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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창용의 광대역엔터] '기황후'-'정도전', 포스트 전국환-박영규는?

기사 등록 2014-03-2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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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기자] '기황후'와 '정도전'이 큼직한 기둥을 떠나보냈다.

MBC 월화특별기획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와 KBS 대하사극 '정도전(극본 정현민, 연출 강병택 이재훈)'에서 강하고, 거대한 악역을 담당했던 연철(전국환 분)과 이인임(박영규 분)이 퇴장하면서 새로운 권력 갈등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연철은 '기황후' 시작 때부터 주인공을 위협하며 묵직한 존재감을 나타냈다. 불꽃이 튈 듯한 눈빛과 호랑이가 으르렁 대는 듯한 음성은 원나라 최고 권력자 연철의 카리스마와 위압감을 전했다.

겉모습만으로 상대를 위협한건 아니다. 황제를 압도하는 군사력과 지방 호족들을 장악하는 포섭력, 정적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술수로 황제 타환(지창욱 분)과 기승냥(하지원 분)을 수시로 위기에 빠뜨렸다.

하지만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진리를 일깨우듯 연철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죽음을 앞두고도 황제 타환과 승냥에게 사자후를 터뜨리며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전국환은 연철이라는 거대 권력을 소름끼치는 연기력으로 살려냈다.

이인임 또한 정도전을 비롯한 정적들을 위협하며 권력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연철이 호랑이처럼 포효하며 상대를 압도했다면 이인임은 구렁이와 너구리처럼 능글능글하게 상대를 요리했다. 웃음 속의 칼이란 이인임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연철이 황제를 압도하는 권력으로 정적들을 제압했다면 이인임은 황제의 신임을 이용해 정적들을 쓰러뜨렸다. 또한 임견미(정호근 분), 염흥방(김민상 분)처럼 자신이 신임하는 수하들은 확실히 챙기는 수완을 발휘했다.

연철과 마찬가지로 이인임 또한 권력을 잃고 쫓겨났다. 숱한 위기를 넘기면서도 권력을 놓치지 않았지만 그도 영원히 권력을 갖지 못했다. 박영규는 '정도전'에서 이인임 역을 통해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기황후'는 승냥과 백안(김영호 분)의 권력 투쟁을, '정도전'은 이성계(유동근 분), 정도전(조재현 분)과 최영(서인석 분), 정몽주(임호 분)의 갈등이 그려졌다. 두 작품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셈이다.

두 작품 모두 악역의 큰 축을 떠나보낸 상황에서 보다 치열하고, 긴박한 권력 투쟁 구도를 보여야한다는 부담을 갖게 됐다. 이미 결말을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을 몰입시킬 수 있는 극 전개가 필요하다.

실제 역사에서도 연철이 실각한 후 원나라는 한족들의 반란과 황실 구성원들의 권력 투쟁으로 몰락했다고 기록돼 있다. 고려 또한 이인임이 쫓겨난 후 빠른 속도로 몰락했다. 연철과 이인임 모두 역사에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준 인물들인 셈이다.

사극은 결말이 정해진 작품이다. 때문에 거대한 기둥이 중간에 빠지면 시청자들은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태조 왕건'에서 궁예(김영철 분)가 그랬고, '연개소문'에서 수양제(김갑수 분)가 그랬다.

'기황후'와 '정도전'은 전국환, 박영규 이후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두 배우가 신들린 연기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면 이후에는 더욱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가 이어질 전망이다.

여창용기자 hblood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