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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의 잼있게 미술읽기]ㅡ사랑의 놀라운힘은 명화에도 있다.(존 월리엄 워터하우스의 '오르페우스의 머리를 발견하는 님프들')

기사 등록 2012-02-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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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유 코로,지하세계에서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나오는 오르페우스,1861년,캔버스에 유채,텍사스 휴스턴 미술관.

[이슈데일리 박정은 미술컬럼 전문기자] 어디서 얼마나 떠내려 다니다 왔는지 모를 몸체가 없는 한 남자의 잠든 머리와 리라(u자 또는 v자 모양의 울림판에 일곱개의 현을 매고 손가락으로 뜯어 연주하는,하프와 비슷한 악기)가 물위에 떠 있습니다.참으로 놀랍고 기이한 풍경입니다.더구나 지금 화면에 보이는 상황으로 생각해 볼때 그가 생을 마감하기 바로전의 모습이 얼마나 처참 했을지 상상이 가는데도 그의 모습은 고통스러워 보이는게 아니라 오히려 평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그를 발견한 요정들의 얼굴에 놀라움과 두려움이 있을뿐입니다.

머리만 남은 이남자는 어떤 사연이 있길래 리라와 함께 여기 누워있는 걸까요?그림을 보는 관찰자로 하여금 잔뜩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위의 작품은 신화를 가장 신화적으로 구현하는 화가로 유명한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오르페우스의 머리를 발견하는 님프들'입니다.

워터하우스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진실하고 심층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오르페우스의 머리를 발견하는 님프들'을 묘사한 위의 작품은 순간적인 기이한 상황을 을 담아낸 그림인데도 요정들의 모습을 보면 전체적인 분위기는 전형적인 여성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암울한 장면을 묘사한 그림인데도 뛰어난 서정적인 채색이 워터하우스 작품임이 그대로 묻어나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구슬픈 선율들이 울릴거 같은 리라와 죽어있는 모습이라기에는 너무도 평화스럽고 오히려 행복해 보이기까지한 이 그로데스크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워터하우스의 그림에 등장하는 오르페우스는 어떤 인물일까요?

그는 태양과 음악의 신 아폴론과 문학과 예술을 관장하는 9명의 뮤즈 여신 중 서사시를 담당하는 칼리오페 두사람 사이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오르페우스는 아버지인 아폴론으로부터 리라를 받고 타는 방법을 배웠으며 9명의 뮤즈 여신들로부터 시와 노래를 배웠습니다.그의 재능은 이렇듯 하늘로 부터 내려 받은 것이어서 그가 리라를 타고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은 말할것도 없고 숲속의 짐승들 심지어 나무,바위,작은 풀잎조차도 그의 연주에 감동해 귀를 기울였습니다.

음악으로 신들과 사람들,지상의 모든 존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오르페우스의 마음을 사로잡은 님프는 아름다운 에우리디케 였습니다.둘은 깊은 사랑에 빠져서 결혼을 했으며 꿈결같이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습니다.그러던 어느날 이었습니다. 이날도 여느날과 다름없이 한가롭고 아름다운 숲속 풍경과 어우러져 오르페우스는 노래를 부르며 리라를 타고 있었으며 사람들과 숲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이 그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렇듯 평화로운 풍경속에 에우리디케는 그녀를 짝사랑하여 쫓아온 아리스타이오스라는 양치기를 피해 달아 나다가 그만 숲속에 있던 독사를 밟아 물려 죽고 말았습니다.사랑하는 에우리디케를 잃은 오르페우스는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신과 인간들에게 자신의 슬픔을 리라를 타며 음악으로 호소하였습니다. 그가 연주하는 리라에서는 가슴을 절절히 에이는 비탄의 선율이 흘러 나왔으며 그의 노래소리는 너무도 구슬퍼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하염없이 눈물이 나오도록 만드는 슬픔과 애통의 마음이 그대로 묻어나는 연주였습니다.

오르페우스의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는 마음은 날이 갈수록 더해 갔으며 그녀없는 삶은 살아도 살아 있는것이 아니라 생각한 그는 오로지 에우리디케를 다시 만나야 된다는 일념으로 지하세계로 에우리디케를 만나러 갔습니다.무기라고는 그의 분신과도 같은 리라 뿐이었으나 그에게는 그녀를 사랑하는 죽음도 갈라놓을수 없는 '사랑'이라는 가장 큰 무기가 있었으므로 그는 두렵지 않았습니다.사랑이 주는 아름다운 '용기'가 그를 함께 동행하여 주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리라를 타고 노래를 부르며 지하 세계로 내려갔습니다. 저승을 감싸고 흐르는 스틱스강의 뱃사공 카론은 오르페우스의 연주에 감동 받아 살아서는 못 건너는 강을 건네주었으며 저승의 문지기인 머리 셋 달린 개 케르베로스 또한 그의 연주에 감동 받아 그가 저승의 문을 통과 할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었습니다.그는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와 왕비 페르세포네 앞에서 리라를 타며 자신의 아내를 잃은 비통한 마음을 담아 간절하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의 리라에서 흘러 나오는 선율과 노랫가락이 얼마나 애절하고 아름다웠던지 자신이 지은 사악한 죄로 인해 벌을 받고 있던 저승의 망령들조차도 그의 연주에 귀 기울이며 모두 눈물을 흘렸습니다.그의 음악은 암흑의 세계인 지하세계에서 조차 모든이의 마음을 움직였으며 하데스왕도 진심어린 그의 음악에 깊은 감동을 받아 오리페우스에게 에우리디케를 지상으로 데려 갈수 있도록 허락하였습니다.단 조건이 있었습니다.지상으로 돌아갈때까지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보다 앞서 걸어야 하며 지상출구로 나올때까지 그녀를 절대로 돌아 보아선 안된다는것 이었습니다.

오르페우스를 발견한 님프들 워터하우스.jpg

존 월리엄 워터하우스,오르페우스의 머리를 발견하는 님프들,1900년,캔버스에 유채,개인소장

카미유 코로 작품인 위의 그림은 오르페우스가 지하세계에서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나오는 장면을 묘사한것 입니다.숲을 헤치고 나아가는 두사람의 뒤에 그로테스크한 망령들이 서 있습니다.한폭의 수채화 처럼 아름다운 채색과 부드러운 터치의 풍경이 인상깊은 작품입니다.

오르페우스는 캄캄하고 험한 지하세계를 빠져 나오면서 에우리디케가 무사한지 수십번 확인하고 싶었지만 하데스왕과의 약속을 떠올리며 꾹 참아내었습니다.드디어 지상의 빛이 보이는 출구에 가까이 도착하였습니다.그 순간 마음이 조급해진 오르페우스는 그만 하데스왕과의 약속을 잊고 뒤를 돌아 보았습니다.지하세계를 완전히 벗어 날때까지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된다는 약속을 어긴 그순간 에우로디케는 어둠속으로 사라졌고 그의 손엔 허망한 고통만이 있을뿐이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미친듯이 에우리디케를 쫓아 갔지만 지하세계의 문은 두번 다시 열리지 않았습니다.그는 잠도 자지 않고 식음도 전페하며 스틱스 강가에서 리라를 켜며 그녀를 향한 간절한 마음을 담은 노래를 부르며 다시 지하세계에 데려다 줄것을 몇번이고 간청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가 사랑하는 아내를 지상으로 데리고 올수 있었던 기회는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에우로디케를 다시 한번 잃은 오르페우스는 슬픔에 잠겨 오로지 그녀만을 생각하며 살았습니다.많은 여인들과 님프들은 그의 아름다운 노래에 반하여 사랑을 구애하였지만 모두 거절 당했습니다.그에게 눈길 한번 제데로 받지 못한 수많은 여인들은 절망하여 슬픔에 잠겼습니다.그에게 사랑을 받지 못할 바에야 그를 보며 가슴앓이를 하는것 보다 차리리 그가 이 지상에서 사라지는게 좋겠다고 그녀들은 생각했습니다.사랑하는 마음은 상처를 받아 미움이 증오로 변하였고 마침내 그녀들은 합심하여 오르페우스를 죽였습니다,

그의 몸은 처참하게 갈가리 찟겨졌고 그의 머리와 리라는 강에 던져졌습니다.강은 오르페우스을 바다로 실어 갔고 이를 발견한 레스보스 섬의 주민들은 그의 머리와 리라를 함께 묻어 주며 장례를 치루어 졌습니다.

오르페우스의 죽음 파란색.jpg

장델빌,오르페우스의 죽음

워터하우스의 '오르페우스의 머리를 발견하는 님프들'이나 장델빌의 '오르페우스의 죽음' 그림을 보면 목이 잘린 처참한 상황을 묘사한 장면인데도 오르페우스의 모습이 고통스러워 보이기 보다는 평온해 보이는 이유는 오르페우스가 에우로디케가 없는 지상에서 사느니 죽음으로 지하세계로 내려가 그녀를 다시 만나는것이 오히려 행복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르페우스의 망령은 살아있을때 가보았던 스틱스강가를 내려가서 많은 망령들속에서 한시도 잊지 못했던 사랑하는 에우로디케를 찾아내어 다시 기쁨과 환희에 가득찬 사랑을 나누었습니다.두사람은 이제 영원히 이별없는 사랑을 할수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시대나 이야기가 조금씩 다를뿐, 죽음도 두렵지않는 순수하고 맹목적인 사랑은 다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사랑을 하고 또 너무 쉽게 헤어지는 '인스턴트같은 사랑'을 하는 요즘 현대인들에게 오르페우스의 '순수한 사랑'은 한번쯤 되세겨볼만 합니다. 죽음도 두려워 하지않는 '사랑의힘' 이야말로 세상을 바꿀수 있는 가장 강력한힘이 될수도 있습니다.

워터하우스.jpg

존 월리엄 워터하우스 (1849ㅡ1917)

1849년 로마에서 출생,부모가 모두 미술가로서 활동. 로마에서 자라면서 이탈리아 미술의 세례를 받은 것은 이후 신화적 소재나 문학적인 알레고리 를 사용하는 그의 미술에 결정적인 자취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부모가 영국으로 돌아간 뒤에 부친의 작업실에서 미술을 공부하였고 1870년에 로얄 아카데미 에 입학. 빅토리아 시대의 의 대표적인 시인인 테니슨 (Alfred Tennyson)의 시와 호메로스 (Homeros)의 '일리야스' , '오디세이아' 에서 작품의 소재를 구하였습니다.

1891년 무렵 한 여인을 모델로 삼게 되었고, 이후 그의 주요한 작품에서 이 여인이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그의 작품은 고전주의적인 주제를 추구하면서도 이상적인 여인상을 추구하였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오디세우스에게 술잔을 주는 키르케' (1891), '키르케 인비디오사' (1892), '힐라스와 님프들' (1896), '황금상자를 여는 프시케' (1903), '에코와 나르시스' (1903) 등이 있습니다

박정은기자 pyk73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