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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서현진 "'또 오해영' 나를 가장 솔직하게 표현했다"

기사 등록 2016-07-0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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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상록기자] 이토록 솔직한 여성 캐릭터가 또 있었을까? 한달이 넘는 시간 동안 20~30대 여성들의 폭풍 공감을 일으키며 눈물과 웃음을 쏙 빼놓은 ‘또 오해영’의 히로인 서현진. 데뷔 15년차에 빛나지만,작년부터 직업란에 자신을 배우라고 적을 수 있었다는 그녀. 배우로 정착하기까지 많은 인고의 시간을 거친 그가 느끼는 담백하고 진정성 있는 연기관,인생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귀기울여 들어봤다.

서현진은 드라마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기자 간담회 형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든 상황이 다소 적응이 되지 않는 듯, 긴장하며 첫 마디를 던졌다. “많은 분들 찾아오게 해서 죄송하고 성실히 대답하겠습니다” 의례적인 멘트라기보다는 본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듯한 모습은 진중하고 성실한 그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서현진은 쉴새 없이 달려온 오해영을 벗어놔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운듯,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흙해영’과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아요. 마지막 방송도 배우들과 같이 챙겨봤는데… 마지막회가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냐고 감탄했어요(웃음). 드라마가 방송되는 내내 출연자들끼리 항상 본방사수하면서 모니터링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거든요. 시청자들만큼 저희도 애청자의 입장으로 푹 빠져서 봤던 드라마였어요. 제 기억에서 한동안 쉽게 사라지지 않을 작품이 될 것 같아요”

30대 초반의 평범한 직장인. 눈에 띄게 예쁜것도 아니고, 성격이 모난 데 없을 정도로 완벽한 것도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일반적인 오해영. 그러나 서현진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배우들에게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털털하고 진솔한 매력을 통해 그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거추장스러운 무언가가 아닌, 오해영의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려했던 그의 진실함이 뒷받침됐다.

“제가 대본을 보면서 울고 웃었던 포인트를 많은 분들이 같이 공감하고 좋아해준다는 것이 이런 기분인줄은 몰랐어요. 물론 시청률이 잘 나와서 좋은 것도 있지만 좋은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더 뿌듯한 감이 있어요”

“드라마는 자존감을 다루고 있지만,결국에는 사랑 이야기에요. 하지만 그 속에서 자존감이 낮더라도 어떻게든 이겨내고 살아가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가진 숙제라고 생각해요. 3회 오해영의 대사 중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잘 되기를 바래요,여전히.” 라는 말처럼,내 존재의 가치를 떨어트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 대사를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그런 감정들이 보시는 분들에게 잘 전달이 됐으면 했죠”

“연기를 하면서 내 민낯을 다 보여주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연컨대 여태 했던 작품 중에서 가장 사실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오해영은 박도경을 사랑하게 되고 나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감정에 빠져드는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다. 사랑 앞에는 어떤 장애물도 용납이 될 수 없는 오해영의 저돌적인 모습은 실제 서현진에게도 존재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방법은 조금 달랐다.

“사랑에 빠진 후 오해영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점은 없었지만,조금 주책맞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남자에 눈이 멀어서 엄마,아빠도 눈에 안보이고 그러잖아요…근데 그만큼 너무 좋은 거에요. 그 사람외에 다른건 아무것도 안보이는 그런 사랑을 저도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저는 누구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다가오게 만드는 스타일도 아니에요. 그냥 가만히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기를 기다려야 돼요. 굉장히 어려운 사랑이죠”.

로맨스 드라마답게 ‘또 오해영’에는 연애세포를 자극하는 달콤한 장면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녹여냈다. 서현진 역시 몇몇 장면들에서는 본인도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상상에 빠졌다.

“해영과 도경이 옆방에 사는 설정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설레는 부분이 많았어요. 물리적으로 가깝고 자꾸 보면 정이 드니까 저도 모르게 감정에 젖어들었던게 아닌가 싶어요. 특히 바닷가에서 데이트 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모니터 하면서 엄청 웃었거든요. 정말 좋았나봐요(웃음)”

32세. 적지 않은 나이의 서현진 역시 결혼과 진정한 사랑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는 결혼이 인생에 있어서 필요한 과정으로는 받아들이지만, 남들이 하는 일종의 의식으로 여기면서 서두를 생각은 없음을 내비쳤다.

“20대 초반에는 연애하면 결혼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믿을 생각도 없었죠. 근데 이제 나이를 해영이만큼 먹다 보니,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을 해야하나 싶더라고요. 그렇게 되니까 사람을 만나는게 점점 어려워져요."

"최근에 희본이 언니 결혼식에 갔을 때 정말 부러웠어요.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제가 더 기쁘고 안심이 되는 그런거 있죠. 저도 결혼은 하고 싶지만 ‘과연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아직까지는 더 많아요.”

자신의 곁에 끝까지 있어준 박도경. 반면 상처만을 남긴 한태진. 서현진은 실제로도 박도경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에릭과의 남다른 호흡과 인연을 떠올렸다.

“실제로는 도경 같은 남자를 더 좋아할 것 같아요. 자신의 약하고 못난 부분을 나한테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에릭 오빠는 처음 봤을 때 굉장히 무뚝뚝하고 어려울거라 생각했는데, 상냥하고 매너가 기본으로 깔려있던 분이었어요. 극중에서도 도경이가 나이가 더 많은데 반말을 하잖아요. 모든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게 오빠의 매력이에요. 로맨스에 워낙 강한 면모가 있으니까 제가 덕을 많이 봤어요.”

“모든 키스장면과 스킨십은 거의 NG가 없이 끝났어요. 액션신의 합을 짜듯이 일일히 동선을 계산하고 그리면서 촬영했어요. 벽에서 하는 키스신이 워낙 세게 나오다보니,그 이후에는 별다른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어요”

“예전에 밀크 활동할 때 SM 엔터테인먼트에서 같이 생활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는 워낙 하늘 같은 선배님이라 눈도 마주칠 수 없었어요. 그때 저는 기억도 못하셨어요. 당시에 교류는 거의 없었고, 동완오빠하고 단막극을 찍은 적이 있는데,회식 할 때 옆 테이블에 앉아 계셨어요. 그때 본건 기억을 하시더라고요(웃음)”

‘또 오해영’은 밤 11시에 방송되는 시간답게(?),과감한 키스신과 직설적인 대사가 많았다. 드라마 치고는 다소 수위가 센 장면과 분위기를 소화해내야 하는 것이 때로는 여배우로서 고민으로 작용할 수 있었을터. 그는 그럼에도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의식과 내숭 없이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왜 서현진,오해영에게 그토록 열광했는지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해영이 도경한테 같이 있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대사도 주변에서는 어떻게 보셨을지는 모르지만,저는 너무 좋았어요. 자기가 솔직하게 뭘 하고 싶다고 말해주는 여성이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해요. ‘내가 생각하는게 뭔지 맞혀봐’라고 하는 것보다 그냥 내가 느끼고 원하는 것을 말하는게 상대와의 관계를 풀어나가는데 더 좋지 않을까요?”

‘결국 또 사랑이야?’ 삐딱한 이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오해영이 자신의 힘으로 자아를 발견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과정보다는,사랑의 힘만을 강조하는 듯한 작품의 모습.여기에 2회 연장으로 인해 늘어지는 면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시선. 서현진은 조심스럽지만 차분하게 작가의 의도와 작품에 대한 존중과 애착을 드러냈다.

“사랑은 늘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저는 주인공이 결점이 없는 사람으로만 비춰지는게 과연 좋은건가?라는 의문이 들어요. 남들이 모르는 나의 못나고 부족한 부분이나, 조금 얄밉더라도 그 캐릭터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런 부분을 전부 보여드림으로 인해서 시청자들이 더 밀착되게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드라마가 다른 작품에 비해 신이 워낙 많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분량이 늘어났어요. 대본상으로는 8회쯤 됐는데,방송에서는 10회분으로 나올만큼 차이가 있었어요. 힘들긴 했지만 작가님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었어요. 연장을 했던 부분이 크게 독이 되지는 않았을거라고 믿습니다.”

“’금수저’ 오해영과 ‘흙수저’ 오해영, 드라마에서는 금해영과 흙해영으로 나눠져서 불렸다. 서현진에게도 어떤 존재에 대한 콤플렉스는 늘 존재했다. 그는 그런 과정을 연기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감각을 발휘했다.

“살면서 누구에게 피해의식을 한번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저도 물론 있죠.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어떤 건지 말하고 싶지 않아요(웃음)… 그냥 남들이 별다른 뜻 없이 하는 말에도 예민하게 받아 들였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연기할 때 그 기억을 통해서 해영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어요”

2001년 걸그룹 밀크로 데뷔했던 서현진.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의 가수 활동은 영광보다는 실패와 슬럼프가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는 그때마다 그것을 깨트리기 위해 발버둥치기 보다는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기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뚝심은 이제서야 찬란한 빛을 내고 있다.

“가수 그만두고 연기 전향했을 때 슬럼프가 심했어요. 그때는 극복을 하지 않고 그냥 버텼어요. 극복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느껴요. 저는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랬고,다른 것을 할 줄 아는게 없었어요. 그런 용기도 나지 않아서 시간을 보냈어요. 그래도 그냥 보내면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지니까 연기학원도 다니고 뮤지컬도 하고 일도 하면서 그렇게 지냈어요. 더 나이가 들면 해결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꼭 다 들어맞지는 모르겠어요”

“한동안 배우라는 직업을 직업란에 쓰지 못할 정도로 불안정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그랬던 이유는 아쉬움이 없는 사람처럼 언제든 떠나고 싶어서 그랬죠. 막상 그럴것도 아니면서 한발짝 발을 빼고 있었던 거에요. ‘식샤를 합시다2’를 찍기 전까지 그랬어요. ‘식샤’를 통해서 연기하는 틀을 좀 깰 수 있던 계기가 됐어요. 그 작품을 마치고 나서 ‘연기를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오해영’은 역대 tvN 드라마 중 ‘응답하라 1988’,’시그널’,’응답하라 1994’의 뒤를 잇는 4위의 시청률로 화려한 막을 내렸다. 이제 서현진이라는 이름 석자에게 거는 기대감은 앞으로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좋은 관심이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기 위해 그는 아직까지 겸손함과 초심의 자세를 강조하며 행복한 배우의 꿈을 전했다.

“그런 부담감도 오히려 감사해요. 그만큼 저를 믿고 기대해주시는 부분이 있다는 거잖아요.그걸 극복하는건 저의 몫이에요. 정말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실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게 되서 너무 감사해요. 연기 생활을 하면서 평생 못 만날 수도 있는거 잖아요. 또 내가 가장 좋아하고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사랑을 받아서 뿌듯해요.”

“아직까지 뚜렷이 희망하는 스타일은 없고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찍으면서 팬들과 만나는게 목표에요. ‘또 오해영’을 통해서 예전보다 입지가 확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달라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어요. 지금 제가 받는 관심과 사랑이 분에 넘친다는 것을 알고 있고,없어질거란 것도 알고 있어요. 계속해서 흘러갈거라고 봐요. 그래야 사는게 더 재미있죠(웃음).

(사진=점프엔터테인먼트)

김상록기자 honjk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