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나무' 태종 승하에 이도 "이방원이 없는 천하다"

기사 등록 2011-10-1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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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상준기자]조선 개국의 가장 큰 공을 세웠던 카리스마 넘치는 태종 이방원이 승하했다.

13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거뭇한 수염으로 부쩍 성장한 세종 이도(송중기 분)가 등장했다. 태종 이방원(백윤식 분)은 죽음의 순간까지도 기백넘치는 카리스마로 이도의 생각을 바꾸려했지만 결국 이도의 굳은 의지를 느끼고 안심하고 웃으며 숨을 거뒀다.

이날 노쇠한 태종은 병상에 찾아온 이도에게 "아직도 그 생각에 변함없는 것이냐? 칼이 아닌 말로 설득하고 모두를 품고 인내하고 설득하겠다는 그 어리석은 생각 말이다"라며 일갈했다. 태종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여전한 카리스마를 보였다.

이도가 "예, 그리할 것입니다"라고 담담히 답하자 태종은 "한심한 놈, 권력의 독은 안으로 감추고 오직 인내하고 참는다. 그게 사람의 길일 줄 아느냐. 내가 갔던 길보다 훨씬 더 참혹할게야"라는 저주같은 독설을 내뱉었다.

이에 이도가 오히려 더 차분하게 "그럴지도 모르지요"라고 답하자 태종은 "훗날 넌 반드시 내 무덤앞에 무릎꿇고 니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고백하면서 울게될 것이다"는 경고를 날렸다.

이도는 "아마도 그럴 일 없을 것입니다"라고 단호하게 맞받아치며 태종의 귓가에 "조선의 임금은 그리 한가한 자리가 아니니까요"라고 대담하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것임을 전했다.

이에 태종은 이도의 멱살을 잡고 "이놈. 해내거라. 해내. 그래야 네 놈을 왕으로 세운 것이 나의 제일 큰 업적이 될 것이니"라며 오히려 흔쾌히 웃었다. 이도가 "그리 될 것이옵니다"라고 답했다. 태종은 이도의 자신만만함에 웃었다. 태종은 마지막 유지가 이도에게 이어졌음을 비록 아들이 편하지 않은 길을 선택했지만 결국 이도만의 천하를 만들어낼 것임을 확인하고 걱정없는 편안한 얼굴로 이승을 등졌다.

태종의 승하에 온 궐이 읍소했지만 이도는 멍한 채였다. 그의 표정에는 가장 큰 숙적인 태종과 무섭도록 엄격했던 조언자였던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망연자실이 담겨있었다. 또 이제야 자신의 뜻대로 자신만의 조선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데서 나온 막연한 감상도 표현됐다.

홀로 나와 연못을 바라보는 이도의 얼굴에는 어느 덧 굳은 의지가 서려 있었다. 이도는 "이방원이 없는 천하다"라며 사방을 굽어보며 되뇌였고 진정으로 온전한 자신의 조선을 처음으로 바라봤다.

한편 물에 비친 젊은 이도의 모습은 어느 덧 자신의 조선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이도(한석규 분)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한석규의 이도가 제일 먼저 내 뱉은 말은 '지랄'. 욕이었다. 가장 귀한 왕의 입을 통해 가장 천한 말인 욕설이 나오는 장면은 아이러니함과 동시에 실용을 중시하는 세종의 모습과 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왕은 그동안 점잖고 어려운 한자어로만 말하던 기존의 왕의 이미지와는 동 떨어진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박상준기자 sj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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