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무당]‘비거 스플래쉬’ 예고편으로 본 후...결과는 결국 파멸일까

기사 등록 2016-07-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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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영화무당’은 영화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화제작들의 예고편을 장면마다 꼼꼼히 살펴보고, 제작진이 미처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를 기자들의 시선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코너다.<편집자주>

‘영화무당’ 여섯 번째 시간에는 오는 8월 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비거 스플래시(감독 루카 구아다니노)’를 다뤄보겠다. 상업 영화와 예술 영화를 넘나들며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는 틸다 스윈튼이 다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만난 이번 작품은 휴양지의 풍경과 두 커플의 기묘한 신경전을 담고 있다.


# 하필이면 휴가에 찾아온 그의 이유는?

전설적인 락 뮤지션 마리안(틸타 스윈튼)은 자신의 애인이자 영화감독인 폴(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분)과 함께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다. 갑작스럽게 벨소리가 울리고, 폴은 기분 나쁜 듯 전화를 받지만 그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드디어 찾았네"라며 반가워한다.

공항에 찾아온 손님은 마리안의 옛 연인인 해리(랄프 파인즈 분). 심지어 그는 자신의 딸 페넬로페(다코타 존슨 분)까지 동행했다. 아무리 마리안이 반가워한다 해도 폴의 표정에는 불편함이 역력하다. 하필 이 휴가까지 쫓아온 전 애인이라니, 인상이 안 써지는 게 성인군자뿐일 것이다.



폴도 그랬겠지만 차라리 페넬로페가 딸이 아니라 해리의 현 연인이었으면 상황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해리가 미치지않고서야 마리안에게 접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니까. 그러나 상대는 아버지와 딸이고 이 딸마저도 지금 이 상황에 전혀 불편해하는 기색이 없다.

왜 하필 지금일까. 정확하게 예측할 정도로 정보가 있진 않지만 해리가 폴에게 “인생 최대의 실수는 마리안과 헤어진 거였어”라는 대사를 던지는 건 둘 중 하나로 보인다. 모든 걸 걸만큼(심지어 딸까지!) 마리안과의 재결합을 원하든가, 아니면 폴이 과연 마리안에게 ‘잘 해주고 있는지’ 관찰하는 것. 어느 쪽이든, 영화는 미묘한 애정관계로 달려간다.


# 인생이 치졸해지는 ‘특이점’은 언제 오는가?

그렇게 느닷없이 찾아온 해리는 물 만난 고기마냥 마리안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폴도 처음엔 유쾌하게 그를 받아들이지만 시간은 흐르고 (예고편에서 추측하기에) 어느 순간 마리안 역시 해리와의 시간을 지나치게 즐겁게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물론 현재 그의 연인은 폴이다. 폴도 그걸 안다. 그럼에도 감정이란 이성으로 누를 수 있는 논리나 정형화된 것이 아니다. 마리안에게 폴이 털어놓는 “왜 여기서 지내라고 했어?”라는 질문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여기에 최악은 페넬로페의 존재이다. 젊고 순수해보이는 이 여성은 그럼에도 아주 여유있는 모습으로 이 휴양지의 생활을 즐길 뿐만 아니라 마리안과 폴에게 계속 관계와 과거를 묻곤 한다. “내가 뭐 잘못한 거 있니”라는 마리안의 물음은 폴에게도, 페넬로페에게도 향한 것처럼 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 ‘술 취한 코끼리’는 막을 수 있을까?

그리하여 모두의 감정은 서로를 잴 수 없게 혼란스러울 뿐이다. 관객들은 이런 파멸을 많이 봤다. 팜므파탈에 무너지는 수많은 남성들과 서로의 과거에 집착하다 끝을 보고 마는 커플들. 그러나 ‘비거 스플래쉬’만의 특성이라면 이들이 모두 ‘예술’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는 이야 예술을 이성적으로 분석한다고 해도 만드는 입장에서 예술은 언제나 ‘즉흥의 미학’이 소거될 수 없는 법. 사람이 세 명이면 호랑이도 만든다는데 커플과 전 연인 세 사람이 모였으니 무슨 일이 발생하겠나. “이러면 죄책감 느껴?”라는 대사와 페넬로페의 “절대 잊지 못할 거에요”의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떤 것이 기억될까.


폴의 곁에 있는 페넬로페의 뺨을 때리는 마리안이 예고편 말미에는 절규하듯 몸부림치는 건 왜일까. 이정도 공개된 스토리에서도 전개를 유출할 만큼 전형적인 느낌의 ‘비거 스플래쉬’지만 그럼에도 극장에서 이 작품을 만나야만 한다는 느낌이 드는 건 이 네 명의 배우들의 앙상블 속에 글로 형용 못할 심리적인 ‘포착’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거 스플래쉬’는 18세 관람가이다. 치정극이라면서도 겉을 맴도는 이야기는 결코 아닐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가지 힌트를 더하자면 ‘비거 스플래쉬’는 1969년작 ‘수영장’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너무 옛날 영화라고? 그렇다면 이 작품에 오마주로 만들어진 프랑소와 오종의 ‘스위밍 풀’이 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의 마음은 인내할 순 없어도 급제동을 걸 순 없다. 그것도 휴양지처럼 마음이 풀리는 곳이라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감정을 막을 방도는 없을 것이다. ‘비거 스플래쉬’는 어디로 달려나갈까. 네 남녀의 (육체와 마음이란 양분된 곳에서 시작된) 사랑은 어떤 ‘그물’을 형상화할지 3일 극장에서 만나보자.


(사진=찬란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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