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조진웅의 ‘예민미’史..‘끝까지 간다’부터 ‘해빙’까지

기사 등록 2017-02-2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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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배우 조진웅이 예민한 캐릭터 속 다양한 변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3월 1일 개봉하는 ‘해빙’(감독 이수연)에서 역시 그의 ‘예민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 배우 중 내로라할 만큼 풍채 좋은 조진웅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의외로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에서다.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데뷔해 지금까지 50여 편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지만, 그의 두드러지는 흥행작을 되새겨보면 크게 ‘끝까지 간다’ ‘명량’ ‘아가씨’가 있다. 해당 작품 속 그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꽤나 공통분모가 있다.




먼저, 조진웅을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게 만든 작품은 ‘끝까지 간다’(2014)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정체불명의 목격자 박창민 역을 맡아 실수로 뺑소니 교통사고를 일으킨 형사 고건수(이선균)에게 전화로 접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건수를 궁지로 몰아넣는 서늘한 악역 연기를 펼쳤다. 특히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으며 자신의 페이스대로 건수의 숨통을 조여 가는 조진웅은 한국 영화사에 좀처럼 없던 차별화된 악역 캐릭터로, 눈빛부터 말투까지 역할과 완벽 합일돼 관객들의 오금마저 저리게 했다.

같은 해 개봉한 ‘명량’(2014)에서 역시 그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1597년 임진왜란 6년째, 이순신 장군이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배에 맞서 싸우는 기적 같은 역사를 재구성한 ‘명량’에서 조진웅은 이순신 장군(최민식)에 패배한 이후 설욕의 기회만을 노리는 왜군 장수 와키자카로 분했다. 그는 극중 왜군 진영에서 이순신을 증오하면서도 그에 대한 두려움을 지닌 인물로, 전장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음과 동시에 이순신과 격돌하면서는 줄곧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수많은 출연진 속에서 신스틸러로 톡톡히 활약한 조진웅은 좌중을 압도하며 묵직하고도 근엄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명량’ 이후 또 한 번 일본인 역할을 맡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에서는 우리가 알던 조진웅의 모습을 전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신했다. 그가 연기한 코우즈키는 히데코(김민희) 아가씨 곁에서 후견인으로 변태성을 숨기고 사는 일본의 귀족으로, 외적으로 신사의 품격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더러운 욕망으로 가득 찬 노인이다. 조진웅은 역할 소화를 위해 극심한 다이어트는 물론, 파격적인 노인 분장까지 함께해 미스터리한 인물 코우즈키를 소름끼치게 완성시켰다.

이번 ‘해빙’에서는 우연히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 내시경 전문의 승훈 역으로 전보다 한층 돋보이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마주한 한 남자를 둘러싼 심리 스릴러 영화다. 이번 작품에서 조진웅은 겉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인물인 것처럼 보이지만, 극도의 예민함을 표현하기 위해 무려 18kg을 감량했다고. 신경질적인 강박을 갖고 있는 내과 의사로 분한 그는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캐릭터의 심리 기저를 건드려야 했기 때문에 스스로도 굉장히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했다. 서슬 퍼렇게 눈 뜨고 있는 치매아버지 정노인(신구)와 정육식당 주인 성근(김대명)과 얽히던 중 자신을 만나러 왔던 전처가 실종되면서 본격적으로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주인공 승훈의 시선과 내면을 따라가는 ‘해빙’에서 조진웅은 차차 드러나는 비밀에 맞닥뜨렸을 때의 반응과 표정 변화를 통해 긴장감과 공포, 의혹 속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지금까지 투톱 이상의 군단에서 활약한 조진웅은 이번 작품으로 완벽하게 메인 주연을 소화한 후 올해 ‘대장 김창수’에서 또 한 번의 ‘예민미’로 승부수를 띄운다. 명성황후 시해범을 살해한 죄로 인천 감옥소에 수감된 청년 김창수가 미결 사형수에서 독립운동가 대장 김창수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이 영화에서 그는 핍박받는 조선인들의 아픔을 날선 카리스마로 폭발시킬 예정.

올해도 조진웅이 연기할 각종 ‘예민미’는 어떠한 스펙트럼을 남길지, 관객들이 그의 독보적 진화에 또 한 번 놀랄 일만 남았다.


(사진=‘끝까지 간다’, ‘명량’, ‘아가씨’, ‘해빙’ 포스터 및 스틸컷)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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