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누가 잘했나]더위 날려버릴 소름돋는 '사이코패스' 캐릭터
기사 등록 2016-08-1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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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세상은 넓고 영화는 많다. 그리고 캐릭터들도 넘쳐난다.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인지도 모르는 그들을 하나의 주제에 놓고 선별해 볼 필요가 있었다. <편집자 주>
푹푹찌는 한 여름, 스릴러 영화를 자주 찾는 계절이다. 과거에는 한이 깊게 서린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가 여름 필람작이었다면, 현대사회에서는 더 이상 사람들은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잔혹한 사건 사고들이 만연한 사회에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다. 우리를 소름끼치게 만드는 사이코패스 캐릭터들을 짚어봤다.
# 추적자 영민(하정우)
'추격자'(2008)는 실화를 바탕으로 그 시절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훌륭하게 배출해낸 작품이다. 우리는 경찰에 잡힌 뒤 경찰서에서 "제가 죽였어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살해사실을 고백하는 영민을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또한 "발목 뒤 있잖아요. 아킬레스 건. 거길 자르고 걸어놓으면 피랑 잡물이 다 빠져서 가벼워지거든요"라면서 담담하게 방법을 고한다. 음침한 주택가 골목, 십자가, 그리고 너무나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는 영민은 우리 주변에서 예외없이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독하게 촬영하기로 유명한 완벽주의자 나홍진 감독을 만난 하정우는 철저하게 사이코패스 지영민이 됐다. 공허한 눈빛에 살기가 도는 건 한 순간이다. 망치로 여자를 때려 죽이는 그의 모습은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했다. 하정우는 이 작품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고 '국민 살인마'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비오는 날 영화와 똑같이 모자를 쓰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인기척을 느끼고 앞에 있던 여자가 고함을 질렀다.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후에도 연예인을 본 호흡이 아니라 굉장히 거칠었다"고 웃지 못할 해프닝을 전하기도 했다.
# 악마를 보았다 장경철(최민식)
'악마를 보았다'(2010)는 김지운 감독의 작품. '악마를 잡기 위해서는 더 지독한 악마가 되야 한다'는 공식처럼 김수현(이병헌)이 약혼녀를 죽인 경철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최민식은 '악마를 보았다'에서 섬뜩하고 잔인한 연기를 선사했다. 이 때문에 관객들이 '악마를 보았다'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명장면은 탄생했다. 학원차를 운행하던 장경철은 여학생을 납치 후 강간을 하는데 자신을 혐오하는 듯 쳐다보는 눈빛을 보고 "내가 너 좋아하면 안되냐"라고 소리친다. 원초적인 분노와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내면서 '걸작'이라는 최고의 평과 아이러니하게 씁쓸한 기분을 자아냈다.
# 케빈에 대해여 케빈(에즈라 밀러)
해외 영화에서도 무시무시한 사이코패스는 영화 소재로 자주 이용된다. '케빈에 대하여'(2012)는 자유로운 삶을 즐기던 여행가 에바에게 아들 케빈이 생기면서 벌어진 두 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케빈은 임신을 알았던 당시 에바의 스트레스를 뱃속에서 느꼈던 건지, 엄마에게만은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리고 기이한 행동까지 하면서 엄마 에바를 위협한다. 동생 실비아의 눈을 실명되게 만들고 눈알 모양의 과일을 먹는가 하면, 엄마 앞에서 버젓이 자위를 한다. 그럴수록 에바는 고통스럽다. 청소년이 된 케빈은 결국 다정했던 아빠, 자신의 말을 잘 따르던 여동생을 화살로 쏘아 죽인다. 평소 미워하던 엄마 에바가 아닌.
사실 케빈은 사이코패스인가 아닌가에 대해서 여러가지 해석들이 있다. 남의 고통을 즐기는 것인가, 아니면 엄마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저지르는 기행인 것인가. 에즈라 밀러는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틸타 스위튼에 전혀 밀리지 않는 발군의 연기 실력을 과시했다. 언제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캐릭터의 성향을 극대화시켜 긴장감을 형성했다. 필자는 케빈이 살인죄로 교도소에 가게 되고 에바가 면회를 갔던 때가 제일 잔상에 남는다. 행복해보이지 않는 단 말에 케빈은 이렇게 말했다. "Have I ever?"
유지윤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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