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부산행', 첫 실사영화로도 이어진 연상호 감독의 '뚝심'

기사 등록 2016-07-1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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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이 죽었다고 해도 해마다 거론할만한 작품들은 항상 등장했다. 오성윤 감독의 '마당을 나온 암탉', 이대희 감독의 '파닥파닥'이나 안재훈, 한혜진 감독의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구봉회 감독의 '고스트 메신저' 한지원 감독의 '생각보다 맑은' 등 애니메이터들의 노력은 훌륭한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지곤 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았던 인물이나 작품이라면 역시 '돼지의 왕'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일 것이다. 그리고 그 연상호 감독은 2016년 애니메이션 '서울역'과 실사영화 '부산행'으로 새로운 도전에 박차를 가했다.

일부 관람객들이 언급하듯 연상호 감독의 작품들은 '징그럽다'. 2011년 '돼지의 왕'과 2012년 '창', 2013년 '사이비'로 인간 심리의 밑바닥을 집요할 정도로 들추기도 했고, 그 안에 내포된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기도 했다. 또한 이런 내용은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의 거친 느낌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작품의 의도를 정확하게 살려냈다.

그런 그가 첫 실사영화 '부산행'으로 찾아온 건 다소 의아한 부분이기도 하다. '부산행'은 달리는 기차, 좀비, 화려한 캐스팅 등 대형 블록버스터의 느낌을 감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물들의 심리를 포착해낸 연상호 감독이 이런 영화에 도전한다는 건 기대와 함께 걱정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개된 '부산행'은 그런 걱정이 기우임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연상호 감독은 '달리는'이란 동사에 중점을 둔 게 아니라 '기차'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가져와 폐쇄적인 상황 속 인간 군상을 그려냈다. 그 내부에서도 강자와 약자라는, 인간들만의 '기준'으로 권력이 형성되는 과정은 그의 전작들에서 느낄 수 있는, 되짚어볼만한 순간을 제시했다.

또한 '부산행'의 스토리 공개 당시부터 많은 팬들이 기대했던 '좀비'에 대한 은유는 홀로 부각되는 방향보다 영화 전체에 녹아들어가는 방향을 택했다. 영화 속 좀비라는 존재가 베트남전 패전에 대한 상징이듯 '부산행' 역시 보는 이들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상징'으로 거듭났다.


이처럼 전작들의 주제의식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녹여낸 연상호 감독은 그렇다고 애니메이터로서의 욕심을 포기한 건 아니다. 오히려 '부산행'의 프리퀄로 알려진 '서울행'도 8월 개봉을 앞두고 있어 기대감을 배로 키웠다. 연상호 감독의 팬들은 영화라는 특성상 제작자의 입김이 다소 가미됐을 '부산행'보다 '서울역'이 진정한 '연상호표 좀비물'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한국형 좀비물'을 영화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으로 대중들에게 안겨줄 연상호 감독의 뚝심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더 많은 볼거리를 위해 포기할 수 있는 그 중심축을 놓치지 않은 것은 블록버스터 속에도 사유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내일(20일)로 다가온 '부산행'의 개봉이 대중들에게 어떤 결과를 얻어낼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사진=NEW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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