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뷰]'돌아와요 부산항애' 성훈을 위한 성훈에 의한 성훈의 한국 누아르

기사 등록 2017-12-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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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우리들의 천국으로 가고싶다"

무엇이 이란성 쌍둥이 형제의 운명을 갈라놓았을까. 같은 배에서 나왔지만 형사와 범죄조직 2인자로 극명한 삶이 갈린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가 박희준 감독의 손에서 누아르 영화로 태어났다.

‘돌아와요 부산항애(愛)’는 어린시절 헤어진 이란성 쌍둥이 형제가 20년 후 경찰과 범죄조직 후계자로 만나면서 펼쳐지는 엇갈린 운명을 담은 휴먼 감성 액션 영화. 부산에서 올로케이션 촬영된 만큼 80년대 발전이 되지 않은 부산의 정겨운 풍광과 발전한 지금의 부산이 전경이 대비된다. 박희준 감독은 자신이 나고 자란 부산을 배경으로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성훈의 스크린 데뷔작인 '돌아와요 부산항애'. 성훈은 극중 이란성 쌍둥이 동생 태성 역으로 범죄자 2인자로 성장한다. 어려서부터 모범적이었던 형 태주는 조한선이 맡았다. 조한선은 부산에서 벗어나 서울에서 경찰이 된 인물. 그가 다시 부산으로 내려오고, 소탕해야 하는 범죄조직이 동생 태성과 연관이 되면서 다시 한 번 대립각을 세운다.

태성은 어려서부터 항상 형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었다. 짝사랑하는 찬미까지도 형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못마땅했다. 태주는 사고만 치고 다니는 동생에게 "지긋지긋하다"고 마음과 다른 말을 내뱉고 동생 태성은 "그럼 오늘부터 우린 남이다"라고 받아친다. 그렇게 한날 나온 이란성 쌍둥이는 등을 지게 된다.

태성은 범죄조직 2인자로서 항상 자신을 시기하고 있는 상두(공정환)의 견제, 보육원 원장으로부터 받는 멸시, 찬미의 동정어린 눈빛까지 감당하고 있지만 형 태주가 다시 부산에 내려왔다는 소식에 또 한 번 감정이 소용돌이 친다.

태주 역시 '쌍둥이 동생이 연관돼 있는데 괜찮겠냐'는 시선에 범죄자로 선을 그으며 자신의 임무만을 향해 나갈 것을 암시한다.

그 사이, 상두의 음모가 파고들면서 쌍둥이 형제는 위기를 맞게 된다.

'돌아와요 부산항애'는 90년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한' 홍콩 누아르의 색채를 강하게 띄고 있다. 박희준 감독은 세련된 액션영화보다는 투박하지만 감정이 여기저기 묻어난 누아르를 지향했다. 음악부터 화면연출,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뚝심있게 자신이 연출하고자 하는 의도를 고수했다.

성훈은 김동현과의 액션신부터 다수를 상대하는 액션까지 활약이 돋보인다. 평소 친근하고 젠틀한 이미지로 브라운관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성훈은 냉철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속이 깊은 태성의 옷을 입고 걸어나간다. 액션연기는 그가 어느정도 연습에 임했는지 짐작케 한다. 그는 '성훈을 위한, 성훈에 의한, 성훈의 '돌아와요 부산항애'를 완성하는데 완벽한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내면연기 또한 냉철하지만 다각도에서 영향을 받는 감정을 내밀하게 파고들었다.



갈등의 중심축이 되는 공정환의 활약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을 보여준다. 다수의 작품에서 악역을 연기했지만 '돌아와요 부산항애'를 통해 정점을 찍었다. 얼굴의 주름을 하나하나까지 감정선을 표출하는 도구로 삼았으며, 사투리, 액션, 끝까지 악랄함을 유지하는 캐릭터의 기조까지 훌륭히 보여준다.

이외에도 박철민, 손병호, 박지일, 박정학, 윤소이, 배태원 등 조연 배우들이 탄탄히 뒷받침하고 있다. 성훈, 조한선, 윤소이의 아역을 연기한 지민혁, 김민철, 신세휘의 앙상블도 몰입을 돕는다.

연말 대작 영화들이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돌아와요 부산항애'가 한국형 누아르를 내세워 장르의 다양성을 확장하고자 한다. 관객들은 '돌아와요 부산항애'에 다다를 수 있을까. 내년 1월 3일 개봉. 러닝타임 114분. 15세 관람가.

 

유지윤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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