장면인 것 같다”고 전하며 ‘터널’의 핵심이 되는 관념을 전했다.




정수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 구조대장 대경 역의 오달수는 “현장 분위기는 의외로 밝았다. 다만 추위 때문에 고생하기는 했다”라며 “감독님의 고급스러운 유머로 현장 분위기가 밝아졌던 것 같다”고 훈훈한 촬영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영화 속 1차적 공포는 터널에 갇힌 공간에서 느껴지지만, 진짜 공포는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대처하는 전혀 다른 집단들에게서 진정으로 느낄 수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정수만이 아니었을 터다. 구조가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 처지에 이르자 가장 먼저 급변하는 것은 정치인의 태도다. 이에 따라 구조대와 언론의 태도 또한 잔인하리만치 변한다.

감독은 풍자적 요소로 극을 이끌어가지만, 그 안에는 매서운 사회적 비판 메시지가 담겨 있다. 단 하나의 생명도 경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터널’은 인간이 감히 조물주와 같이 다른 인간을 함부로 판단할 수 없으리라는 경고를 전한다. 한편 ‘터널’은 오는 1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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