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의 '잼있게 미술읽기'-화가에게 '아틀리에'가 주는 의미?

기사 등록 2011-12-2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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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아틀리에.jpg

[박정은 미술객원 전문기자] 화가의 아틀리에는 단순히 화가의 작업실이 아닌 '창작의 산실'이자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농축하고 있는 본거지입니다.
통상 실내에 차려놓은 작업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마네의 '모네의 보트 아틀리에'처럼 야외도 아틀리에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화가가 작업하는 실내외의 모든 공간이 곧 그 화가의 아틀리에가 될수 있습니다. 화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공간은 미술관입니다. 미술관이 화가의 완성품이 전시되는 열린 공간이라면, 아틀리에는 화가 이외에는 발을 들여놓기 힘든 비밀스럽고 닫힌 공간입니다. 유명한 화가나 그의 작품들을 대할 때면 그가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열정과 노고가 배어있는 그의 화실을 엿보고 싶은 충동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비록 화가의 아틀리에를 직접 볼 수는 없어도 아틀리에를 소재로 그들이 남긴 작품을 통해 우리는 그의 공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아틀리에를 소재로 한 작품들 중에서 쿠르베의 '화가의 아틀리에'(1854)나 얀 베르메르의 '화가의 아틀리에'(1666), 마네의 '아틀리에에서의 식사'(1868) 같은 작품들이 유명합니다. 여기에선 '반 고흐의 아틀리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아를의 반 고흐의 침실'(1889) 반 고흐의 이 작품은 사실 '아틀리에' 보다는 '반 고흐의 침실'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고흐는 자신의 노란집 '아틀리에'로 고갱을 초대하여 살면서 그린 작품으로 '지누 부인'이 있습니다. 부인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앉아 고갱은 부인의 모습을 둥글게 묘사했지만, 고흐는 뾰족하고 날카롭게 묘사한게 이채롭습니다. 같은 모델을 사이에 놓고 같
은 '아틀리에'에서 그려졌지만 두 사람의 그림은 이처럼 다르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고갱이 떠나면서 고흐의 화가 공동체의 꿈은 사라졌고, 동생 테오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경제적 도움이 끊어질까봐 두려움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면서 병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이 시기에 고흐는 귀를 잘랐고, 환각 증세로 병원에 입원까지 해야 했습니다. 내적 고통이 심화될수록 그림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져갔으며 고흐는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그림에 쏟아부었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에', '밤의 카페 테라스', '붕대로 귀를 감은 자화상' 같은 고흐의 걸작들은 모두 이 시기에 완성된 것들입니다.

'반 고흐의 침실'은 광기 어린 화가의 아틀리에치고는 비교적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고흐는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그림은 사물의 형태를 단순하게 만들어 보통 휴식이나 잠을 연상하면 떠오르는 평화로움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흐가 의도했던 완벽한 평화로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반쯤 열린 창문과 앞쪽으로 기울어진 느낌의 마루, 그리고 벽에 비스듬히 걸린 액자는 고흐가 처한 현실과 정반대로 아늑함과 따뜻함에 대한 갈망 때문이라는 해석입니다. 그래서 그런 욕구 보다 고독과 방황이 더 강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것입이다.

이처럼 화가의 아틀리에는 화가 자신들의 삶과 애환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는 창작의 산실이자 자신의 삶을 투영하는 삶의 통로였습니다.

 

박정은 pyk73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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