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유연석 "'그날의 분위기'를 좌우하는건? 사소한 배려와 디테일함"

기사 등록 2016-01-1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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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수정기자] "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신선한 자극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우 유연석은 언제나 목마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을 시작으로 2016년 '그날의 분위기',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까지. 쉴 틈 없이 숨가쁘게 달려온 유연석. 남다른 열정을 가진 그를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억지로 공백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어요. 작품을 연달아 하다 보니, 준비하는 시간까지 맞물리게 되면서 바쁘게 지낸 것 같아요.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장르와 캐릭터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싶어요.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자극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에 '공연무대'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었죠. 아무래도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게 반복되다보면 다른 에너지가 필요해지더라고요. 공연은 그날의 관객, 그날의 날씨처럼 여러가지 많은 것들이 그날의 공연의 분위기를 좌우하고 매번 같은 대사와 노래를 하지만 항상 다른 느낌을 받아요."

그가 어떤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시나리오'였다. 유연석에게 시나리오는 작품의 시작과 끝이다. 그는 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그 느낌대로 연기하려고 노력한단다.

"작품을 볼 때 시나리오 자체만 보려고 노력해요. 첫 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낌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그 때가 아무런 배경 없이 오직 관객의 시선으로 작품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 순간에 가장 신선한 자극을 받는 것 같아요. 작품을 촬영하는 중간에 어딘가 달라졌다고 느끼면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생각과 느낌을 상기시키려 노력하는 편이죠."


그가 2016년 첫 작품 '그날의 분위기'에 끌렸던 이유도 '사나리오' 때문이었다.

"'그날의 분위기'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대사들과 상황들이 재미있었고 신선했어요. '날 것 같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난감한 대사와 상황들을 잘 풀어내면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죠.”

'그날의 분위기'에서 재현 역으로 분한 유연석은 그의 말대로 난감한 대사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숨겨왔던 유연석의 능글맞은 모습들을 아낌없이 볼 수 있다.

"이번 작품은 여태껏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들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어요. 처음으로 재현을 연기했을 땐 그런 톤의 캐릭터가 처음이라 어색하고 낯선 기분이 들었죠. 촬영이 계속되면서 친한 지인들이나 친구들에게 앞에서만 보여줬던 저의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재현에게 녹아들게됐어요.”

능글맞은 재현의 진정한 매력은 자상함에 있다. 재현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센스 있는 행동으로 수정(문채원)을 흔든다. 유연석은 섬세한 재현을 완벽하게 완성시키기 위해 사소한 행동들 하나하나까지 아이디어를 내며 적극적으로 재현을 만들어나갔다.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 그날의 분위기를 어떻게 만드느냐는 거였어요. 장소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분위기보다는 상대를 생각하는 사소한 배려에서 시작되는 디테일한 무언가가 그 날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포인트가 될 거란 생각이 들었죠. 재현이 수정에게 사다준 바나나 우유 빨대 끝에 남겨놓은 비닐처럼 디테일한 포인트들이 그 날의 분위기를 변화시키게 하고 더 좋은 분위기로 이끌게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디테일한 부분들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고 이런 장면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많이 했었죠.”

유연석은 작품을 할 때마다 그런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한다고 했다. 특히 유연석이 작품캐릭터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질 때 그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줬던 건 ‘액팅코치’였다.

“3~4년 정도 함께 일한 여자 액팅 코치분이 계세요. 늘 그분과 함께 작품을 할 때마다 작품 캐릭터에 대해 논의하죠. 처음에는 내가 남자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액팅코치가 여자분이라니 ‘괜찮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오히려 더 좋더라고요. 로맨스작품을 하게 되면 '여자들을 더 설레게 하는 포인트는 뭘까'라는 게 가장 큰 고민이잖아요. 코치님은 실제로 여자가 느끼는 설렘의 디테일을 잘 알고 계시고,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 연기의 포인트를 짚어주시곤 해요."

이 때문일까. 유연석은 키스신을 찍을 때 설렘의 포인트를 제대로 살린다. 키스신 속 그의 눈빛, 그의 손동작은 디테일하고 매혹적이다. 그는 매 작품마다 함께 호흡하는 여배우와 달달한 케미를 뽐내며 화제의 키스신을 탄생시켜왔다.

“키스신을 촬영할 때마다 고민을 많이 해요, 대본상에는 ‘서로의 입을 맞춘다’라는 것만 적혀있거든요. 어느 정도의 농도이고 어떤 느낌인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연기자들이 찾아야하죠. 키스신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고, 그 순간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둘의 마음이 정말 가까워졌구나 라는 걸 느끼게 만들어야하잖아요. 그럴 땐 상대배우와 얘기를 많이 나누며 계획을 세워요.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갖고 할지, 저돌적으로 할지 망설이면서 할지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맞춰가려고 노력해요.”



함께 호흡한 배우들과 소통을 하며 많은 걸 배우고 얻어간다는 유연석. “작품을 할 때마다 얻게 되는 건 함께 일했던 수십 명 이상의 사람들이죠"라는 그의 말에서 현장과 그 현장 속에서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졌다. 그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 냄새나는 배우'였다.

“’그날의 분위기’는 스쳐 지나가는 주변 사람들을 한번쯤 눈 여겨 보게 만드는 영화예요. 이 영화를 본 후 영화관 옆 자리, 전철 옆자리처럼 우연히 만난 누군가에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14일 개봉한 '그날의 분위기'는 유연석 특유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로맨스물이다. 2016년에도 그의 진정성있는 로맨스가 대중의 감성을 자극할 것이다.

[사진 = 이슈데일리 남용희 기자]

 

박수정기자 ent@ 사진 남용희 기자 nyh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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