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얼의 영화읽기]'이퀄스' 감정을 논할 SF의 계보 이을까
기사 등록 2016-08-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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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이전부터 SF는 인간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태어났다. 인간이 가볼 수 없는, 혹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상상하며 거기에 과학적인 시선을 가미한 SF는 아서 C. 클라크나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A. 하인라인 등 걸출한 작가들과 '메트로폴리스' '블레이드 러너' 등 명작들을 통해 그 무한한 확장성을 입증했다.
그리고 이제 SF는 다시 인간의 내면으로 되돌아왔다. 대표적인 블록버스터가 '히어로물'로 대체되면서 SF 계열의 영화들은 좀 더 미시적인 세계로 관객들을 인도했다. 2014년 개봉해 일부 관객층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온 '그녀'와 인간의 인생으로 운명론적으로 풀어낸 '타임 패러독스', 인간과 인공지능의 존재의 차이를 묻는 '엑스 마키나' 등 인간의 본원을 들여다보는 작품이 늘어났다.
오는 31일 개봉할 '이퀄스'가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작품들의 계보를 짓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감정이 통제된 사회'라는 설정 자체는 '이퀄리브리엄' 등 SF작품에서 꽤 흔한 설정이지만 니콜라스 홀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통해 멜로드라마로 융합시킨 건 낯설면서도 친숙한 이미지로 관객에게 다가 올 것이다.
사실 니콜라스 홀트는 이미 '웜 바디스'로 장르와 멜로의 결합을 경험한 바 있고,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캠프 엑스레이' 등의 작품으로 배우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왔다. 폭넓은 작품 선택을 해온 두 배우는 그만큼 쌓아온 경험을 가지고 '이퀄스'에서도 탁월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케미스트리를 발휘했다.
영상에서도 '이퀄스'는 보다 간단하게 통제사회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순백의 색감을 극대한 사회의 모습 위로 몽환적인 색감의 조명을 가미해 점차 통제에서 벗어나는 두 사람의 심리를 따라가는 방식을 택했다. 또한 감정을 통제할 만큼 효율을 중시하는 사회의 시스템을 영화 속 공간의 배치를 통해 뚜렷한 목적성을 부각, 감정에 빠져드는 두 사람과 시스템의 갈등을 돋보이게 했다.
이 과정에서 '이퀄스' 제작진은 일본과 싱가포르에서의 로케이션을 통해 사회를 구현해내는 방식을 택했다. 보통 CG나 대형 스튜디오의 세트 촬영으로 완성되는 미래 사회 대신 프로덕션 디자이너 티노 쇠들러는 미니멀리즘 건축가 타다오 앤도가 설계한 오사카 사야마이케 박물관을 배경으로 미니멀리즘, 자연과 도시의 조화 등을 스크린에 수놓았다.
재밌는 건 이런 궤도의 작품이 게임 분야에서도 등장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26일 얼리 엑세스(테스트 버전을 판매해 정식 발매까지의 투자금을 확보하는 방식)로 출시한 '위 해피 퓨'이다. 이 게임 속 세계에서는 '조이'라는 마약을 공식적으로 사회에서 제공해 억지로 '행복'해야만 하는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 이는 '이퀄스' 속 감정을 거세하는 세계와는 정반대의 지점을 취하고 있다. 영화와 게임, 전혀 다른 매체이긴 하지만 감정에 대한 시선을 가미한 SF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공개됐다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점이다.
'이퀄스'는 이렇게 SF 장르만의 색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했다. '더 문'의 각본 작업에 참여했던 나단 파커와 '마션'을 제작했던 마이클 쉐이퍼가 그동안의 감각으로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시선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 것이다. 두 배우의 화합 역시 무미건조한 세상의 새로운 빛이 될 것이다. '이퀄스'가 관객의 마음에도 새로운 감정을 아로새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씨네그루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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